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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왕의 남자 왕의 춤을 만들다 영화 <왕의 춤>에 나오는 장 밥티스트 륄리 발레 음악 ‘밤의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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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8

발레! 꼭 배우고 싶은 춤 중 하나인데요, 오늘 소개할 음악과 발레는 상당히 연관이 많습니다.

프랑스의 초기 바로크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예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자기 나라 문화에 굉장한 자긍심을 갖고 있던 프랑스는 성악음악에서 기악음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발레 장르를 추가하게 됩니다. 지금도 발레하면 프랑스나 러시아를 떠올리잖아요? 발레 음악을 작곡해서 나중엔 오페라까지 영역을 확장한 작곡가가 바로 륄리입니다. 바로크 시기엔 기악 음악이 춤의 반주를 담당했다가 독립하게 된다고 설명드렸죠? 그런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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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회주의자 륄리

장 밥티스트 륄리. 밥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참 친근하게 들리네요. 인상 좋은 밥 아저씨도 생각나고요.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서 등장하는 이 사람도 프랑스 사람일까요? 아니니까 제가 물어보는 거겠죠? 요즘 태어났어도 정말 잘 살았을 것 같은 시대의 기회주의자 이탈리아 작곡가 륄리입니다.

바로크를 통틀어 사업가 스타일의 작곡가를 꼽으라면 오늘 소개하는 륄리와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해 살았던 헨델 이 두 명을 선택하겠어요. 바흐와 헨델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독일의 작곡가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많이 작곡해서 바로크하면 딱 떠오르는 인물인데 반해 륄리는 상대적으로 낯선 작곡가입니다.

장 밥티스트 륄리. 프랑스식 이름이죠. 원래는 조반니 바티스타 룰리였습니다. 1632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방앗간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떻게 프랑스에서 활동하게 됐을까요?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바꾸고 프랑스에서, 그것도 절대왕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의 남자로 활동했던 륄리 좀 살펴볼까요?

 

천부적인 재능 덕에 인생 대전환

륄리는 루이 14세의 사촌인 몽팡시에 공주에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치기 위해 고용된 하인이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했던 공주에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다가 무용과 바이올린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공주가 데리고 있던 작곡가 겸 가수인 랑베르에게 본격적으로 음악교육을 받습니다.나중엔 륄리가 랑베르 딸과 결혼을 하는데, 고용주인 몽팡시에 공주가 나중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프롱드 난으로 도망가면서 륄리는 하인 신분에서 벗어납니다. 이렇게 해서 륄리는 이탈리아 가정교사에서 독립된 음악가로 탈바꿈하죠. 이탈리아 사람이 돈 벌러 파리에 왔다가 음악을 공부하게 된 겁니다. 역시 될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장인이자 자신의 음악 선생님이던 랑베르에게 음악을 배우면서 청출어람 청어람 격으로 륄리의 음악적 재능은 발전하죠. 이탈리아에선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었는데 륄리는 역시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였어요. 안 배워도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들 정말 부럽습니다!

더불어 그는 춤도 잘 췄는데, 번뜩이는 재치 그리고 권력과 시대의 흐름을 잘 읽었던 륄리는 태양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의 눈에 띕니다. 이후 발레를 좋아하는 루이 14세는 륄리의 음악에 맞춰 밤새 발레를 추게 되죠.여기서 잠깐 루이 14세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발레를 좋아했던 태양왕 루이 14세 

루이 14세는 아주 어린 나이 5살에 왕의 자리에 오르죠. 우리나라도 예전에 어린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 엄마들이 섭정을 하잖아요. 루이 14세의 엄마가 바로 그 유명한 스페인의 공주이자 루이 13세의 부인인 앤 왕비입니다. 안 도트리슈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앤 왕비와 마자랭 추기경이 어린 왕을 대신해 정치를 합니다. 그러면서 아들은 이래저래 받은 스트레스를 춤과 음악으로 풀었죠. 그 때 바로 륄리가 왕의 남자가 되어 루이 14세 곁에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배경은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영화 <왕의 춤>을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거예요. 우리 영화 <왕의 남자>랑 비교 감상해도 좋겠죠?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륄리는 루이 14세의 혀처럼 원하는 음악과 춤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궁중에서 어마어마한 음악적 권력 문화적 권력을 갖게 됩니다.

륄리는 ‘쁘티 비올롱’이라는 자체 오케스트라도 운영했는데, 23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구성된 연주단체였습니다. 그의 오케스트라는 현대 오케스트라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활 쓰는 방향이 연주에 아주 중요한데요, 오케스트라 연주 보시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올렸다 내렸다 하잖아요. 그런 활쓰기를 통일한 사람이 륄리고요, 바로크의 주요 특징인 장식음을 어떻게 연주할지도 통일했습니다.

이런 륄리의 방식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따라하면서 륄리식의 음악과 연주 방법은 유명해졌죠. 더군다나 륄리는 바통(Baton) 대신 지팡이로 지휘를 했는데, 영화에서도 보면 박자에 맞춰 륄리가 지팡이를 내려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륄리는 음악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루이 14세의 사랑을 받았지만, 왕실의 다른 소년과 로맨스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루이 왕의 사랑이 멀어져 갑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왕이든 평민이든 다 같습니다. 이래서 역사가 재미있습니다.

륄리의 음악은 발레 음악이 주를 이루고 나중에 발레 음악에 오페라적인 문학적 서사가 곁들여집니다. 왜냐하면 음악의 주요 소비자였던 루이 14세가 늙어서 예전 같은 스텝이 나오지 않자 더 이상 발레 음악이 필요치 않게 되요. 물론 다른 남자와의 로맨스로 륄리에게 화가 난 것도 있었겠지만요.

륄리의 춤곡은 영화 <왕의 춤>에도 등장했던 밤의 발레 중 서곡을 들어보시면 좋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륄리의 오페라도 들어 보세요. 천하무적 륄리는 자신이 작곡한 ‘테 데움’을 지휘합니다. 테 데움(Te Deum)은 "우리는 당신을 주님으로 찬미하고 받들겠노라"라는 라틴어로 시작되는 오래된 찬송가인데, 아파 누워있는 루이 14세의 쾌유를 빌며 작곡했던 이 곡을 연주하다 륄리 자신이 죽게 됩니다. 지휘했던 지팡이에 발이 내려찍히면서 괴저병으로 죽었는데, 치료를 거부했다는 륄리의 마음이 전 잘 이해가 안 돼요.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륄리의 음악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바이올린을 배우는 꼬마 친구들은 잘 알거예요. 스즈키 연습곡 2권에 나오는 가보트가 바로 륄리의 작품입니다. 그 곡도 함께 들어보세요.

스즈끼에 등장하는 륄리의 가보트 들으시고, <왕의 춤>에 등장한 밤의 발레 서곡과 태양왕으로 등장한 루이 14세의 발레 음악을 감상하세요. 저희 이 음악 들으며 루이 본인이 태양신 아폴론 같은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절대왕정의 그 시절로 돌아가 볼까요? 륄리 감상하니 루이 14세의 별궁 베르사유도 가고 싶네요. 나중에 여행가시면 베르사유 궁전에서 륄리의 발레 음악이나 오페라 감상해도 좋겠어요.

 

 

유튜브 검색어

륄리- 스즈끼 2권 중 가보트

 

륄리- 영화 <왕의 춤>에 등장하는밤의 발레서곡Lully: La Nuit Ballet Ouverture

 

륄리- 영화 <왕의 춤>에 등장하는 밤의 발레Le Roi représentant le soleils levant

 

륄리- 영화 <왕의 춤> OST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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