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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을 보다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사장조 중 전주곡 BWV.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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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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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언제부턴가 다큐멘터리 영화가 좋아졌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뻔한 러브 스토리를 보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다큐가 훨씬 공감됩니다. 예전에는 이루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사랑 대목에서 눈물이 흘렀다면, 이제는 지극히 현실성 있는 장면들에 울고 웃고 합니다. 생생한 이야기, 꾸미거나 만든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가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다큐를 찍는 감독의 시선과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장면을 음미하고 흐르는 음악에 귀 기울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돌려본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을 소개합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왜 하필 바흐냐고? 그러면 대답합니다. 바흐가 아니면 누구겠냐고? 판에 박힌 수식어지만 바흐를 서양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반기를 들 생각이 1도 없습니다. 바흐는 한 옥타브 안에 들어있는 12개의 음들(도레미파솔라시와 그 사이에 얹혀 있는 검은 건반 5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확률의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과도하게 비약적인 표현이지만 모든 음악은 바흐에게서 나왔고 바흐로 흘러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처럼 바흐 이전엔 그저 침묵이었을까요? 분명 그 이전에도 음악은 존재했습니다. 바흐가 좋아했던 비발디, 아들의 대부를 부탁할 정도로 믿고 따랐던 텔레만, 오페라의 대가 헨델 등 많은 음악이 있었지만, 바흐는 그야말로 모든 음악을 집대성한 겁니다. 멜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에게 “나의 시간은 너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눠졌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바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바흐를 듣기 전과 들은 후로 나뉜다고 하죠.
 
이 영화는 바흐의 전기라고 하기엔 평범하고 픽션이라고 하기엔 논픽션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담았어요. 피아노에 생명을 불어넣는 피아노 조율사, 밥벌이로 트럭을 운전하지만 쉬는 시간엔 바흐를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운전사, 300년 전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연주하는 바흐, 바흐 분장을 한 라이프치히의 관광 가이드, 아들에게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연주를 가르치는 바흐, 우연히 식육점에서 고기를 담았던 종이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악보를 발견한 멘델스존, 지하철에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여러 명의 첼리스트 등 다양한 인물들을 비추며 바흐의 음악을 전합니다. 범부에서부터 유명한 작곡가까지,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에 바흐를 듣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관심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바흐는 영향을 끼칩니다. 사실 영화에서 받았던 가장 큰 감동은 범부들에게 전해지는 바흐 음악의 힘을 느낄 때였습니다. 영화에서는 바흐의 명곡들이 많이 흘렀지만, 그 음악 중 나른한 오후에 커피 마시면서 잠깐 쉼을 가질 때 들으면 좋을 음악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소개합니다.

첼리스트의 구약성서 바흐 첼로 모음곡

바흐의 첼로 모음곡 6곡은 첼리스트에겐 구약성서 같은 곡으로 꼭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첼로 모음곡은 스페인의 위대한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가 그의 나이 13살인 1889년 바르셀로나의 고악보 서점에서 악보를 발견한 후 전곡을 연주해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도 멘델스존이 발견해서 무대에 다시 올렸는데, 하마터면 또 이 위대한 아버지의 첼로 작품도 묻힐 뻔했다가 살아난 거죠. 물론 이 음악이 그 이전에 이미 인쇄가 됐고 연주된 적도 있었는데, 파블로 카잘스의 유명세 덕에 더욱 전설 같은 곡이 된 겁니다. 사람들은 곡에 얽힌 이야기가 있거나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으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져서 더욱 매력을 느끼잖아요.

카잘스는 어느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온기가 없는 기계적인 연습곡으로만 여겼다. 우주의 광휘와 시상을 분출하는 이 곡을 듣는다면 어느 누가 차갑다고 말할 수 있으랴!” 얼마나 멋지길래 카잘스가 그렇게 열광했을까요?

이 곡은 바흐가 쾨텐이라는 곳의 궁정 악장으로 있을 때 쓴 곡입니다. 바흐의 일대기는 그가 근무했던 곳을 기준으로 바이마르, 쾨텐 그리고 라이프치히 시절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곡은 그의 중기 작품에 해당됩니다. 1717년부터 1723년경에 작곡되었어요. 바흐가 65년 살았으니 정말 중간이지요. 이때 첫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가 세상을 떴고 바흐는 인생의 여러 면에서 변환점을 맞고 있었습니다. 무릇 저희 같은 일반 사람들도 중기인 40살쯤 전성기를 맞으니 아마 바흐도 그랬나 봐요. 그는 이 시기에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장르인 모음곡에 정진하게 됩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 바흐의 내로라하는 걸작이 쾨텐 시기에 작곡됩니다. 모음곡은 말 그대로 곡을 모아놓은 것인데, 기본적인 구성은 네 개의 춤곡입니다. 독일 춤 알르망드, 프랑스 춤 쿠랑트, 스페인의 느린 춤 사라방드, 영국의 빠른 춤 지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밥을 쌀 때에도 기본 구성에 좋아하는 다른 음식을 끼우듯이 네 곡의 춤곡은 꼭 들어가고 여기에 프렐류드, 미뉴엣, 가보트, 부레 등의 춤곡이 더해집니다.

커피 마시며 들으니 좋구나

바흐는 ‘콘체르토 그로소’라고 불리는 합주 협주곡을 많이 작곡했고, 모음곡(suit)라고 불리는 모음곡도 악기별로 다양하게 작곡했습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전주곡’은 바흐 작품 중에 ‘G선상의 아리아’ 다음으로 보편적인 곡일 겁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갖고 있어서 왠지 친근한 첼로. 곡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무반주곡입니다. 반주가 없다, 라는 뜻이죠. 보통 첼로곡이라도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이 반주를 하는데, 이 곡은 반주가 없이 오롯이 첼로 하나의 음색이 들립니다. 듣기에 너무 좋은 이 곡은 사실 연주자 입장에선 매번 포지션을 바꿔야 해서 편한 곡만은 아닙니다. 

6곡 모두 특징 있지만 작품번호 1007은 프렐류드 그리고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미뉴에트, 지그 전형적인 모음곡 형태입니다. 듣기 편한 사장조로 시작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첼로 곡하면 꼭 뽑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투 샷 커피와 함께 하면 그 음악들이 더 살아 숨 쉴 거예요. 진한 커피를 즐겨 마셨던 바흐 선생을 떠올리며.


유튜브 검색어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 중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전주곡’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전주곡’ (첼로: 요요 마)

Yo-Yo Ma -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Prélude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전곡(첼로: 파블로 카잘스)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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