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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내가 ‘화석’이라고?!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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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3

암모나이트, 티라노사우루스, 시조새. 이 단어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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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꽃다운 청춘이라고 불리는 20대가 왜 옛날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 2, 3학년을 저학년, 4, 5, 6학년을 고학년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대학생들도 1, 2학년을 저학년, 3, 4학년을 고학년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 경계는 단순히 학년을 나누는 분기점이 될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매년 대학을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새내기라 불리며 각종 학교 행사에 활발히 참여한다. 새내기배움터, 신입생 환영회 등 이들을 위해 준비되는 행사도 많다. 그렇게 열정 넘치는 1년을 보내고 나면 또 다른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이제 더 이상 새내기가 아니게 된 이전 연도의 학생들은 '헌내기'라고 불리게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오래되어 성하지 아니하고 낡은'이라는 뜻이다. 이제 겨우 1년 학교를 다녔을 뿐인데 '오래된, 성하지 않은, 낡은' 학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 이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학교 축제는 새내기들만 즐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제 과방은 새내기들에게 양보해야지. 그래도 아직 2학년인데 같이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 학번이 되어 버린 이들은 자연스레 과 행사나 학교 행사와 점점 멀어지다가 3학년이 된다. 새로운 학번이 또 들어왔으니 이들은 이제 '헌내기'를 넘어 '화석'이라 불리게 된다. 휴학과 복학, 추가 학기 등등의 이유로 4년 이상 학교를 다니다보면 암모나이트, 티라노사우루스, 석유, 시조새 등으로까지 불리게 된다. 고학년이 된 이들은 지질 시대의 동식물처럼 살아있는 역사로 취급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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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은연중에 생각이 담긴다. 또 그 말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화석'이 된 이들은 과 생활, 동아리 활동, 학교 축제 등에 참여하는 데에 머뭇거리게 된다. 분명 대학생인데도 어느 순간 이제 낡은 존재, 그래서 곧 대학을 떠나야 할 사람이 되어버린 듯 학교생활을 즐길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화석 문화는 대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새내기였던 이들은 어느 순간 직장의 화석이 되어 간다. 예전에는 그 분들의 노고와 경력을 존경하는 분위기였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옛날 사람 혹은 낡은 세대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화석, 꼰대 등의 이름 안에 갇혀 함께 어울리거나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는 것조차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헌내기, 화석 등의 부정적인 어감을 바꾸고자 정든내기라고 부르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이 더욱 확대되어 헌내기와 새내기의 구분 없이 선후배가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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