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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캐리 할래, 트롤 될래?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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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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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팀플에 트롤 한 명 있어서 너무 힘들어라는 말대학생들의 대화에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말이다그렇다면 여기서의 ‘트롤은 무슨 의미일까? ‘트롤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이라는 뜻을 가진 보통명사와 ‘북유럽의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거인괴물같이 생겼으며 때때로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햇빛에 노출되면 부풀어 터지거나 돌이 된다고 한다는 뜻을 가진 고유명사로 등재되어 있다뜻풀이를 봐서는 일상에서 자주 쓰일 것 같지 않은 이 단어가 어떻게 많은 학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을까오늘은 트롤과 같이 ‘일상 용어로 확산된 게임 용어들을 탐험해보고자 한다.

앞서 제시한 ‘트롤은 게임상에서 팀워크를 망치고팀을 패배로 이끄는 인물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혹은 게임상에서 다른 플레이어가 화를 내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을 이를 때 쓰이기도 한다이처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 ‘신화 속의 거인이라는 뜻보다는 조별 과제 활동을 방해하는 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게임상에서 쓰이는 의미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렇게 ‘트롤처럼 온라인상에서만 자주 쓰이던 용어들이 우리 일상으로 넘어와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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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시로 ‘캐리(carry)’를 들 수 있다이 용어는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한 플레이어가 팀원 전체를 승리로 이끈 경우 즉한 플레이어의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을 때 쓰인다이러한 ‘캐리는 조별 과제와 같이 어떤 분야에 큰 재능이 있는 한 명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경우 일상에서도 자주 쓰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캐리라는 말에 ‘하드(hard)’가 붙어 실력이나 역량이 월등하게 뛰어난 플레이어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일이라는 뜻으로 ‘하드 캐리라는 말이 생겼다심지어 아이돌 GOT7 ‘하드캐리라는 노래를 발매하여 이 용어의 사용을 더욱 확대하였다. ‘트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가 일상생활의 용어가 된 것이다.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주류 문화가 되면서 우리 일상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또한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그러다 보니 게임 용어가 일상 용어가 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으며 그 용어가 확산되는 속도 또한 전보다 더욱 빨라진 듯하다.

하지만 게임 용어를 일상 용어로 무작정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게임 용어가 일상 용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폐해가 전혀 없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이나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 금지되면서 욕을 약간씩 욕을 약간씩 변형한 용어들이 많이 만들어진다이렇게 만들어진 용어들도 위의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상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호구를 변형한 ‘흑우가 이러한 경우의 가장 흔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서만 쓰이다가 일상으로 퍼져 나간 언어들은 신조어로서 흔히 우리 눈에 뜨인다신조어의 사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뜻과 유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단지 ‘남들이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신조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별 의미 없이 하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그만큼 말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진다적어도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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