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p 로고
칼럼진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보는 인물 과학사
인류의 과학 문명을 만든 과학자들의 발상과 과학 원리를 공부하는 곳입니다. 논문처럼 어렵지는 않지만 아주 쉽게 술술 읽히는 글도 아닙니다. 시간이 있고 걱정거리가 없을 때 천천히 읽으면 좋습니다.
열평형과 엔트로피는 무엇인가? 루트비히 볼츠만 (Ludwig Eduard Boltzmann, 1844. 2. 20 ~ 1906. 9. 5)
topclass 로고
입력 : 2020.03.11

noname01.jpg

 고대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493~430년 경)는 만물을 만든 4대 원소로 물, 흙, 불, 공기를 들었다. 불(火)을 물질의 본성 중의 하나로 해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중세 이후까지 이어져 열소(熱素: 플로지스톤, phlogiston) 이론으로 발전했다. 

 독일의 화학자 슈탈(Georg Ernst Stahl, 1660~1734)은 목탄과 같은 물질은 열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고, 연소할 때 열소가 빠져 나오는 것으로 열의 이동을 설명했다. 열소는 불에 타지 않는 성분으로 이동할 수는 있어도 새롭게 생성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774년 프랑스의 라부아지에(Lavoisier)가 금속이 연소했을 때 무게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플로지스톤 이론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영국의 제임스 프레스콧 줄(James Prescott Joule, 1818~1889)은 양조장에서 가동되는 증기 모터를 전기 모터로 바꾸면 효율이 어떨지를 연구하던 중에 1840년 줄의 법칙1)을 알아냈고, 1845년에는 일명 ‘물갈퀴 실험’을 통해 일(work)과 열(heat)이 교환2) 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물갈퀴 실험 장치는 줄에 달린 무거운 추가 낙하하면서 물통 속의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장치였다. 프로펠러가 회전하여 일을 하면 물의 온도가 상승한다. 이는 역학적 일을 통해 열이 생성됨을 밝힌 실험이었고, 에너지는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실험이기도 했다. 물리학에서 일(W)의 단위로 쓰는 줄(J)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 줄의 법칙: 도체에서 발생하는 열(Q)은 전류(I) 크기의 제곱, 저항(R)의 크기, 전류가 흐른 시간(t)에 비례한다.  Q= I²Rt
2) 1줄(J)의 일은 0.24칼로리(cal)의 열로 전환될 수 있다.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1888)는 1850년 논문 ≪열의 움직이는 힘, On the Moving Force of Heat≫에서 엔트로피(Entropy) 개념을 만들고 ‘우주의 총 엔트로피는 최대치를 지향한다.’고 기술하였다. 절대 온도 T인 열역학적 계가 ΔQ만큼의 열을 흡수했을 때 엔트로피 변화량은 아래의 식과 같다.

 [ 엔트로피 변화량(ΔS) = 열량(ΔQ)∕절대 온도(T) ]

 그가 엔트로피 개념을 만든 것은 열에너지의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열에너지는 고온의 계에서 저온의 계로만 이동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으며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고립계(孤立系, Isolated system)란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교환하지 않는 계를 말한다.

 고온인 A계의 초기 온도는 T₁이고, 저온인 B계의 초기 온도는 T₂이다. A계에서 B계로 Q 만큼의 열이 이동했다면 전체 고립계(A+B)의 엔트로피 변화는 어떻게 될까?

noname02.jpg

 A계는 Q 만큼의 열을 잃었으므로 A계의 엔트로피 변화량 ΔSA = -Q∕T₁ 이다.
 B계는 Q 만큼의 열을 얻었으므로 B계의 엔트로피 변화량 ΔSB = Q∕T₂ 이다.

 전체 계(A+B)의 엔트로피 변화량은 A계와 B계의 엔트로피 변화량을 더하면 된다.

