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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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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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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 강의에서 팀플(팀프로젝트) 조를 짜주었다. 공교롭게도 한 팀에 여자 셋이 모였다. ,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해보자. 세 사람 모두 열의에 넘쳐 ‘A+’를 받아냈을까, 아니면 열심히 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한 사람 때문에 애먹었을까? 어쩌면 두 명이 교생 실습을 나가는 바람에 남은 한 사람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과제를 끝냈다는 비참 한 시나리오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옛말에 여자 셋이 한 팀이 되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견하는 말이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여자 셋이 모이면 유난스럽고 시끄러워 결국 접시까지 깨고 만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결국 옛말에 따르면 이들은 유난스럽게 수다만 떨다가 무언가를 깨뜨렸을 것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나무 접시가 들논다’, ‘여자 셋이 모이면 새 접시를 뒤집어 놓는다는 중국의 속담인데, 역시나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자 ()’도 여자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고 있다. ‘을 자세히 보면 (여자 녀)’ 세 개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의 의미는 간음하다’, ‘간사하다’, ‘간통하다’, ‘옳지 않다’, ‘속이다등으로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다.

이 각 글자의 의미를 합하여 만든 문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문자가 만들어질 당시 여자가 내포하는 의미는 매우 부정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고대 중국에서는 여성을 낮게 평가하고, 부정적인 존재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인식이 반영되어 오늘날 이라는 글자로 남은 것이다. ‘(시끄러울 난)’ 역시 여자끼리 모이면 시끄럽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자이다.

국어에서 현용되고 있는 한자를 기준으로, ‘자가 포함된 한자는 약 650개 정도이다. 그런데 이 글자들은 의미 유형에 따라 세 가지 범주, 여성에 관한 것(임신, 홀어머니 등)’, ‘아름다움에 대한 것(예쁘다, 아름답다)’ 그리고 요사스러움에 대한 것(간사하다, 투기하다, 요사스럽다)’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대표 의미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도 약 70개나 된다.

자가 포함된 부정적인 한자의 의미 역시 흥미롭다. 주로 투기하다(, )’, ‘음탕하다(, )’, ‘간음하다(, )’, ‘교활하다(, )’, ‘추하다(, )’, ‘희롱하다(, )’ 등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여자끼리 모이면 시끄럽다()’, ‘여성은 간음하기 쉽다()’와 같이 당대 사람들이 가진 여성에 대한 부당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문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내 남)’자는 어떤지 비교해보자. 일단 이 포함된 한자는 총 9개에 불과하다. 9개 중에서 8개는 사내, 타인, 풀 이름, 말소리, 생질, 시아버지, 사로잡다등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가 포함된 한자 중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희롱할 요)’자가 유일하다. 그런데 유일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자에 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이 문자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는 다음 탐험을 위해 남겨두고자 한다.

아마 앞의 내용들을 민감하게 생각하면서 한자어와 한자를 사용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에도 무심하게 썼던 한자에는 여자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숨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전에 탐험을 떠났던 눈엣가시와 같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과연 이들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자 셋이 모이면 간음을 저지른다거나 간사한 일이 생긴다는 옛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오늘날 우리의 생각과 같을까?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 여러분이 그렸던 여성 세 명으로 이루어진 팀플 조의 미래는 어떠했는지, 혹시 언어 탐험을 마치려는 지금 다시 그려본 그들의 미래는 바뀌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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