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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권정은의 아이 그림 토크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권정은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히 보여지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명화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어른들과 나누어 그 순수함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엄마의 품, 엄마의 마음 아이의 눈으로 본 보자기 매듭에 이런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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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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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박리엔 作
색연필로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보자기 매듭만을 그렸다. 열한 살 리엔이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남다르게 보이는 이 그림을 연분홍, 연하늘, 연노랑, 연보라, 연녹색, 연주황 등의 따뜻한 색으로 색연필의 부드러운 질감을 잘 살려서 정성스럽게 그려냈다.
매듭은 매듭의 딱딱하게 묶인 부분보다는 매듭의 끝 꼭지의 부분을 마치 흘러가는 물결처럼, 바람처럼, 그리고 새 깃털처럼 그려서 각각의 매듭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여유롭게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이 보인다. 정보 없이 이 그림을 본다면, 어린아이 그림이라기보다는 어느 화가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라 봤을 것만 같다.
부드럽게 꽉 찬 보자기 매듭, 매듭만 있어서 어찌 보면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꽃처럼 바람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에서 여러분은 무얼 보시는가?
“장롱 앞에서 엄마가 옷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옷을 감싼 보자기들을 보고 이 그림 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옷더미들을 묶은 보자기들이, 특히 보자기 매듭이, 옷을 감싸고 있는 그 모양이 마치 솜사탕 같다는 생각을 처음엔 했어요. 그런데, 솜사탕 같은 보드라운 보자기가 옷을 감싸고 있는 게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많은 옷을 묶은 보자기들이 엄마의 마음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그린 이 보자기 매듭들은 전부 엄마의 품이고, 엄마의 마음이예요.”
 
뭐든 다 받아주는 엄마의 마음
순간, 감동에 말문이 막혔다. 옷정리를 위한 보자기 묶음에서 엄마의 마음을 떠올렸다니... 뭐든지 다 받아주고 안아주는 엄마의 마음말이다. 이 많은 보자기 매듭들 하나하나는 모두 수천번 자기를 안아주었던 엄마의 품에 대한 기억이고 수없이 자기를 보듬어주었던 엄마의 마음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엄마들의 품이자 마음이다.
보통 매듭 하면, 꽉 묶이고 단단한 힘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예의 대표적 그림이, 매듭 시리지를 많이 그리는 한운성 작가의 매듭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그런 힘과 기운이 아름다움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매듭의 단단한 힘보다는 부드럽게 뭔가를 감싸 안고 있는 상태에 더 마음을 둔 것이다. 매듭으로 묶어져야 뭔가를 안을 수 있고 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보자기의 부드러운 질감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 몫 더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하게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자기라는 물건에 대해 사람의 정서를 연결해서 엄마를 떠올렸다는 것은 정말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표현은 또한 어떠한가? 그림 재료들은 각자 다른 표현의 성격이 있어서 어떤 재료로 그 대상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 그림을 위해 색연필이라는 연하고 부드러운 재료를 떠올려 표현했다는 것도 기특하다.
더구나 색연필은 또 다른 부드러운 미술 재료인 파스텔과 달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하나하나 선을 긋고 색을 칠해야 하는, 어찌 보면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는 재료다. 그렇게 하나하나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시간의 과정들이 마치 엄마의 마음 그 자체 같아서, 엄마의 마음과 더 닿아있어서, 아이가 그림을 그렸던 그 시간은 현대 미술가들이 개념미술로 하는 퍼포먼스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 시간 과정이 미술 작업 자체인 것 말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아이다움이 또한 담겨 있다. 이 아이는 그림에 늘 숨은그림찾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듭의 꼬리 부분 형태와 비슷한 모양인 물고기와 부레옥잠이란 꽃을 살짝 숨겨 넣었다. 보자기 매듭들 사이에서 물고기와 부레옥잠을 찾아보는 재미도 즐겁다. 아이 그림만의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고, 좋은 그림이란 것은 무엇인가? 오늘 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서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손 훈련뿐 아니라, 마음 훈련, 시선 훈련이 함께 필요한 것임을 느낀다. 그런 차별화된 마음과 시선이 손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때 사람들은 감동을 얻게 되고, 그림의 정서와 메시지는 잔잔한 물결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퍼져 나간다.
따뜻한 추상화 같은 그림, 보자기 매듭을 색연필로 그려서 나타낸, ‘엄마의 품, 엄마의 마음’. 우리도 누군가에게 보자기처럼 따뜻한 품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엄마처럼,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권정은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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