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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새해에도 희망을 걸어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 op.314
입력 : 2020.01.07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린 저마다의 소원을 빕니다. 갖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바람은 더 간절해지네요. 어릴 때엔 바라는 것마다 다 이뤄졌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한 가지 소원도 이루기가 힘듭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요? 갈수록 빈말 같은 덕담이 오가지만 그래도 절망으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희망을 걸어보는 새해가 낫겠죠? 여러분은 이번 새해에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그중에 제일 간절한 소원은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한국에선 새해에 가족끼리 모여 떡국을 끓여 먹고 서로 좋은 기운들을 나눠 갖습니다. 독일 유학 시절엔 한국에 있을 땐 잘 먹지도 않던 떡국이 얼마나 그립던지요. 사실 어쩌면 제가 그리워한 건 떡국이라기보다는 가족이었을 겁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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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빈에서 들려온 새해 인사
혼자 향수병에 젖어 있는 저에게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역시 음악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유럽 사람들은 새해 역시 음악으로 그 창대한 서막을 올립니다. 특히 빈의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in Wien)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한 유명 극장 덕에 위성 생중계로 이 연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다녀왔는데요, 극장에 정말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클래식 동호회에서 단체로, 둘둘 커플끼리도, 저처럼 부모는 좋아서 오고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그런 가족도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새해에 스키장 대신 극장에 왔다고 계속 투덜거리지만 못들은 척 하고 데려왔습니다. ‘언젠간 이 엄마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 거야’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말입니다. 한국의 클래식 인구가 적다고 해도 예전에 비하면 클래식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생중계 화면에는 한국의 유명 정치인 얼굴도 보이고 매번 기모노 입은 일본 사람들 얼굴이 많이 비치다가 올해는 중국 젊은 신사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빈 신년음악회의 실황 중계는 오스트리아방송협회(ORF)와 독일 제2텔레비전(ZDF), 일본 NHK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위성을 통해 세계 40여 개 국가에 동시 송출되고 있습니다. 공연 실황 뿐 아니라 빈 국립 발레단이 연주곡에 맞추어 안무한 발레 장면도 삽입되고 , 중간 휴식 시간에는 오스트리아의 여러 관광 명소들을 소개하는 영상도 보입니다. 독일 집에서 국영방송을 통해 흐르는 왈츠를 들으며 괜스레 울컥도 했다가 함께 박수도 쳤다가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올해 새해는 이렇게 서울에서 오스트리아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신년음악회의 필수 프로그램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작품번호 314입니다. 서울 한 복판에 한강이 있다면 빈(wien)엔 도나우 강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학원에서 배웠던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명곡 생각나시나요? 원어명과 영어명이 달라서 좀 헷갈리지만 ‘도나우(Donau)’ 강은 영어로 ‘다뉴브(Danube)’강이고, ‘빈(Wien)’은 ‘비엔나(Vienna)’입니다. 독일 서남부 검은 숲(Schwarzwald)에서 시작된 강줄기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헝가리를 지나 동쪽에 있는 흑해로 빠집니다. 그래서 도나우 강은 꼭 빈에만 있는 게 아닌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덕에 도나우는 오직 빈에만 흐르는 것 같아요.
 
절망의 순간에 더 절실한 희망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보이고, 희망은 절망의 순간에 더 절실해진다지요? 듣고 있으면 저절로 어깨를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 왈츠입니다만, 사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전쟁(1866년)에서 참패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해 1867년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곡입니다. 이 곡은 ‘왈츠의 아버지’이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버지)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더불어 오스트리아의 비공식 국가 같은 곡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리랑입니다.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희망을 노래했기에 신년음악회에 꼭 연주되는 곡입니다. TV에 나오는 유명 커피광고의 음악으로도 드라마에서도 삽입곡으로 쓰이고 있지요.
빈 신년음악회는 다른 음악회와는 달리 앙코르에는 약간의 퍼포먼스가 함께 합니다. 앙코르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를 연주하면 시작하자마자 관중들이 익살스럽게 박수를 칩니다. 그러면 지휘자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돌아서 씩 웃으며 빈 필 단원들 모두와 함께 청중들에게 새해 인사를 합니다. 인사 후엔 제대로 연주를 시작하고, 아버지 작품인 라데츠키 행진곡의 경우에는 청중들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딱딱하고 근엄한 음악회가 아닌 웃음과 연기가 있는 무대지요. 지휘자도 관현악단이 아닌 청중들을 바라보며 지휘하는 것이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지못해 온 아들 녀석도 마지막 앙코르에선 어깨를 움직이며 흥겹게 박수도 치고 잘 들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금 동상이 지키고 있는 빈의 시립공원도 가고 싶고,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빈 음악협회 황금홀도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러분의 건강과 주변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하는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받은 지인의 재치 있는 새해인사로 글을 마무리하렵니다.
여러분!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웃음 가득한 경자년 되세요!

유튜브 검색어- 요한 스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
지휘- 안드리스 넬슨스 2020 빈 신년음악회
지휘- 앙드레 리우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 2014 빈 신년음악회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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