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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고려대 정문을 보며 든 생각 내 이름을 찾아줘!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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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9


창덕궁.png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고려대학교 캠퍼스의 모습을 그려보자. 아마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본관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넓은 잔디밭을 전경으로 하며 그 위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본관의 모습은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를 방문하는 여러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러한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는 큰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인 인촌 김성수는 고려대학교가 일제의 탄압과 재정난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던 때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을 인수했으며 안암동 지금의 자리로 학교를 옮긴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문재인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의 건국 훈장이 박탈되었다. 2009친일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위원회에 의해 그가 적극적으로 친일 행위를 펼쳤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인촌 동상 철거 요구를 제기하게 된 배경에는 친일 행위를 한 인물로 지목된 이의 동상이 교육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옳은가라는 학내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동상처럼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에서 일제의 잔재를 찾고 이를 없앨 것을 요구한다. 이에 반해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일제의 잔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언어는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지명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오늘 원남동과 원서동의 지명을 통해 언어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원서동과 원남동의 지명은 창경원에서 유래되었다. ‘창경원은 한때 창경궁 일대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위의 사진은 세종이 상왕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궁으로 알려진 창경궁이다. 특히 창경궁은 올해부터 야간 관람이 시작되어 더욱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러한 조선의 5대 궁궐 중 하나인 창경궁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 의해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으며 동물원으로 운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때의 동물원은 지금의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등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고 이뤄졌지만 우리가 하나 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원서동과 원남동의 지명이다.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불리던 시절, 창경원의 서쪽 동네, 남쪽 동네라는 이유로 원서동과 원남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현재까지도 그 지역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이에 원서동과 원남동의 지명을 궁서동궁남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쓰여왔던 한 지역의 이름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단연코 원서동과 원남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는 지명들도 한때의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의해 바뀐 것이 상당하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주목할 만한 것이 인천시의 정명 운동이다.

1945년 이후 인천시는 정명개정위원회를 두고 연구를 하여 인천 부평구의 명치정이 부개동으로, 소화정은 부평동으로, 계양구의 대정정은 계산동으로, 남동구의 목월정은 간석동으로, 서구의 천대정정은 가정동으로 당시 널리 쓰이던 일제 지명을 올바르게 환원하는 작업을 긴 시간 동안 펼쳐져 왔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경험, 행동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하고 더 나아가 이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이를 단순히 논쟁거리에서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간 차원에서의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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