  ΔS전체 = ΔSA + ΔSB = -Q∕T₁ + Q∕T₂ = Q (1∕T₂ − 1∕T₁)

 그런데 초기 온도는 T₁ > T₂ 이었으므로, 이 ΔS전체 = Q (1/T₂ − 1∕T₁) > 0이 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이다.

 엔트로피는 고온의 계에서 저온의 계로 열이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온도가 낮은 B계에서 온도가 높은 A계로 열이 이동하는 일이 생긴다면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자연적으로 그와 같은 일이 생길 수는 없다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또는 분산도)’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이와 같은 의미가 생긴 것은 루트비히 볼츠만이 통계확률을 이용한 새로운 방법으로 엔트로피를 정의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열역학계의 분자들이 질서 있는 배열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무질서한 배열로 분산되면서 열의 평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루트비히 볼츠만의 생애  

 루트비히 볼츠만은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삼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조지(Ludwig George Boltzmann)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공무원이었고, 어머니 카타리나(Katharina Pauernfeind)는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이었다. 부부는 볼츠만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사람은 안톤 부르크너(Joseph Anton Bruckner, 1824~1896)로 당시에는 젊은 음악가였지만, 훗날 많은 종교음악과 교향곡을 작곡한 거장이 되었다. 볼츠만은 수준 높은 피아노 과외를 받으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고, 초등교육 기초도 가정교사에게 배웠다.

 아버지가 전근 발령을 받을 때마다 빈(Wien), 웰스(Wels), 린츠(Linz) 등 여러 도시로 이사했고, 11세에 린츠 아카데미 김나지움(Akademisches Gymnasium)에 입학했다. 그런데 그가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사망했다. 이듬해에는 14세였던 동생 알베르토도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의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커다란 슬픔을 주었지만, 외가가 부자였으므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1863년 10월 빈 대학에 입학하여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볼츠만은 1867년 23세 때 박사 학위를 받고 슬로베니아 출신 요제프 슈테판(Josef Stefan, 1835~1893) 교수의 조수가 되었다. 슈테판은 볼츠만에게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기체 운동 속도에 관한 영어 논문을 공부하도록 권했고, 볼츠만은 그에 관한 연구를 1868년 빈 과학원 회보에 발표했다. 기체 분자들의 운동 속도는 맥스웰이 발표한 이론이 기본적으로 옳다는 내용의 논문이었다. 다만 맥스웰의 수식에 작은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했다. 이로써 기체 분자들의 운동 속도 분포에 관한 그래프에는 ‘맥스웰-볼츠만 분포 곡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맥스웰-볼츠만 분포 곡선은 온도 298.15K(25℃)의 공기 중에서 아르곤(Ar)은 초속 350미터, 네온(Ne)은 초속 500미터, 헬륨(He)은 초속 1000미터 이상의 평균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공기 입자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평균 속력이 느린 상태에 집중되어 있고, 가벼운 기체일수록 평균 속력이 빠르고 다양한 속도로 넓게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noname03.jpg

 맥스웰-볼츠만 분포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던 한 과학자는 공기 분자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면 향수 냄새가 어찌 그리 느리게 퍼질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공기 분자가 직선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한 데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공기 입자들의 평균 속력은 매우 빠르지만, 입자끼리 초당 수천 만 번 이상 충돌하면서 무작위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냄새가 확산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볼츠만은 열이 원자나 분자들의 운동과 진동에 의해서 생긴다고 보았다. 즉 ‘온도’를 ‘입자들의 운동 에너지의 총합’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공기와 같은 작은 입자들의 운동 속도를 개별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으므로 확률과 통계를 이용하여 이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는 기체의 상태를 비둘기 집의 원리(pigeonhole's principles)로 표현했다.

 비둘기 집의 원리에 따르면, 기체의 상태가 바뀌는 것은 비둘기들이 다른 집으로 옮겨가는 것에 해당한다. 공기 입자들은 아주 많은 비둘기 떼와 같다. 무수히 많은 수의 비둘기가 무수히 많은 비둘기 집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의 수는 무척 많지만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것은 어떤 경우일까? 모든 비둘기가 한 구멍 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때 가장 높은 확률은 모든 비둘기들이 저마다 다른 구멍으로 들어가는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공기 입자의 속도가 다양한(온도가 다양한) 상태에 놓일 수 있지만 확률적로는 한 가지 상태에 놓이게 되며, 볼츠만은 이 한 가지 상태를 ‘열평형 상태’라고 정의했다.

