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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바로크의 선두주자 빨간 머리 사제 음악가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
입력 : 2020.03.05

빨간 머리 하면 아직도 떠오르는 소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고 자존감 높은 빨간 머리 앤입니다. 음악사에도 이런 빨간 머리를 가진 작곡가가 있는데, 이탈리아의 바로크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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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TOP 5

바로크 작곡가! 코렐리, 륄리, 비발디! 이 세 사람 모두 이탈리아 작곡가이고 이름을 읊조려보면 이름에 모음이 들어가죠? 코렐리! 륄리! 비발디! 끝에 ‘이’ 모음이 들어가면 대부분 이탈리아계 이름입니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가 아주 좋아했고 이탈리아 바로크를 대표하는 안토니오 비발디! 비발디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탑 5’ 안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사계의 작곡가입니다. 보통 클래식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게 제목이 없거나 어려워서인데요, 다행히도 이 곡은 제목이 있습니다. 사계는 비발디가 피에타 성당의 음악교사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학습용 음악이었습니다. 원래는 바이올린 협주곡 12개가 한 권의 모음곡집으로 이루어진 건데, 그중 앞의 4곡을 따로 모아서 ‘사계’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더 와 닿는 음악이 아닐까 싶네요. 비발디라는 작곡가는 어떤 사람일까요? 비발디라는 단어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우리가 겨울 되면 유난히 비발디를 많이 찾는데요, 바로 강원도 홍천에도 비발디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 겨울에 정말 많이 갔는데요. 비발디 파크에서 스키 타면서 비발디를 듣는 것도 재미있겠죠?

빨간 머리 사제 비발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678년 3월 안토니오 비발디는 아버지 지오반니 바티스타와 어머니 카멜라 사이에서 태어난 4남 5녀 중 둘째였습니다. 지오반니 바티스타 이름 어디서 들었죠? 네 맞아요. 륄리의 이탈리아 이름이 조반니 바티스타였어요. 이름만 들어도 이탈리아 사람. 계보가 그려지시죠? 전 개인적 취향이 이름 부르고 불리는 걸 좋아해서인지 누군가를 알아갈 때 이름에 굉장한 의미를 두는 편이에요. 여러분도 위대한 사람들 성이나 이름을 꿰어 보시면 나름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륄리랑 비발디 아버지의 이름이 비슷하니 왠지 반갑더라고요.


범상치 않은 천재의 탄생

비발디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너무 허약했는데, 그가 태어나던 시기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지진이 일어났어요. 그런 위험한 시기에 엄마 카멜라는 위대한 비발디를 세상에 내보냅니다. 천재의 탄생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죠. 아버지는 이발사였지만 워낙 바이올린 연주를 잘해서 성 마르코 성당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했어요. 여기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허약한 비발디였기에 더욱 부모의 관심이 많이 쏟아졌을 텐데, 이런 아들에게 엄마는 바이올린을 가르칩니다. 그 역시 바이올린의 귀재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죠. 아버지가 성당에서 일하니 안토니오 비발디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었고 그 역시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의 바람대로 자연스럽게 사제 서품을 받게 됩니다. 그런 게 사제들 즉 신부님들은 수도 생활을 하면서 외부와 격리되어야 했지만 비발디는 몸이 약한 탓에 집을 들락거리면서 공부하는 사제가 됐어요. 어차피 천식 때문에 미사 집전도 힘든 터라 그는 성당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사제로 활동하게 됩니다. 본인 성향이 종교적인 활동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차라리 잘 됐죠.

당시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어린 고아들이 많았는데 비발디는 그 고아들을 위해 성당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겁니다. 사제이자 음악교사이고 작곡자이면서 직접 바이올리니스트까지. 정말 만능 엔터테이너였어요.


비발디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작곡했던 음악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멜로디가 귀에 쏙 박히게 간단하고 자주 반복이 됩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르네상스 음악과는 다르죠.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경쾌함과 발랄함이 있어 조만간 나오는 바흐의 음악과는 결이 다릅니다. 복잡한 대위법도 아니고 우리가 많이 듣는 멜로디와 반주의 구성. 호모포니 느낌이 슬슬 들죠.

전 그래서 비발디의 봄을 들으면 당장 비행기를 타고 비발디의 고향 베네치아로 가서 곤돌라를 타며 사계를 듣고 싶어요.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흔들거리는 곤돌라 위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한가로이 사계를 듣는다고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천국이 따로 없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은 정말 대단하죠. 특히나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막 깨어나게 하잖아요. 저에게 가장 많이 느껴지는 영감 또한 새로운 시작과 설렘이에요. 비발디 자신이 직접 지은 소네트(시)도 사계 악보에 기록되어 있는데, 한번 읊조려 볼까요?

1악장은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봄에게 인사한다. 시냇물은 산들바람과 상냥하게 얘기하며 흘러간다. 그러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작은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즐겁게 부른다.’ 그리고 2악장은 ‘꽃들이 만발한 아름 다운 목장에서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둔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솔로 바이올린이 양치기로 표현돼요. 비올라는 그 옆에서 멍멍 짖는 강아지입니다. 마지막 3악장은 봄날의 들판에서 벌어진 흥겨운 춤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에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춰 즐겁게 춤춘다.’

사는 일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봄이 하루 빨리 오길 기도합니다.

 


유튜브 검색어

비발디 사계 중 ‘봄’ 1악장

 

비발디 사계 중 ‘봄’ 전악장/ 지휘, 바이올린- 이작 펄만


비발디 사계 중 ‘봄’ 전악장/ 지휘, 바이올린- 파비오 비온디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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