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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새벽에 혼자 들으면 더없이 좋은 텔레만 음악 텔레만 타펠뮤직과 바순 소나타 TWV 41: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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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1
사진=셔터스톡

가족이 연결되면 사람의 관계가 훨씬 밀착되죠. 그런 면에서 볼 때 바흐와 텔레만은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바흐 둘째 아들의 대부(Godfather)였던 텔레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부분 클래식을 시대별로 듣다 보면 바흐나 헨델의 바로크 음악을 듣고는 곧장 고전주의로 넘어갑니다. 그 점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기에 이번 기회에 꼭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 (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의 곡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바로크 대표 작곡가 대열에 끼지 못하지만 과거에는 바흐보다 훨씬 유명했던 작곡가입니다. 바흐나 헨델보다 4년이나 먼저 태어났지만 셋 중 가장 오래 살았습니다. 아마 바흐가 조금 외향적인 성격이었다면 텔레만 형이라고 부르며 지냈을지도 모릅니다. 다작을 했다는 바흐의 작품 수가 1200여 개 정도(마지막 BWV 1126)인데, 텔레만은 작품이 무려 4000개가 넘는다니 ‘울트라 초특급’ 다작의 주인공입니다.


여왕의 호사를 누리며 듣는 음악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친 텔레만은 타펠 뮤직 Tafelmusik (식탁 음악, 식사를 하면서 듣는 음악으로 Tafel은 독일어로 식탁)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작곡합니다. 바흐는 신 중심의 음악, 헨델은 왕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면 텔레만은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음악을 작곡한 것이지요. 밥을 먹으면서 이런 클래식을 듣는다니 얼마나 멋진 발상입니까?

총 3집 구성으로 각 모음집마다 관현악 모음곡-사중주곡-콘체르토(협주곡)-트리오 소나타(3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소나타)-솔로 소나타(독주 악기로 연주하는 소나타)-마지막 곡, 이렇게 여섯 장르의 곡으로 보통 한 집(Production)당 9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끼 식사를 위한 여유로운 시간이죠. 이런 음악을 들으며 식전 음식부터 디저트까지 먹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왕의 호사가 아닐까요?


생긴 건 무서워도 소리는 부드러운 너라는 악기, 바순(Basson)!

텔레만은 타펠 뮤직과 함께 길고 무거운 악기인 바순 소나타 바단조 TWV41:F1로도 유명합니다. ‘TWV’는 텔레만 작품번호 Telemann Werke Verzeichnis의 약자입니다. 41은 작품번호, ‘:’ 다음의 F는 바단조, 그리고 1은 바단조 곡 중 첫 번째 곡이라는 뜻입니다. 물건에 바코드가 붙어 있는 것처럼 대부분 작품번호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41이라는 숫자는 그의 음악 장르를 나타내는 분류 번호인데요, 앞 번호 40~45는 실내악을 의미합니다. 엄청 복잡한 듯 하지만 이 암호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나면 보물지도를 보는 것만큼 나름 재미있습니다.

바단조 바순 소나타는 바수니스트(Bassoonist)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곡입니다. 곡의 길이는 10분 정도지만 이 한 곡을 연주하기에 굉장한 집중력과 힘이 요구됩니다. 긴 리드(입에 대고 부는 악기의 마우스피스 부분에 붙이는 갈대나 나무, 금관 부품)를 쓰는 악기로 악기 자체의 무게가 아주 무겁습니다. 그냥 들고 서 있기도 어려운데, 관 전체 길이가 약 2.6m에 이르는 이 악기에 호흡을 불어넣어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생긴 건 긴 총처럼 생겼지만, 그 관이 내뿜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집을 만큼 특별합니다. 이 곡은 1728년에서 1729년 사이에 작곡되었는데, 70여 곡의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된 ‘충실한 음악 거장’이라는 악보집에 수록되어있습니다.

1악장 트리스테 Triste(슬픔), 2악장 알레그로 Allegro(빠르게), 3악장 안단테 Andante(느리게), 4악장 비바체 Vivace(아주 빠르게)로 전체 4악장 구성이지만 거의 한 곡처럼 이어서 연주됩니다. 첫 아르페지오 Arpeggio(펼침화음)로 건반악기가 바단조의 기본 화음을 울려 주면 구슬픈 음색으로 트리스테가 연주됩니다. 어째서 텔레만은 1악장에 슬픔을 기록할 생각을 했을까요? 텔레만의 삶에서 슬픔의 기억이 북받쳐서였을까요? 1708년 텔레만은 바흐의 고향인 아이제나흐에서 음악감독을 하다가 아내가 죽는 슬픔을 겪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를 낳다가 죽었으니 얼마나 슬펐겠습니까?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겪고 1712년 프랑크푸르트로 임지로 옮겨 텔레만은 재혼을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부인은 외도를 자주 했고 도박에도 빠져든 데다, 그녀가 진 빚에 텔레만은 급여가 압류되었고, 파산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결국 두 사람은 1736년에 헤어지게 되죠. 외도도 모자라 도박이라니 충분한 이혼 사유죠. 텔레만을 인간적으로만 본다면 한없이 가엾네요. 


새벽에 혼자 들으면 더없이 좋은 텔레만 음악

요즘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저는 타인의 가르침이나 외부 정보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어 간 텔레만에게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혼자 부딪치면서 많은 실수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직접 자신의 두 발로 뚜벅뚜벅 그 길을 걸었기에 더욱 견고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을 겁니다. 이런저런 생각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맞는 일이 많아진 요즘엔 텔레만이 큰 위로가 되네요. 300년 전 혼자서 그렇게 길을 걸어갔을 텔레만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면서.... 바로크의 또 다른 영웅 텔레만의 바순 소나타로 당신의 밤과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맞아 보면 어떨까요?

 

유튜브 검색어

텔레만 바순 소나타 TWV 41:F1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오프닝 송 바순 음악-Hymn (찬송가) Bill Douglas 작곡

텔레만 타펠 뮤직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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