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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op.73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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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5
사진=셔터스톡
‘예’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힘듭니다. 모두들 그 사람을 칭송하는데, 나만 아니라고 반대색을 드러내는 건 어지간한 배포와 용기가 없인 불가능하죠. 머리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간 불이익 받을 게 뻔하니 선뜻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표현한 용감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시대의 영웅 베토벤입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이자 역작인 ‘황제’입니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하던 당시에 나폴레옹은 전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원래 베토벤은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해 자유·평등·박애를 외쳤던 나폴레옹을 존경했지만 나중에 그가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하죠.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그렇게 평등을 외쳐대던 나폴레옹인데 그 역시 권력의 힘 앞에 비굴해집니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생각하면서 작곡했던 교향곡 3번을 ‘영웅’이라는 제목 대신 ‘보나파르트’라는 나폴레옹의 이름으로 대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나폴레옹 자신이 그런 권력을 독차지하는 순간, 더 이상 그는 베토벤에게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 베토벤은 나폴레옹에게 당당히 ‘아니오’라고 이야기합니다.
‘황제’라는 제목은 웅장한 느낌을 주는 1악장 때문에 붙었습니다. 베토벤의 친한 친구인 독일계 영국 피아니스트 겸 출판업자 요한 B.크라머가 런던에서의 출판을 위해 넣은 것입니다. 당연히 베토벤의 동의하에 이뤄졌겠죠. 예나 지금이나 제목을 참 잘 지어야 해요. 황제라는 제목 덕에 더 널리 울려 퍼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좋은 작가 옆엔 좋은 편집자가, 좋은 작곡가 곁엔 대중을 읽을 수 있는 출판업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나저나 베토벤은 예민하고 솔직한 성격 때문에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외골수였나 싶었는데, 다행히 음악적으로 교감을 나눌 소울메이트들은 많았네요. 비서이자 친구였던 쉰들러도 그렇고 크라머라는 이 출판업자도 그렇고요. 다행이에요.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하나의 이야기를 3부로 나눠서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1악장은 간판스타처럼 주요 멜로디가 등장하면서 빠른 템포이고, 2악장은 나직하고 느리면서 우아하게 그리고 마지막 3악장은 역동적으로 휘몰아치면서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전체 40분 정도 되는 곡으로, 1악장만 연주 시간이 20분이에요. 베토벤 황제 들으면서 운전하다 보면 강남에서 출발해 분당에 도착할 때 곡이 마칩니다.
 
집념과 열정 그러나 힘든 밥벌이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을 모두 5곡 작곡했는데, 32개의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보인 바와 같이 피아노에 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작품번호 15, 2번은 19, 3번은 37, 4번은 58 그리고 마지막 협주곡 5번이 73입니다. 작품번호에서도 알 수 있듯 끊임없이 음악을 작곡한 거예요.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스스로 보완하고 수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결국 이런 역작을 만들어 냈죠. 그의 이런 열정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큽니다. 집념은 작곡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도 존경받을 부분입니다.
베토벤은 이전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에 비해 점점 더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귀족들의 후원을 무시하진 못했어요. 나폴레옹이 빈을 공격하자 베토벤을 후원하던 귀족들이 모두 달아나게 돼서 한동안 베토벤도 곤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전황이 정리되어 감에 따라 빈의 질서와 생활도 점차 정상적인 상태를 되찾아갔고, 결국 10월 14일 쇤부른 궁전에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강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단락된 후 베토벤도 다시 안정을 찾아가요. 그 와중에 작곡된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입니다. 자신의 후견자 겸 제자인 루돌프 대공을 위해 1809년에 프랑스 군대의 포격이 쏟아지던 빈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작곡한 지 약 2년 반 뒤인 1811년 11월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성공리에 초연됐습니다.
웅장 아니 웅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1악장에선 강하고 힘 있는 멜로디를 펼치지만 2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 겪는 좌절을 표현하면서 잔잔한 파도처럼 노래합니다. 이상을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천하의 베토벤도 마음이 불편했어요. 믿었던 정치가에 대한 배신 그리고 자기에게 연금을 줬던 귀족들이 사라져서 다시 피폐해진 자신의 삶. 복잡다단한 감정이 이런 멋있는 멜로디를 만들어 냈습니다. 듣고 있으면 없는 눈물도 뚝 떨어질 지경입니다. 이 멜로디는 오스트리아의 순례의 노래 멜로디를 사용했다는데 그래서 더 숭고하고 애절하게 들리는 걸까요?
 
고난 뒤에 찾아오는 약간의 평화
시대가 어려워지고 마음이 혼란스러워질수록 더욱 와 닿는 베토벤의 작품입니다. ‘아니오’라고 말했기에 겪는 힘듦에도 당당하게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았던 베토벤. 고난 뒤에 찾아오는 약간의 평화를 음악으로 표현했던 베토벤. 그런 베토벤을 기억하며 마음을 정리해봅니다.

유튜브 검색어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지휘 정명훈 / 피아노 조성진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 피아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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