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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꽁냥꽁냥 슈만과 클라라가 나누는 사랑의 밀어 슈만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작품번호 54 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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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29
사진=셔터스톡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거리에 몸을 찰싹 붙이고 걸어가는 연인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남자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여자의 목에 감아주고 그러고도 추울까봐 여자의 어깨를 손으로 꽉 감싸줍니다. 꽁냥꽁냥 뭐가 그리 좋을까요?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네요.

잠시 뒤엔 노부부가 걸어가십니다. 방금 본 젊은 커플과는 달리 이분들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가십니다. 세찬 바람에 할머니가 휘청거리시자 할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할머니를 잡으십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으셨지만 이미 두 분의 모습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함께한 시간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봤습니다. 젊은 커플과 늙은 노부부.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저는 오늘 완패네요. 꽁냥꽁냥도 아니고 범접불가능한 절대적 깊이도 아닌 결혼 11년 차 부부인 저로선 말입니다.

슈만이라는 남자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 끼어들지 못하게 그들만의 언어와 세계가 있습니다. 누가 들을세라 애칭과 비밀 암호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죠. 온 세상 우주가 자기별인 듯 말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도 이런 꽁냥꽁냥 달달한 커플이 있습니다.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부부죠. 슈만!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나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죠. 슈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슈만은 동독과 폴란드의 국경인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Zwickau)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주 작은 시골이에요. 부모님이 전문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교양이 높은 서적상이었고, 어머니는 노래를 잘 부르는 아마추어 음악가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위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집안의 분위기는 슈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슈만은 교회에서 오르간과 피아노를 배우고 많은 책을 탐독합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처음엔 생계를 위해 법대에 진학했다가 나중에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고 열심히 매진했죠. 그러면서 피아니스트로의 성공을 꿈꿨지만 무리한 연습으로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쳐 피아니스트 길을 접고 플로레스탄(Florestan)이나 오이제비우스(Eusebius) 등의 필명으로 칼럼을 쓰는 음악 비평가로 작곡가로 활동을 했습니다.

슈만의 음악은 클라라로 시작해서 클라라로 완성됐습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프리드리히 비크 선생님 집에 들어선 순간 미모의 피아니스트 클라라에게 첫 눈에 반합니다. 스승의 딸이자 유망한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 비크 선생은 제자로서의 슈만은 좋았지만 자신이 너무도 아끼는 딸 클라라의 남편감으로는 부적격자였습니다. 가난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그를 좋아할 리 없었죠. 게다가 그는 간혹 이성보다 감성이 너무 앞서 사는 게 힘들었습니다. 작곡가 슈만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한없이 유랑했던 사람입니다.

슈만은 피아노를 잘 치는 미모의 여인 클라라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9살 연하인 클라라도 슈만을 사랑했지만 아버지 비크 선생은 이 둘을 인정하지 않지요. 급기야 결혼 소송으로 법정까지 간 그들은 슈만의 나이 30살 1840년에서야 합법적인 부부가 됩니다. 이혼도 아니고 결혼을 하면서 소송까지 했던 슈만. 1840년에 가곡을 1841년에 교향곡을, 1842년에는 실내악으로 클라라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였던 슈만,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랬을까요?

너와 나, 우리 둘만의 세계

슈만은 평생 그의 뮤즈로 클라라를 섬깁니다. 오죽하면 악보 사이사이에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음악 용어를 썼을까요? 예를 들면 클라라의 이름을 영어로 쓰면 Clala인데, 건반에서 ‘도’를 C로 표기하고 ‘라’는 A입니다. 그래서 ‘도 시라라~’ 이런 식으로 음표를 쓰면 클라라 코드라고 합니다.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처음 부분에서도 바로 이 클라라 코드를 사용합니다. 좀 어려운 설명입니다만 아무튼 그들만의 음악적 암호가 있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 이 부분 듣고 혹시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Kiss me much란 영어 제목의 라틴 음악 ‘베사메 무초’! 처음 부분 ‘라라라 라시도 미레~~~!’ 이 곡은 원래 엔리코 그라나도스라는 스페인 작곡가의 작품인데 콘수엘로 벨라스케스라는 여류 피아니스트가 영감을 받아 작곡한 멕시코 음악입니다. 어쩌면 그라나도스도 벨라스케스도 그 옛날 슈만의 음악을 듣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죠.

한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100인이 선정한 10대 협주곡중 하나.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과 함께 낭만파 피아노 협주곡의 주를 이루고 있는 슈만의 온리 원(Only one)인 피아노 협주곡! 이 곡은 처음부터 협주곡은 아니었습니다. 협주곡이란 보통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됐고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기악합주곡입니다. ‘경쟁하다’라는 뜻의 콘체르타레에서 나온 콘체르토는 두 악기군이 서로 경쟁하듯 협력하듯 밀고 당기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형식입니다.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와의 밀당이자 상생이에요.

슈만은 일찍부터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시키고 싶었지만 환상곡이라는 제목으로만 발표를 하고 전 악장을 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클라라의 격려와 위로에 힘입어 용기를 내서 나머지 2,3 악장을 완성합니다. 그러니까 이 곡은 전부 클라라를 위한, 클라라에 의해 탄생한 곡이라고 할 수 있죠. 곡 전반에 걸쳐 둘만 아는 사랑의 밀어들이 속속들이 숨어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함께 의견을 나누며 작곡을 했고, 일기도 공유하며 썼다니 그들의 사랑의 밀도가 얼마나 진했을지 가늠이 됩니다. 이 곡의 초연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클라라 슈만의 독주로 이뤄졌습니다.

전체 연주는 약 30분 정도이고 1악장은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두 남녀의 사랑의 밀어. 누구나 좋아하는 1악장 중간 부분의 멜로디는 천상의 소리처럼 피아노와 목관 악기 클라리넷, 오보에가 번갈아 가며 속삭입니다. 200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두 남녀가 어떻게 서로 꽁냥거렸는지 들어볼까요?


유튜브 검색어- 슈만 피아노 협주곡 작품번호 54


피아노 디누 리파티, 지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피아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지휘 파보 예르비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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