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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어른은 어렵고, 아이는 쉬운 음악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K.331 가장조
입력 : 2019.12.05
사진=셔터스톡

어릴 적에 ‘바이엘’이라는 피아노 기초 교본을 떼고 나면 쉽게 접하는 곡이 바로 모차르트입니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편하게 연주하는 곡이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부를 하면 할수록 피아니스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곡 또한 모차르트입니다. 그래서 저희 연주자들끼리 모차르트 음악은 ‘아는 게 병이다’ 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본능으로 연주하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자꾸 ‘분석’을 하게 되는 몹쓸 병을 갖게 되거든요.

모차르트라는 작곡자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의 곡을 다 아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정말 캐도 캐도 나오는 금광처럼 죽을 때까지 그의 음악을 제대로 알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천재의 걸작

모차르트는 전부 19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습니다. 그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작품번호 331의 11번 소나타입니다. K.331(작품번호 331)의 가장조 소나타는 ‘터키행진곡’이라 알려진 3악장 덕에 더 유명합니다만 사실 이 곡은 ‘터키 풍으로’라는 지시어 이외에는 별다른 제목은 없었습니다.

모차르트는 일찍이 6살 때부터 유럽 연주를 다니면서 이국적(異國的)인 문화에 관심을 갖습니다. 우리가 1980~90년대에 미국이나 유럽의 새로운 문화 스타일을 선호했듯 그때 당시 18세기엔 막강했던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영향으로 터키풍의 의상, 음악 스타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베토벤도 터키행진곡이라는 곡을 작곡했지만 모차르트의 곡이 단연 으뜸입니다.

‘쿵~ 짝~ 쿵~ 짝~ 쿵짝짝짝’ 하는 왼손의 터키 군악대행진곡 리듬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정말 잘 치는 연주자들은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연주하지요. 보통 모차르트의 음악은 선녀가 비단옷을 만들 듯 매듭이 하나도 없이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작곡되었다하여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음악이라고도 합니다. 걸림이 없이 매끄럽고,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연주하기 위해선 연주자는 연마의 연마를 거듭해야 합니다. 고전의 소나타가 보통 1악장이 소나타 형식인데 반해, 이 곡은 주제와 변주를 가진 변주곡 형식입니다. 파격 중의 파격이지요. 이 또한 천재 모차르트 선생만이 부릴 수 있는 재주입니다. 장조를 바탕으로 중간 중간 애수가 섞인 단조의 변주곡은 희극안의 비극성을 더 절절히 느끼게 합니다. 모차르트는 소나타와 함께 많은 변주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이 변주곡처럼 주제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연하고 일관되게 흐르는 곡은 많지 않습니다.

공감각을 일으키는 모차르트 음악

여러분 공감각(共感覺)이라는 단어 아시지요? 공감각이란 어느 하나의 감각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 그림이 생각나고, 그림을 보면 음악이 떠오르는 그런 감각의 상호작용을 말합니다. 모차르트의 그림과 더불어 생각나는 그림은 프랑스 태생의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프랑스)의 ‘모차르트 예찬’입니다. 뒤피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청량감 넘치는 옅은 파란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림에 문외한인 제가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는 피아노 위에 올려진 ‘모차르트’ 악보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저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豪言壯談) 했습니다. 마치 피아노를 모르는 일반인이 모차르트는 아무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듯 말입니다. 정말 무식한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랬던 제가 시간을 두고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니 그가 표현한 저 파랑의 색채는 가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통통 튀고 경쾌한 모차르트의 음악은 바로 이 색채와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그린 듯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보편성을 그려낸 뒤피야말로 저희가 모차르트 음악에서 느끼는 바로 그런 감정이 아닐까요?

대악필이(大樂必易) 좋은 음악은 쉽다!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는 이 곡 3악장 덕에 모차르트는 영원한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자고로 글은 읽혀야 맛이고, 음악은 울려야 맛입니다. 음악 천사는 하늘로 갔지만, 우리들의 귀에 여전히 천사의 소리는 남아있네요.

‘천의무봉’, ‘대악필이’ 모두 모차르트를 위한 말이었나 봅니다. 모차르트는 특별히 여명이 있는 새벽과 아침 사이에 듣고 싶은 음악입니다.

좋은 음악은 쉽다는 말이 오늘따라 여운이 남습니다. 저 같은 연주자 입장에서 모차르트는 애증(愛憎)의 작곡가입니다.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마다 민낯의 얼굴을 드러내는 듯, 타인 앞에서 옷 벗고 치는 듯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이 시간들이 두려우면서도 즐겁습니다. 어려울수록 편하고 쉽게 치는 연주자가 잘 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다니엘 바렌보임을 빠뜨릴 수 없죠. 1940년생인데 아직도 청년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처음이시라면 언제나 열혈청년인 ‘다니엘 바렌보임’의 음반을 추천합니다.
 

유튜브 검색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피아노 마리아 조앙 피레스 (3악장은 19‘59~)

피아노 다니엘 바렌보임 (3악장은 18‘50~)

글라스 하프 연주 Rondo alla Turca (Turkish March) on Glass Harp - Mozart K331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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