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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보는 인물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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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문명을 이끈 신문 배달부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 9. 22 ~ 186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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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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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신로아

 1791년, 마이클 패러데이는 영국 런던 테임즈강 남부의 뉴잉턴에서 대장장이 제임스와 마가렛의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당시는 문맹자가 많았던 시절이어서 가난한 대장장이의 자녀가 학교를 가지 않아도 흉이 될 것은 없었지만, 제임스 부부는 자녀들이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3살이 되었을 때 패러데이는 조지 리보(George Ribeau)가 운영하는 책 제본소의 심부름꾼이 되어 신문 배달을 했다. 그는 영특하고 부지런했기 때문에 사장 리보는 물론이고 고객들도 그를 좋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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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배달부 소년, 마이클 패러데이]
by Walter Copeland Jerrold(1865–1929), 출처: Gutenberg.org  

 신문 배달을 시작한 지 1년 후 사장 리보가 7년 도제 계약직을 제안하여 패러데이는 수습생 계약서에 서명하고 일을 시작했다. 인쇄된 종이를 묶어 바느질하고 가죽 표지를 덧대어 책을 제본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신문을 빠짐없이 읽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제본하면서 그 내용을 두루 섭렵했다. 또한 공부한 내용은 꼼꼼히 요약 노트에 적고 제본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다. 그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제인 마셋(Jane Marcet 1769-1858)이 쓴 ≪화학에 대한 대화 Conversations on Chemistry(1805)≫였다고 한다.

 런던의 단칸방에서 대장장이로 고단한 삶을 살았던 패러데이의 아버지는 그가 19세이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그 해 패러데이는 1실링을 내고 간절히 듣고 싶었던 과학철학협회 존 테이텀(John Tatum)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강연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꼼꼼히 노트에 정리하여 스승인 리보에게 증정했다.

 20세 무렵 패러데이는 런던철학협회에 가입하였고 매주 한 번씩 열리는 협회 강연에 참석하며 공부했다. 강연을 통해 볼타전지의 제작법을 알게 된 그는 동전과 아연판을 이용하여 축전지를 만들었고 전기분해 실험도 했다. 그가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제본소 고객 중의 한 사람이 패러데이의 열정에 감복하여 왕립연구소1)에서 네 번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입장권을 선물했다. 강연에 초대된 패러데이는 연미복을 빌려 입고, ‘웃음 가스(일산화 이질소)’의 마취 효과를 발견하여 유명해진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의 화학 강연을 들었다.

1)영국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799년에 설립된 기관이다. 1660년 상류층을 중심으로 결성된 왕립학회(Royal Society)와는 구별된다.

 7년의 도제 수업을 마치고 직장을 알아보던 패러데이는 프랑스 이주민이 운영하는 서점에 취직했다. 독신이었던 서점주인은 자기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달콤한 조건으로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과학의 매력에 빠진 청년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적은 편지를 험프리 데이비에게 보냈고, 1813년 2월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빈자리가 없으므로 당신을 채용할 수 없다는 실망스런 답변을 듣고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데이비가 화학 실험 중 폭발 사고로 눈을 다쳤고, 얼마 후에는 그의 조수가 실험기구 제작자와 치고받고 싸우는 바람에 연구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덕분에 패러데이는 데이비의 조수로 계약을 맺고 연구소의 맨 위층 두 개의 방을 사택으로 받아 연구소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가을 데이비는 아내2)를 동반하고 유럽 과학 순례 여행을 떠나면서 패러데이를 조수 겸 수행 비서로 데려갔다. 여행 기간 동안 일행은 물리학자 앙페르(Andre-Marie Ampere), 화학전지를 만든 볼타(Alessandro Volta), 패러데이가 존경하는 제인 마셋(Jane Marcet)도 만났다.

2)데이비의 아내 제인(Jane Kerr)은 사망한 부친과 사별한 전남편의 유산까지 물려받은 부유한 여인으로 사교계에서 유명했다. 그녀는 새 남편 데이비와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패러데이를 아랫것으로 취급하면서 많이 괴롭혔다. 특히 제인 마셋이 마련한 만찬 식탁에서 그녀는 합석했던 패러데이에게 부엌에 가서 하인들과 함께 식사하라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남편 데이비와 다툼이 잦아지면서 그녀는 홀로 외국 여행을 다녔다.

 1816년 25세의 패러데이는 과학 계간지에 첫 논문을 발표했고, 런던철학협회에서 강연 활동도 시작했다. 1821년에는 교회에서 만난 사라(Sarah Barnard, 1800–1879)에게 청혼하여 백년가약을 맺고 왕립연구소에 신혼집을 차렸다.

 1820년 4월 하순 덴마크의 물리학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 ~ 1851)는 강연 도중에 전류가 흐르는 전선 주위에서 나침반의 자석 바늘이 움직이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립연구소의 월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 1766~1828)은 데이비와 대화하면서 자침이 회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만 데이비와 월러스턴은 각자 자신들의 볼일을 보느라 더 깊이 연구하지 않았고, 패러데이는 그들의 대화를 귀담아 두었다가 혼자서 전기 실험에 몰두했다.
 
