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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묘한 삼각관계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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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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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탐험 중 하나는 ‘여자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었다. ‘여자 셋’을 모아 만든 한자 ‘姦’에서 출발하여 ‘女’와 ‘男’이 들어가 만들어진 한자들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했다. 탐험의 과정을 함께하며 누군가는 눈을 찡그리고, 누군가는 생각을 바꾸었으며, 누군가는 옛말에 동의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삼각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어느 날, 삼각관계인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때 ‘남성 둘과 여성 하나’로 이루어진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자. 이에 대한 생각을 마쳤다면, 이 관계가 ‘여성 둘과 남성 하나’로 이루어진 삼각관계와 어떻게 다를지 그려보자.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고민을 끝냈다면, 함께 이번 언어 탐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탐험에서 ‘嬲(희롱할 요)’를 언급하면서, 다음 탐험에서 이 문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올 것을 예고했었다. ‘嬲’라는 글자는 두 男(사내 남) 사이에 한 女(계집 녀)가 끼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한자의 가장 대표적인 의미는 ‘희롱하다’이다.  

그럼 이번에는 ‘嫐’를 살펴보자. 이 문자는 앞의 것과는 달리 두 女(계집 녀) 사이에 한 男(사내 남)이 끼어 있는 구성이다. 이 글자의 대표 의미 또한 ‘희롱하다’로 ‘嬲’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이 두 문자의 차이는 그저 ‘형태’일 뿐일까?  

‘嬲’의 다른 의미로는 ‘놀리다, 흩뜨리다, 어지럽게 하다’가 있다. 그러나 ‘嫐’의 다른 의미는 ‘샘내다’이다. 이들에 따르면 남성 둘 사이에 여성이 끼어 있으면 ‘놀리고, 흩뜨리고, 어지럽게 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여성 둘 사이에 남성이 끼어 있으면 ‘샘내는’ 일이 벌어진다. 즉 이 두 글자는 ‘남성 둘과 여성 하나로 이루어진’ 삼각관계가 ‘여성 둘과 남성 하나로 이루어진’ 삼각관계와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말해 주는 듯하다.  

‘嬲’의 ‘놀리고 흩뜨리고 어지럽게 하는’ 것은 모두 직접적인 행위에 가깝다. 그런데 ‘嫐’는 ‘샘내다’로 직접적인 행위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의미한다. 결국,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성별에 대한 이미지’를 언어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이 생각을 하면서 ‘바지사장’과 ‘얼굴마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두 단어를 고려대학교 한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바지사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는 운영자가 아닌 사장’을 말하고, ‘얼굴마담’은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실속은 없이 겉으로만 그 분야나 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는 뜻풀이를 만날 수 있다.  

두 단어의 의미는 무척이나 유사해 보인다. 그런데 두 단어의 예문을 살피면 ‘바지사장’은 주로 남성의 역할이고, ‘얼굴마담’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바지사장’의 ‘사장’은 ‘회사의 책임자, 최고 권위자’ 등의 의미를 지니지만, ‘얼굴마담’의 ‘마담’은 ‘술집이나 다방 따위에서 그곳을 대표하는 여주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이에 대해, ‘사장은 바지를 입고, 마담은 얼굴을 보여주는 건가?’, ‘사장은 회사의 대표자이고, 마담은 술집의 대표자라는 뜻인가?’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울러 이 두 표현 속에 숨겨진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이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嬲’와 ‘嫐’에 담긴 이야기와, ‘바지사장’과 ‘얼굴마담’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들에 담긴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것일까, 아니면 오늘날도 유효한 것일까?  

이 시점에서 다시 앞서 던진 ‘삼각관계’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이 궁금해진다. 우리의 답변을 한 데 모으면 이것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 속으로 그리고 있는 두 종류의 ‘삼각관계’에 대한 생각,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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