 열평형 상태란 두 계(system) 사이에 열 교환이 동일하여 온도의 변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뜨거운 공기가 들어 있는 통과 차가운 공기가 들어 있는 통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면 결국에는 둘의 온도가 같아진다. 왜 같아지는 것인가? 질서정연하게 뜨거운 공기 입자들끼리 그냥 모여 있고, 차가운 공기 입자들끼리 그대로 모여 있으면 안 되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뜨거운 공기 입자들 중에 더러 섞여 있는 온도가 낮은 입자가 차가운 통으로 가고, 동시에 차가운 통에 더러 섞여 있는 뜨거운 입자가 뜨거운 통으로 이동하면 안 되는가?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뜨거운 공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고 차가운 공기는 더 차가워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고실험이 ‘맥스웰의 도깨비’이다. ‘통을 연결하는 구멍을 도깨비가 관리하고 있어서 입자들을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맥스웰이 던진 화두는 과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했다.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수학적으로 0이 아니므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엔트로피 개념으로 보면 가능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일종의 역설로 볼 수 있다. 도깨비가 있어야 가능하니,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확률통계 수학으로 열 이론을 전개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비유인 것이다. 맥스웰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었으므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볼츠만을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그들은 서신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확률과 통계

 온도가 낮은 공기 속에 들어 있는 분자를 편의상 C라고 하고, 온도가 높은 공기 속에 들어 있는 분자를 H라고 하자. 왼쪽 방에 4개의 C분자가, 오른쪽 방에는 4개의 H분자가 있다. 두 방 사이에 통로를 만든 후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배열1] 공기 분자는 제멋대로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이나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도 처음과 같이 왼쪽 방에 4C가 그대로 있고, 오른쪽 방에 4H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배열될 수도 있다. 그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므로 ‘경우의 수(배열 방법의 수, 상태의 수)’는 1이다.

noname04.jpg

[배열2] 왼쪽 방에 있던 4개의 C 중에서 1개가 선택되어 오른쪽 방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방에 있던 4개의 H 중에서 1개가 선택되어 왼쪽 방으로 이동하는 방법의 수는 몇 가지가 될까? 왼쪽 방의 4개 중에서 1개를 선택하는 방법은 4가지이고, 오른쪽 방의 4개 중에서 1개를 선택하는 방법도 4가지이므로 경우의 수는 4 × 4 = 16이다. 이동한 결과로 왼쪽 방에 3C+H, 오른쪽 방에 C+3H의 분자 조합이 만들어진다.

noname05.jpg

[배열3] 왼쪽 방이나 오른쪽 방이나 2C+2H가 되는 방법의 수는 앞서의 경우보다 더 늘어난다. 왼쪽 방 4C에서 2개를 선택하는 방법이 6가지이고, 오른쪽 방 4H에서 2개를 선택하는 방법도 6가지이므로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는 6 × 6 = 36이 된다.

noname06.jpg

[배열4] 왼쪽 방의 분자 조합이 3H+C, 오른쪽 방의 분자 조합이 H+3C가 되는 경우의 수는 [배열2]의 경우와 마찬가지 원리로 16이 된다.

[배열5] 왼쪽 방의 분자 조합이 4H, 오른쪽 방의 분자 조합이 4C가 되는 경우의 수는 [배열1]의 경우와 마찬가지 원리로 1이 된다.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으므로, 배열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는 70이 된다.

noname07.jpg

 위의 여러 배열 중 가장 높은 확률을 보이는 것은 배열3으로, 확률은 36∕70이다. C분자 4개와 H분자 4개라는 아주 작은 계를 예로 들었을 뿐인데도, 분자가 골고루 분산되는 [배열3]의 확률이 1∕2보다 더 큰 값이 나왔다.

