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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스탠퍼드대 폴김 교수가 말하는 교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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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22

“질문 있나요?”
“……”

대부분의 강연장과 수업,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참가자 중 몇몇은 질문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딴지’ 거는 비판으로 보일까봐, 멍청한 질문으로 들릴까봐 외국인 앞에서 영어 문장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하는 것 마냥 우리는 오늘도 질문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세계적인 교육공학자 폴김 교수(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는 미래의 교육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해주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을 격려하고 장점을 발견해주는 부모 코치, 교사 코치를 만난 아이들은, 안정감 속에서 신나게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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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특별다큐 미래 교육 편을 진행한 폴김 교수


이상한 상황을 이상하다고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이 없다는 건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내 생각’이 없는 게 꼭 나쁜 걸까? 사실 자기 생각이 있다는 건 자신이나 상대나 피곤한 일이다. 남이 정해 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그게 진리라고 믿고 살면 시간과 에너지가 효율적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세상 편하게 산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생각과 질문의 실종은 위기 앞에 속수무책이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취향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평생 동안 진로 고민하기, 남의 말만 따르는 묻지마 투자로 인한 금전적 피해, 행동이 아니고 말로 다해먹는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정치.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경쟁력은 질문과 창의성이다. 코앞에 닥친 미래에는 질문과 생각이 없다면, 일과 직업의 측면에서 바로 위기가 닥친다. 폴김의 저서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함돈균 공저)에는 형편이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교육공학자의 실력을 발휘해 포켓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들 스스로 배움을 즐거움을 찾게 했다.

그가 가장 놀랐던 것은 학교도 교실도 없고 어린 나이에 노동을 나가야 하는 저개발국 아이들이 어떠한 불만도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을 때였다. 무슨 인생 달관이겠는가. 아이들은 자신의 환경 외에는 아무것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질문을 해본 적도 질문을 할 기회를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폴김과 교육혁신에 참여한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폴김 자신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중고등 시절까지 무수히 상처받으면서 다녔던 한국사회를 바라보게 되었다. “과연 대한민국의 교육은 언제쯤 혁신을 할까?”


실리콘밸리 초등학생이 필수로 배우는 질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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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초등학교의 ‘질문’ 수업 모습

tvN ‘질문으로 자라는 아이’ 편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직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면접에서는 지원자 스스로 판서를 하고 면접 심사관의 질문에 “굿 퀘스천”이라고 칭찬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지원자는 자신의 최종 커리어를 위해 현재 직장이 필요하다면서 자신 있게 의견을 말한다. 여기는 미국이고 창업자의 도시 아닌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초등학교 수업도 유별났다. 카메라는 저학년 교실을 비춰주었다. 유치원 교실처럼 교사 앞에 모여 앉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교사는 양팔을 벌리며 자신의 문장을 따라하라고 유도한다.

“얇은 질문은 책에 나오고, 두꺼운 질문은? 그래요. 생각을 해야 해요.”

그 한마디가 충격적이었다. 정말 저런 교육을 한다고? 질문 자체도 하지 않는 우리 현실인 데다가, 얇은 질문과 두꺼운 질문을 구분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걸 장려하는 ‘깊은 질문’이라는 개념에 감탄이 나오고 너무나 부러웠다.

폴김 교수는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에서 약간 과격하게 한국 교육을 비판한다.

“스스로 깨우쳐야 가장 강력한 학습·배움이 일어나는데, 공교육에서 주입식 정보 전달, 단순 암기 교육을 자꾸 해봐야 아이들을 더 어리석게 만들 뿐이에요. 저는 그게 범죄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아이들이 질문을 더 안 해요. 점점 더 암기 중심적이고 더 수동적인 아디들, 비판적 사고가 거세된 아이들이 되어가는 거예요. … 주어진 일, 같은 일, 반복되는 일을 계속 똑같이 하는 직장이라면 주도적인 학습이나 비판적 사고가 필요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21세기는 어때요. 그런 반복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직종은 이제 로봇으로 다 교체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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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교육을 받을수록 수갑을 채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폴 김


코칭과 티칭의 차이

미래에는 4C와 같은 스킬이 중요해진다.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융합(collaboration), 소통(communication)이다. 비판은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만, 창의적인 기업가정신,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필요조건이다. 질문이 비판과 창의성의 다른 모습이며, 이를 잘 받아주는 조직문화 속에서 협력과 소통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숨 쉬고 먹고 마시고 보는 그 환경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지각(perception)이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어느 시골 동네의 개발도상국에 갔더니 여자를 막 때려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머릿속에는 어떤 지각이 생길까요. 돈만 주면 다 되는 사회라는 지각이 받아들여지고 그게 당연한 논리라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자극에 노출되는 상황에 있다면요?”
-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7장 질문하는 문화

티칭은 묻기도 전에 알려주는 것이라면, 코칭은 부모와 교사, 리더가 인내심을 갖고 학생과 팀원의 질문을 막아서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이미 큰 시대의 흐름이다. 강의(티칭)가 중심인 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온라인 강의실인 Coursera 등 세계 최고의 강사들이 ‘티칭’하는 곳으로 학생들이 몰린다. 미래에 유능한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이 탁월한 교수들의 코칭을 받으면서 팀을 이뤄 연구하고 창업하는 장소다.


미국 HR의 화두, 다양성

최근에는 한국도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젊고 개방적인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오히려 배운다. 과거에는 동일한 직군의 여러 명이 모여 군대처럼 서열화 된 문화 속에서 윗사람의 명령을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면, 지금은 서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뤄 일하고 각자 전문성이 있어 우열을 세우기 어렵다. 리더가 독선적으로 처신하면 그 팀은 깨지기 쉽다. 요즘 유행하는 애자일 조직에서는 아예 ‘리더’를 없애는 분위기다. 전략을 짜고 일정을 챙기는 역할이 있을 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마케터 등 각자 역할에서 서로 배워가며 소통해야 한다.

2020년 미국 기업들의 조직관리(HR)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미국은 인종, 국적 심지어 젠더까지 다양한 사회니까 ‘포용사회’에 중점을 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외모가 비슷해도 나이와 성장과정, 맡은 일이 천차만별인 이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이야말로 다양성을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만 뛰어나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도, 단결을 앞세워 ‘똑같은 답’을 강요하던 시대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일단 해서는 안 될 것은 아이들의 개별적인 성향이나 특성을 무시하는 것,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과 특징, 특기를 아이 스스로도 잘 파악할 수 있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많은 것, 많은 사회를 보여주어야 해요. 그다음에 하지 말아야 될 것은 두려움에 의존하는 교육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단지 두려움 때문에, 뒤처질까 봐 두려워서, 다른 아이와 다를까 봐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항상 남들처럼만 하라고 하면 늘 군중이 되는 거잖아요. 원 플러스 원이 되는 거죠. 그게 아니라 단 하나가 되어야 해요. 딱 하나, 오직 더 원the one.”
-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9장 한국의 교육혁명

 

*참고 도서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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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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