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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크리스마스엔 차이코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작품번호 7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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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24
연인들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즌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예전 같으면 거리에서 캐럴이 많이 들렸는데 요즘은 거의 들을 수가 없습니다. 캐럴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괜스레 적적한데, 아쉬운 마음을 공연으로 달래볼까요? 캐럴과 더불어 12월이 되면 공연장에서 어김없이 들리는 클래식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입니다. 크리스마스엔 뭐니 뭐니 해도 차이코프스키가 적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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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남자 차이코프스키
대부분 그의 작품들은 어둡고 고상하고 우아한 선율인데 반해 호두까기 인형은 좀 다릅니다. 경쾌하고 귀엽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예외적인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40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나 1893년에 죽었는데, 처음에는 법을 전공했다가 나중에 음악을 공부하게 된 사람이죠. 보통 법을 전공한 분들이 책을 많이 봐서인지 문학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가 굉장히 잘 생겼는데, 보기에 예쁜 것들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발레 같은 예술 장르죠. 발레음악하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이 가장 유명한데요, 매번 학교 다닐 때 시험에도 나왔어요. 바로 백조의 호수(1876),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 호두까기 인형(1891~1892) 시대 순으로 이렇게 세 곡이죠. 저는 앞자만 떼서 ‘백잠호’라고 외웠어요.(이렇게 외우는 방법이 지금은 유치해도 입에 붙으면 유용할 때가 있답니다.)
원작인 호두까기 인형의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원작은 환상소설이었지만. 발레로 각색되었습니다. 요즘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가 많은 것처럼 원작이 좋으면 다른 장르로도 많이 각색되죠. 독일의 아주 유명한 환상소설 작가인 E.T.A. 호프만은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이란 소설을 썼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게 이 호프만은 법을 전공했고, 본래 직업은 사법관이었는데 취미로 쓴 글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습니다. 대단한 사람이죠. 생각을 엄청 재미나게 하는 사람이라 다방면에 소질이 많았습니다.
여자 주인공 마리와 그의 오빠 프리츠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다 준 드로셀마이어 삼촌 등이 나옵니다. 책에 따라 대부님이라고도 할아버지 또는 삼촌 등 각각 역할이 변하긴 하는데 여기서는 삼촌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원래 이모나 삼촌이 조카들 선물을 많이 사주잖아요. 발레에서는 여자 주인공 이름이 클라라로 바뀝니다. 삼촌이 사다주신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1892년에 초연 당시에는 혹평을 금치 못했죠.
일단 우리는 발레를 볼 수는 없고 듣는 발레로 대신할 건데, 발레로 보면 1시간 30분이 가까운 공연이지만 기악 연주인 발레 모음곡은 모두 8곡으로 구성이고 평균 30분 정도 걸립니다. 작은 서곡 – 행진곡 - 사탕 요정의 춤 - 러시아 농부의 춤(트레팍) - 아라비아의 춤 - 중국 춤 - 갈잎 피리의 춤 - 꽃의 왈츠 이런 순서고요,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인 꽃의 왈츠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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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사진=셔터스톡
발레,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몸짓
러시아하면 발레를 빼놓을 수가 없죠. 마린스키, 볼쇼이 발레단 등 내한하는 유명 발레단들도 정말 많습니다. 제가 아들 나이였을 때 부모님 손잡고 발레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 시절엔 발레 공연을 본다는 게 생각보다 흔한 일은 아니었거든요. 요즘이야 어린 친구들도 취미로 발레 배우고 어른들도 몸매 관리를 위해 배우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발레는 왕실의 문화였습니다.