 분자의 수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확률의 격차가 훨씬 커지게 된다. [배열1]은 분자의 수가 증가해도 경우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항상 1이지만, [배열3]은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때문이다. 입자의 수가 증가하면 앞서의 방법처럼 일일이 그림을 그려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학은 이런 경우를 풀기에 편리한 도구이다. 모든 경우의 수가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수학 공식은 다음과 같다.


[ W = N!∕NC!NH! ]
(W: 배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 N: 총 분자의 수, NC: C의 입자 수, NH: H의 입자 수)

 !은 수학의 팩토리얼(factorial; 계승, 차례곱) 기호이다. 팩토리얼 연산의 예를 들면, 4!=4×3×2×1=24이다.
 앞서의 사례 C=4, H=4인 경우를 계산하면,

 W = 8!∕4!4!=(8×7×6×5×4×3×2×1)∕(4×3×2×1×4×3×2×1)=70이다.

 계의 크기를 조금만 늘려서 C=10, H=10인 경우에 배열 가능한 W의 수를 계산해 보자.
 W = 20!∕10!10!=2432902008176640000∕(363880×362880)=184756
 분자 수를 몇 개 더 늘렸을 뿐인데 배열 가능한 수가 18만 개 이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열역학적 계는 무수히 많은 분자들의 모임이다. 기체 1몰에는 6×10²³개의 분자가 들어있다. 기체 1∕2몰과 1∕2몰이 섞이는 경우를 가정하여, 위 공식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식이 된다.

W= (6×10²³)!∕{(3×10²³)! (3×10²³)!}……(ⅰ)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수는 직접 계산이 불가능하므로, 볼츠만은 로그3)를 적용했다.

3) ‘로그(Logarithm)’는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적분을 이용하여 정의하고, 이의 역함수를 ‘지수 함수’로 정의하였다.
 y=ax이면, x는 a를 밑으로 하는 y의 로그(log)라고 하며, logay=x로 표시한다.
  (1) 자연로그: 자연 상수 e를 밑으로 하는 로그(loge)를 ‘자연로그’라고 한다. 자연로그는 ln으로 줄여서 쓰기도 한다.
     (예) loge y= ln y= 2  경우 y = e²이다.
  20세기 초까지는 자연로그를 log로 기재하기도 했다. 볼츠만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log는 자연로그를 의미한다.
  (2) 상용로그: 밑 a=10인 경우를 ‘상용로그’라고 한다. 상용로그는 밑을 생략하고 log로 쓰거나, 줄여서 lg로 표기하기도 한다.
     (예) log1010² = log10² = lg10² = 2

 로그를 적용하면 곱하기는 더하기로, 나누기는 빼기 연산으로 바뀌어 계산이 편리해지고 극댓값을 구하기도 용이해진다. (ⅰ)식에 자연 로그(ln)를 취하면,

  ln W
= ln 〔(6×10²³)!∕{(3×10²³)! (3×10²³)!}〕
= ln(6×10²³)!- ln(3×10²³)!- ln(3×10²³)!……(ⅱ)

 위와 같은 식을 계산하기 쉽도록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 1692~1770)은 아래와 같은 간편한 근사식을 만들어냈다.

 스털링 근사식: [ ln N!≈ N ln N - N ]

스털링 근사식을 (ⅱ)식에 적용하면

  ln W
= ln(6×10²³)!- ln(3×10²³)!- ln(3×10²³)!
≈ {6×10²³ × ln(6×10²³)- 6×10²³}- 2×{3×10²³×ln(3×10²³)-3×10²³}
≈ 3.22507×1025 - 3.18438×1025
≈ 4.15888×10²³ ……(ⅲ)

(ⅲ)식 ln W ≈ 4.15888×10²³ 이므로, W≈ e4×10²³ ……(ⅳ)

