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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교활'에 숨어 있는 두 마리 동물 탐험대원 '이든'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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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꾀를 부리는 여우나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 떠오르진 않나요? 아마 다들 비슷한 그림을 떠올렸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교활이라는 단어에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두 마리의 동물이 숨어있습니다. ‘교활에 상상하지 못한 두 마리 동물이 숨어 있다니. 도대체 어떤 동물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이든 대원의 첫 번째 언어탐험은 단어 속에 숨은 동물 이야기입니다.

  ‘교활은 중국의 기서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전설 속 동물인 교()’()’이 합쳐져 생긴 단어입니다. ‘()’는 쇠뿔이 달린, 개의 모양을 한 동물로, 교가 등장하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교의 친구 ()은 사람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돼지 털이 나 있으며 활이 등장하면 천하가 대란에 빠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 두 친구 교와 활은 매우 간사한 동물이기 때문에,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뜻를 가진 단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교와 활은 호랑이의 몸 속으로 들어가 내장을 마구 파먹어 호랑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나오기 때문에 교활한 미소라는 표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는 낭패라는 단어가 존재합니다. 낭패의 한자를 보면 狼狽, 두 한자 모두 개 견 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개 견 변()이 들어간 글자는 (여우 호)’, ‘(살쾡이 리)’, ‘(돼지 저)’ 등에서 보듯 동물을 가리키거나 (사나울 맹)’, ‘(사냥할 렵)’ 등에서 보듯 동물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낭패의 한자는 이리 낭()과 이리 패()입니다.

  하지만 낭패라는 단어 속의 낭과 패는 실재하는 이리 두 마리가 아닙니다. 둘 모두 전설 속에 존재하는 동물입니다. 두 마리 이리 중 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매우 짧고, ‘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매우 짧은 특징을 갖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낭과 패는 길을 걸을 때 항상 둘이 호흡을 맞춰 함께 걸어야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뒷다리가 짧은 ()’과 앞다리가 짧은 ()’가 서로 사이가 틀어져 함께 걷지 않는다면 둘 다 곤경에 빠지게 되겠죠. 우리가 알고 있는 '낭패'라는 단어는 바로 둘의 사이가 틀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어떤 일이 어그러지다는 비유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탐험에서 다룬 두 개의 단어에는 모두 전설 속의 동물이 담겨있습니다. 상상력을 통해 동물을 만들고, 그 동물의 이름을 합쳐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에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의미를 부여한 옛 사람들의 재치가 흥미롭지 않나요?

  물론, 일상생활에 쓰이는 단어의 유래를 알아야만 그 단어를 일상에서 더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그 단어의 유래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 단어와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함께 탐험한 교활낭패를 시작으로 단어 속에 숨어있는 동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든(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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