보통 클래식을 접하는 순서랄까 단계가 있는데, 처음에 유명한 선율이 있는 기악 음악에서 성악 오페라를 듣고, 다음 단계에서는 발레를 봅니다. 음악이 빚어내는 서사 위에 발레 동작이 색깔을 입히는 거죠. 발레 역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발레의 역사는 세계사와도 연관이 됩니다. 의외죠? 세계사와 연관이 있다는 게. 사실 모든 문화는 정치와 역사와 함께 움직입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발레는 16~17세기에 프랑스 궁정에서 꽃을 피우죠. 바로 이탈리아 최대 갑부 메디치가의 까트린 드 메디치 공주 덕입니다. 이 까트린이 14살에 프랑스의 앙리 왕자랑 결혼하면서 이탈리아 음악가와 발레 무용수들을 많이 데려 와요. 이탈리아 문화를 프랑스에서도 누려야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탈리아에 있는 것은 모든 것이 프랑스에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카트린이 프랑스 문화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어요. 역사 속에서는 그녀를 자식 잡아먹은 검은 왕비로 악인 취급하지만 좋은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습니다. 
카트린과 프랑스 역사에 관해서는 <여왕 마고>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왕정에서 발레가 얼마나 영향력을 펼쳤는지는 영화 <왕의 춤>에서도 자세히 그려져요. 태양왕 루이 14세와 이탈리아 음악가이자 무용수인 륄리의 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재미있어요. 아무튼 발레가 프랑스 궁정에서 꽃을 피우고, 이 프랑스의 발레가 18세기와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기에 발전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프티파라는 프랑스 무용가와 차이코프스키가 있어요. 다른 음악가들과 달리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음악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어요.

배달앱 광고 음악과 신기한 악기 첼레스타
세 번째 등장하는 사탕 요정의 춤은 광고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광고 음악으로 쓰였어요. 우아한 발레 음악으로 그렇게 재미난 광고를 만들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특히 이 곡에서 주의 깊게 들어볼 부분은 첼레스타라고 불리는 신기한 악기예요. 19세기 말에 개발된 첼레스타는 건반으로 철제 울림판을 때려 연주하는 건반악기이자 유율타악기 그러니까 음률이 있는 건반 악기예요. 종소리와 비슷한 음색이 특징적인데 건반을 이용해 빠르게 연주할 수 있어서 오케스트라의 음향에 다채로운 효과를 더해줍니다. 음색과 음량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건반악기나 하프와 함께 편성될 때는 주의해서 연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음색의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되면 소리가 섞이면서 잘 안 들리고 별다른 효과를 못 보거든요.
차이코프스키는 이 신기한 악기를 자기만 쓰고 싶어서 악기 제작자에게 다른 사람들한텐 이런 악기를 소개하지 말라고까지 당부를 했다는군요.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들은 음악에 관해서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신경 써 가면서 만들었던 작품인데, 초연 때 실패를 하고 맙니다. 나중엔 성공을 하지만요. 사람들이 발레에 거는 환상이 있잖아요. 예쁜 어른 주인공이 나와야 하는데, 주인공이 클라라라는 여자 어린이인 것이 사람들은 싫었어요. 보통은 예쁜 공주나 왕자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주인공 설정 자체가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거죠. 발레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그랑 파트되, 그러니까 남녀 두 주인공인 무용수가 서로 춤을 추는 장면이 그려지질 않는 겁니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그랑 파트되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원작에 재안무가 가미되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 왕국의 여왕인 사탕 요정의 춤이 겹쳐지면서 인기를 몰아갑니다.

크리스마스엔 아름다운 사람 차이코프스키와!
발레도 보고 음악도 듣고 신기한 악기들도 접하니 아이들에겐 꿈과 환상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되돌리는 좋은 작품입니다. 호두까기 인형 발레가 성공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 때문이었는데, 전후인 1954년에 미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으레 공연 하나쯤은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부터 호두까기는 연말 단골 상품이 됐어요.
올 겨울엔 연인끼리 또 아이들 데리고 가족 모두 호두까기 발레 공연 같이 보는 즐거운 시간 갖으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아름다운 사람 차이코프스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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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사탕 요정의 춤
배달앱 광고에 나오는 사탕 요정의 춤
꽃의 왈츠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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