(ⅳ)식의 e(자연 상수)는 2.71828…이므로, W≈ e4×10²³≈ 2.718284×10²³

 경우의 수(W)는 2.718284×10²³는 엄청나게 큰 수이다. 그러나 이처럼 W가 커져도 앞서 살펴 본 [배열1](H, C 분자들이 섞이지 않고 질서 있게 한 방에 모여 있는 상태) 경우의 수는 언제나 1이다. 그렇지만 [배열3](H, C 분자들이 서로 골고루 섞이는 상태) 경우의 수는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볼츠만은 두 계가 접촉하면 경우의 수 W가 가장 큰 상태가 될 때 열평형에 도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즉 분자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골고루 퍼져 치우침이 없을 때 열평형이 되는 것이다. 만약 두 계의 에너지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경우에는 W의 값이 최대가 되지 않는다.

 볼츠만의 엔트로피와 관련한 연구들은 처음에 ‘H-정리’라고 불렸으나, 점차 다음의 식으로 표기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S = kB ln W ]
(S: 엔트로피, kB: 볼츠만 상수, W: 경우의 수)


 볼츠만은 빈 대학의 조교수(1867)로 시작하여 그라츠 대학(1869)-빈 대학(1873)-그라츠 대학(1890)-빈 대학(1894)-라이프치히 대학(1900)을 전전하다가 빈 대학(1904)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울증, 천식, 편두통, 약시, 인후염 등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학생을 동료처럼 여기고 허물없이 대했으며,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진중한 사람이었다.

 1873년 볼츠만은 그라츠 교사양성대학의 학생인 헨리에테 아이겐틀러(Henriette von Aigentler, 1854~1938)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여성이라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없었지만, 학구열이 높았기에 볼츠만에게 도움을 청하며 배움을 이어갔다. 둘은 몇 년 간 서신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고, 1876년에 결혼했다. 부부는 슬하에 딸 셋과 아들 둘을 두었는데, 아들 한 명은 11세에 사망했다.

 볼츠만은 1896과 1898년에 ≪기체론 강의, Vorlesungen Ü̈ber Gastheorie≫ Ⅰ권, Ⅱ권을 출판하여 기체 운동 이론을 포함한 통계물리학의 일반적인 체계를 완성했다.

noname08.jpg

[ 기체 분자의 충돌을 나타내는 모식도 ]
출처: ≪기체론 강의, Vorlesungen Ü̈ber Gastheorie≫Ⅰ권. p28

 그의 기체론은 원자설과 통계역학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 원자설을 인정하지 않는 학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특히 1894년 빈 대학의 철학교수가 된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 1838~1916)는 볼츠만에게 매우 적대적이었다. 마흐는 물리학자였지만 과학철학자로서 더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뉴턴의 물리 법칙을 순환 논리에 지나지 않는 관념이라고 비판했고, 관찰 가능하고 인식과 실증이 가능한 것만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의 교주와도 같은 뉴턴마저 깎아내리는 마흐의 기개에 감탄한 추종자들은 볼츠만의 열역학 이론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일에 합세했다.

 1901년 볼츠만은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1904년과 1905년에는 학술회의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볼츠만은 1906년 9월 5일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가족과 여름휴가를 보내던 도중에 슬며시 호텔방으로 돌아와 창틀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 

noname09.jpg

 그의 묘비 상단에는 볼츠만 방정식 S = k log W가 새겨져 있다. 오늘날 log는 밑이 10인 상용로그를 의미하지만, 볼츠만 묘비의 log는 자연 로그(ln)를 의미한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

 두 계의 분자가 골고루 퍼진다고 해도 각 분자가 가진 에너지는 다를 수 있다. 볼츠만은 분자의 에너지를 1, 2, 3, 4처럼 셀 수 있는 형태로 가정하였고, 지수 e와 관련되는 특정한 값에 집중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와 같은 업적은 독일의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858~1947)에게 영감을 주어 에너지 양자 개념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양자(Quantum)는 막스 플랑크가 흑체 복사 에너지 분포 곡선을 설명하기 위해 볼츠만의 통계 역학을 이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흑체(黑體, blackbody)란, 모든 복사 에너지를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를 일컫는다.