 패러데이는 전선 주위에서 나침반 바늘이 회전하므로, 자석을 고정하면 전선이 회전할 것이라는 발상을 떠올렸다. 예상은 적중했고, 그는 실험을 거듭하여 1821년 9월 수은에 도선을 담가 금속 막대와 전선이 회전하는 장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기 에너지를 역학 에너지로 바꾸는 인류 최초의 전기 모터였다. 이에 관한 논문 ≪전자기력에 의한 회전(Electromagnetic rotation)≫은 물리학 연보와 계간 과학 저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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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데이의 전동 장치 ]
왼쪽 그릇에서는 금속 막대가 회전하고, 오른쪽 그릇에서는 도선이 회전한다.
출처: Quarterly Journal of Science, Literature and the Arts, 1821, volume XII  

 그런데 패러데이는 논문에서 데이비와 월러스턴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서 데이비는 배은망덕하다며 크게 노여워했고, 1824년 패러데이가 왕립학회(Royal Society) 회원 후보로 추천을 받게 되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데이비는 1820년부터 왕립학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패러데이는 다수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자신의 원래 직장인 왕립연구소의 실험실 관리자로 승진했다. 1826년부터 패러데이는 학자들의 학술 토론을 위한 ‘금요일의 저녁 강연'과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을 시작했다.

 험프리 데이비는 1826년에 손과 발에 마비 증상이 왔고 1827년에 왕립학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1829년 51세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패러데이는 그의 죽음을 무척 슬퍼했다고 한다.
 
 패러데이는 전기가 자기력을 만들어내므로, 자기력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상을 떠올리고 1831년 8월 말에 전자기 유도 실험을 하였다.

 그는 연철로 만든 둥근 고리의 양쪽에 피복으로 감싼 구리 전선을 감아 한쪽에는 전지를 연결하고 다른 한쪽에는 검류계를 연결했다. 스위치를 켜서 한쪽 전선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연철 고리는 자석이 되었다가 스위치를 끄면 자성을 잃어버리는 전자석 역할을 한다. 반대편 쪽에 감은 도선은 전원과 연결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그런데 패러데이는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순간에 전원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도선에 전류가 생성되어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패러데이는 전류의 변화가 연철 자기장의 변화를 일으켰고, 자기장의 변화로 인해 반대편의 도선에 전류가 생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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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의 발견에 이어 원통형으로 감은 전선 코일 속으로 자석을 밀어 넣거나 빼낼 때 전류가 흐르게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자석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전류가 흐르지 않았고, 반드시 자석을 움직일 때에만 전류가 흘렀다. 또한 자석의 운동 방향이 바뀌면 전류의 방향도 바뀐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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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데이는 발견 사실을 발표하면서 전기장을 시각화하기 위해 전기력을 역선(力線)으로 묘사했다. 양전하에서 뻗어 나와 음전하로 들어가는 역선은 끊어지거나 교차하지 않으며 조밀한 곳일수록 전기력이 강하다. 전기력선의 모양을 보면 전하 주변의 각 공간에서 전기력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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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역선 개념을 쉽사리 수용하지 않았다. 전기력이 두 개의 점 사이에 순간적으로 원격 작용하는 힘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인의 언어인 라틴어도, 과학의 언어인 수학3)도 배우지 못한 자가 제시한 이론이어서 학자들의 거부감이 더 심했다고 과학사는 전하고 있다.

3)패러데이 전자기 유도 법칙이 발표된 그해에 태어난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훗날 그의 이론을 아름다운 수학 방정식으로 만들게 된다.

 패러데이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열정적인 실험가였다. 전자기 유도를 발표하고 두 달 후, 패러데이는 자기장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전류가 계속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구리로 만든 둥근 원판을 말굽자석 사이에서 회전시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인류 최초의 발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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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 디스크 발전기]
출처: 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Tokyo 

 

 1845년 패러데이는 자기장에서 편광4)된 빛의 방향이 회전하는 현상도 발견하였다. 이를 ‘패러데이 효과’라고 한다.     

4)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방해석과 같은 결정을 통과한 빛은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으로 바뀐다.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편광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강한 자석 사이에 유리 막대를 매달았을 때 유리 막대가 N극과 S극의 중간에 가로 방향으로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유리가 자기력에 대해 반발하는 성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패러데이는 그와 같은 물질의 성질에 반자성(反磁性)5)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자석에 잘 들러붙는 철, 니켈, 코발트와 같은 금속의 성질은 상자성(常磁性)5)이라고 명명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기체가 반자성의 성질을 띠지만, 산소는 상자성을 가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5) 현대의 자성 분류
•강자성(強磁性, ferromagnetism) : 물질에 외부 자기장을 걸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자화되고, 자기장을 제거하여도 자석의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성질. 강자성체에는 철, 니켈, 코발트 등이 있다.
•상자성(常磁性, paramagnetism) : 물질에 외부 자기장을 걸었을 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약하게 자화되는 자성체로 자기장을 제거하면 자석의 효과가 바로 사라지는 성질. 상자성체에는 종이, 알루미늄, 마그네슘, 텅스텐, 산소 등이 있다.
•반자성(反磁性, diamagnetism) : 물질에 외부 자기장을 걸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자화되는 성질. 반자성체에는 구리, 유리, 흑연, 플라스틱, 금, 수소, 물 등이 있다.

  패러데이는 영국 왕립학회 의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고, 어린이를 위한 책 ≪양초의 화학적 역사, 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1861)≫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판을 거부했으며, 기사 작위를 수여하겠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제의도 거절했다. 그렇지만 호의를 한사코 마다할 수는 없어서 1865년 여왕이 하사한 저택으로 이사하였고, 아내와 함께 평온한 말년을 보내다가 1867년 8월 25일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패러데이와 사라 부부는 자식이 없었지만 조카를 데려와 애정을 쏟아 키웠고 아이들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패러데이가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의 강연(The Christmas lectures)’은 왕립과학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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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 크리스마스 강연, 1855]
출처: Royal Society of chemistry

 

 

신규진 경성고 과학교사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지구의 과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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