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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성용품? 생리대? 월경대? 뭐라고 불러야 할까?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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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A씨는 SNS에 심한 생리통의 괴로움을 하소연하는 글을 올리려다 멈칫하였다. ‘생리 ‘월경을 돌려 말하기 위해 ‘생리 현상이라는 표현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월경과 생리라는 두 표현 사이에서 고민이 되었다. ‘월경을 굳이 ‘생리로 돌려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동시에, ‘월경이 들어간 표현은 자주 사용하지 않아 낯설었기 때문이다. 월경, 월경대, 월경통도 생리, 생리대, 생리통과 함께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월경이 들어간 말보다는 ‘생리가 들어간 말이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B씨는 초등학생 때 생리가 ‘이상한표현인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조별 초성퀴즈의 제시어로 ‘ㅅㄹ이 나왔을 때였다. 몇 개의 단어를 말한 후 더 이상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B씨는 같은 조의 한 친구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B:  “왜 그러고 있어? 단어 생각났어? 뭔데?”

  친구: “좀 이상한 말인데.”

  B: “일단 말해봐!”

  친구: “생리.”

 B씨는 친구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말이자 당연한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고 말하면 안되는 표현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숙한 여성의 자궁에서 주기적으로 출혈하는 생리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은 한국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상적인 표현에는 생리, 월경, 달거리, 마법, 그날, 대자연 등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같은 뜻의 단어로 월경, 생리, 월객, 월후, 달수, 멘스, 월사, 경도, 달거리 등의 단어가 등재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어에는 월경을 가리키는 표현이 매우 다양하다. 대상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금기시되는 경우, 에둘러 말하는 표현이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월경이나 생리 대신에 ‘마법, 그날, 대자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월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월경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월경을 돌려 말해야 할까?

 월경에 대한 생각은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월경을 “월경이나 “생리라고 직접 말하면 금기어를 말한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화장실을 갈 때 생리대를 꽁꽁 숨겨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생리혈은 파란색이 아니다라는 문구로 기존 생리대 광고를 비판하는 광고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월경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할 만큼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 외에도 월경에 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인식을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나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인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월경을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월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월경을 할 때 사용하는 용품의 이름에는 ‘생리대’, ‘생리컵’, ‘생리팬티와 같이 ‘생리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생리가 월경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꺼려 만들어진 표현이라면, 월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관련 용어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월경에 대한 금기가 풀렸다면, 금기가 풀린 단어는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까? 월경이라는 이름에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월경에 관한 더욱 건강하고 유익한 논의를 위해서 월경 용어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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