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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신을 위해 바치는 인간의 음악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 리베라 ‘상투스(거룩하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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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22
사진=셔터스톡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을 연재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전공자인 저와 여러분의 시선을 맞추는 작업은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고 제 기준의 글을 읽고 쓰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가요나 팝처럼 쉽게 다가가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클래식은 호락호락하게 그런 자유를 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정공법을 택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어려운 클래식이라면 음악사로 일단 정리를 해보기로요. 앞으로 8회 정도에 걸쳐 서양 음악사를 휘리릭 살펴볼 수 있는 음악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크부터 듣는 바흐나 헨델도 어려운데 무슨 고대부터 시작하느냐고 남편이 옆에서 핀잔을 주지만 용기 내어 시작합니다. 역사를 알고 나면 음악의 맥락이 들리거든요.
 
고대에도 음악이 있었나요? 
여러분은 역사 좋아하세요? 요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초등학생 아들도 한국사 시험에 열중입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상기하면서 지금 현재의 나를 살피는 작업이 중요하니까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음악이 역사상 언제부터 왜 어떻게 발생되었는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학자들은 약 5만 년 전에 발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존재했던 바로 그 시점으로 보는 겁니다. 음악이란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하는 여러 사상과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니 생각하는 인간이 등장한 그때가 시작이라고 보는 거죠. 그저 소리만 내는 것은 음악이라고 할 수 없었어요.
약 5만 년 전부터 발생했다는 음악은 왜 발생하게 됐을까요?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음악이 주술이나 마술 등을 위해 발달하였다는 마술설 또는 이성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 생겼을 거라는 성적 충동설, 각자 언어가 발달하면서 언어의 서로 다른 억양이 음악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라는 언어 억양설, 그리고 노동을 하면서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음악이 생겨나을 것이라고 하고, 춤의 동작에 맞추기 위해 생겨났다는 여러 가설 등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가설들이 있어요. 콕 집어서 이런 이유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럼 이렇게 생긴 음악들은 언제부터 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을까요? 기원전 약 3000년 전 경부터 500년까지의 음악을 고대 음악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의 음악은 모두 신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필요했던 음악입니다. 고대 음악에 관한 문헌이나 악보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발굴된 악기 또는 회화, 조각 등에서 그 양상을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원전 3000년경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고대음악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악기로는 리라, 키타라라고 불리는 하프류의 악기와 두 개의 관으로 돼있는 아울루스 지금의 오보에 같은 목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인 북 등이 각 지역에서 사용되었어요. 고대음악은 축제 제례나 종교 등 국가행사와 관련해서 발전되었고, 직업적 음악가가 나타났죠. 직업이 음악가인 고대 시절이 그립습니다. 음악을 해서 생활이 가능했다는 건데 어쩌면 지금 보다 음악가의 대우는 훨씬 좋았을 겁니다. 
고대 철학자나 음악가들은 음악이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에토스론에 입각해서 좋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처음에는 윤리적 목적만을 위해서였기에 디오니소스적인 시끄럽고 관능적인 음악은 경계했지만 나중엔 이성적인 아폴론의 음악도 감정적인 디오니소스의 음악도 모두 허용합니다. 윤리적 음악에서 단순한 오락으로서도 발전하기에 이른 거지요.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 같아요. 사람이 사람이랑 사니 지켜야할 윤리 도덕도 중요하지만 좀 놀고 싶을 땐 마구 감정적인 음악이 필요하죠. 이 시대의 철학가들은 음악에 관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철학자. 누가 있을까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런 사람들이죠. 고대에는 철학자가 음악가이고 수학자이고 시인이고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말 지금 이 시대가 원했던 인재상이에요.
 
암흑의 천 년 중세는 기독교 음악
그렇게 시작했던 고대 음악은 암흑의 천 년이라 말하는 중세시대(476~1453)로 넘어가요. 이 중세 음악은 여러분이 게임 캐릭터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어요. 당시의 음악을 약간 현대식으로 표현해서 들려주는 곡들이 상당합니다. 중세시대의 음악은 대개 그리스도와 교회와 관련된 음악이었고 전적으로 기독교 음악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내용이고, 개인적인 인간의 감정 등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그리고 4세기경에 네우마라고 하는 음악 기호가 발생하면서 음악 역사의 시작은 해독될 수 있는 악보와 연주될 수 있는 악기가 보존되어 더 발전되게 됩니다. 
결국 서양음악사는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죠. 그레고리오 성가란 이전에 흩어져 있던 성가들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정리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사는 모두 라틴어로 되어 있고, 가사의 내용은 모두 전례 음악이기 때문에 굉장히 성스럽고 엄숙합니다. 들으면 뭔가 신비스러워서 슬슬 체면에 걸릴 것 같기도 해요. 아이들은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려주면 잘 잡니다. 어떤 친구들은 조금 무서워하기도 하던데 저희 아이는 잘 자더라고요. 이 성가는 모두 남자 수도사들이 불렀습니다. 평민들은 부르기가 어려웠어요. 글도 모르고 악보도 읽을 줄 몰랐으니까. 그레고리안 성가는 대부분 단선율의 성가였는데 당시엔 기악은 불경스러운 것이라고 해서 오로지 인간의 음성만으로 불렸습니다. 리듬은 자유롭고 미묘하고, 박자 구분이 없으며 단조롭죠. 그래서 들으면 기분이 더 묘해져요. 전례 중 항상 미사에 쓰이는 음악을 미사통상문이라 하는데, 키리에(자비송), 글로리아(영광송), 크레도(사도신경), 상투스(거룩하시도다), 아뉴스 데이(하느님의 어린 양) 등 5곡입니다.
예전에 강동원 씨가 멋진 신부님으로 등장했던 영화 검은 사제에서도 ‘파스카 희생 제물이 되어’라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을 수 있어요. 오늘은 그레고리안 성가 중에서 상투스 <거룩하시도다> 음악을 현대식으로 편곡한 곡을 듣겠습니다. 천상의 소리로 불리는 리베라의 노래인데, 귀여운 소년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영국의 합창단입니다. 종교적인 내용의 곡을 부르지만 자유롭게 편곡한 곡들이라 듣기에 부담 없어요. 여러분 잘 아시는 캐논 멜로디에 상투스가 겹쳐져 있고요. 이 음악은 예능 프로 등에서 반전이나 신비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때 배경 음악으로도 자주 쓰여서 들으면 금방 아실 거예요. 중세! 유일신에게 바쳤던 인간의 음악인 그레고리안 성가 잘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 검색어- 그레고리안 성가
노래- 리베라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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