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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신을 벗어나는 인간들의 자유의지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
입력 : 2020.01.28
사진=셔터스톡
지난 시간에 중세 음악인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셨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이 중세의 종교적인 기독교 음악에서 점차 세속적인 음악이 발전합니다.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죠? 처음에는 규제가 심하다가 점차 자유에의 의지를 가지고 종교가 사람에게로 스며듭니다. 4세기부터 발달된 교회 음악이 13세기경부터는 이탈한 수도자들에 의해 음유시인들이 여러 노래를 부르고 널리 알리는데요. 그런 세속 음악 중 멜로디가 가장 유명한 곡. 독일의 작곡가 칼 오르프가 만든 ‘카르미나 부라나’ 중에서 ‘오 운명의 여신이여’ 듣겠습니다. 이 곡은 여러분들 진짜 진짜 많이 들어본 멜로디예요. 내용은 풍자로 구성되어있고 간혹 외설적인 내용도 있습니다만 음량도 아주 크고 길이도 긴 대곡입니다. 오르프! 칼 오르프! 이 작곡가는 정말 생소한 이름입니다. 오르프라는 사람에 대해선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칼 오르프(CARL ORFF)는 1895년 독일 뮌헨에서 출생한 현대 작곡가이고 교육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오르프 교수법의 창시자입니다. 이 분도 천재 중의 천재였는데요, 어릴 때부터 각종 악기를 다뤘고요. 심지어는 자작 인형극에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독일 사람들이 니체를 중독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오르프 역시 니체의 팬이었어요. 그래서 불과 16세 때인 1911년에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대작을 완성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책이 이해가 다 안 되는데. 역시 비범한 사람들은 달라요. 심지어는 1915년부터 1918년까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합니다. 음악가라고만 소개하기엔 업적이 다양하죠. 작곡가이고 교육자이고 또한 군인으로도 활동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니체에 심취한 걸 보면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모든 삶의 기초를 이루는 철학
제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철학이 모든 삶의 기초를 이룬다는 거였어요. 철학이 없는 예술은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예요. 오르프는 그런 철학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이들 음악 교육에도 더 신경을 썼고요. 그리고 오르프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많은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와 재혼한 남편입니다. 루이제 린저는 《생의 한가운데》를 쓴 독일 최고의 지성인이죠. 둘이 나중엔 별거하게 되지만….
본격적으로 곡 이야기 나눠 볼까요? 제목이 ‘카르미나 부라나’ 발음도 어렵네요. 어떤 곡이냐면! 카르미나(CARMINA)라는 말은 CARMEN(라틴어로 ‘노래’라는 뜻)의 복수형이고 부라나(BRANA)는 지방 이름인 보이렌(BEUREN)의 라틴어입니다. 우리가 많이 듣던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도 이 단어와 같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보이렌의 노래집- SONG OF BEUREN’ 이란 뜻이에요. 중세 13~14세기에 유랑시인들이 라틴어로 적어 놓은 시가집인데, 이 노래집이 1803년 독일 뮌헨 근교의 베네딕크 보이렌(BENEDIKT BEUREN) 수도원에서 발견돼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도덕적인 풍자부터 외설적인 것까지 내용들도 다양해요. 이 노래집에는 약 250곡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24곡을 골랐어요. 거기에 오르프 본인이 작사한 독일어 몇 곡까지 포함해서 만든 극음악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맨 첫 번째와 마지막에 반복돼서 나오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라는 합창곡을 듣겠습니다. 이건 설명이 복잡해서 그렇지 여러분들 많이 들어본 곡이에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9세기 독일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중세의 노래를 오르프가 발췌해서 만든 극음악이라는 거죠. 전체 24곡 중에서 첫 번째 나오는 운명의 여신이라는 합창곡이고요. 이거 중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나 게임에서도 자주 들리는데…. 영화 ‘엑스칼리버’에서 첫 장면에 바로 나옵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성스러운 검 ‘엑스칼리버’도 신비롭지만 이 음악이 깔리는 순간 타임캡슐 타고 바로 13세기 암흑시대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음악이 굉장히 강렬하죠. 가사가 라틴어라 더 신비스럽게 들려요. 이첨에 라틴어도 한번 배워보고 싶네요. 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13세기 인간의 의지를 오르프의 음악으로 느껴보시죠.

유튜브 검색어-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
O Fortuna - Carl Orff Carmina Burana
영화 ‘엑스칼리버’ 중 Excalibur • O Fortuna/Carmina Burana • Carl Orff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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