 물체가 내는 빛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외부의 빛이 물체의 표면에 충돌한 후 반사되는 빛이고, 다른 하나는 물체가 가열된 상태에서 스스로 방출하는 빛이다. 그러므로 물체가 온도에 따라서 어떤 복사파가 방출되는지를 연구하려면 빛이 반사되지 않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벽 속에 둥근 공간을 만들고 외부와 통하는 바늘구멍만한 틈을 내면 흑체와 유사한 장치가 된다. 외부의 빛이 바늘구멍을 통해 들어가더라도 반사되어 되돌아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장치가 뜨겁게 가열되어 바늘구멍으로 빛이 나오는 경우에, 그 빛은 가열된 흑체 자체가 방출하는 빛으로 간주할 수 있다. 

noname010.jpg

 과학자들은 용광로 벽에 구멍을 뚫어 흑체 장치를 만들고 실험했다. 그래서 흑체의 온도가 550℃ 정도일 때 검붉은 빛이, 700℃일 때 적색의 빛이 방출되며, 온도가 더 올라가면 오렌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다가 매우 높은 온도에서는 흰색의 빛이 방출되는 사실을 관찰했다. 아래의 그림은 흑체의 온도와 파장에 따른 에너지 밀도(세기)를 나타낸다.

noname011.jpg

[ 3500K, 4000K, 4500K, 5000K 흑체가 각각 방출하는 에너지와 파장의 관계 ]

 500nm(나노미터) 파장은 노란색 광선의 파장이다. 사람의 눈은 대략 380~700nm 사이의 파장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 파장 영역의 광선을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흑체의 온도에 따른 복사 에너지 파장과 에너지 밀도(세기)의 관계는 종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났다. 이는 고전적인 파동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었다. 고전 이론에서는 에너지가 모든 파장에 분배되어 골고루 나타나야 하며, 흑체의 온도가 올라가면 자외선 영역의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흑체의 온도가 높아져도 자외선 영역의 에너지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실제와 이론이 맞지 않았으므로, 과학자들은 이를 ‘자외선 파탄’이라고 불렀다.

 막스 플랑크는 흑체의 에너지가 일정한 양을 가진 덩어리 형태로 방출된다고 가정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진동수(빛의 속력을 파장으로 나눈 값)가 ν(뉴)인 복사파의 에너지는 불연속적이며, 그 크기는 특정한 값의 정수배인 것으로 가정하였다.

E=nhν
(n: 정수 1, 2, 3,…, h: 플랑크 상수, ν: 진동수)

 흑체의 에너지가 정수배 크기를 가진 양자(Quantum)의 형태로 흡수되고 방출된다고 가정하면, 진동수가 큰 자외선 영역의 에너지 양자는 만들어질 확률이 적어진다. 

 적외선 양자를 1원이라고 하고, 가시광선 양자를 10원, 자외선 양자를 500원이라고 가정하자. 가열된 흑체가 300원이라는 에너지를 가지면, 1원짜리 적외선 양자 200개와 10원짜리 가시광선 양자 10개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500원 동전인 자외선은 만들어질 수가 없다. 가열된 흑체가 5000이라는 에너지를 가진다면 적외선, 가시광선과 같은 양자가 다수 만들어지고 일부는 500원 동전에 해당하는 자외선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플랑크는 자신이 만든 양자 개념을 못마땅해 했다.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며 확률적으로 분포한다는 개념을 스스로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나 그가 만든 양자 개념은 20세기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라틴 문자 ‘h’로 표현되는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의 값은 6.6207017×10-34 J·s이다. 현대 과학에서 플랑크 상수보다 작은 값으로 곱하거나 나누어서 만들어지는 물리량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은 ‘측정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고, 상상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신규진 경성고 과학교사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지구의 과학》 저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