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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이재만의 그 法이 알고 싶다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는 폭우 속에서 비에 젖지 않도록 돕는 우산 같은 사람이 되고자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삼성·동아·쌍용 등 대기업과 각종 연예인 사건 약 2000건을 승소로 이끌면서 무죄 제조기, 법정의 승부사, 연예인의 수호천사 라는 별칭을 얻었다.
‘3심제’ 원칙 깨는 재심청구란? 화성 8차 누명 윤씨, 20년 억울한 세월 보상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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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4
영화 <재심> 중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범인이 잡혀 사건이 종결된 8차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찰의 강압에 의한 거짓 진술’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해 형을 확정 받았다. 모범수로 감형이 돼 2009년 가석방이 된 윤씨가 사건 발생 30년 만에 재심청구에 나섰다. 한 사건에 대해 최대 세 번까지 재판이 가능한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재심청구는 사실상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원칙을 깨고 네 번째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 과연 법원은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심청구를 진행할까?

Q. 재심청구는 어떤 절차인가?

A. 우리나라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에 적시된 법적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적 진실로 봅니다. 피고인이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살인범이라고 판결을 선고하면 법적 사실은 살인범이고, 교도소에서 복역을 하게 됩니다. 이때의 실체적 진실은 피고인이 살인범은 아니지만 판결문에 적힌 법적 사실은 피고인이 살인범이라는 것입니다. 판사들도 신이 아니므로 때로는 실체적 진실과 법적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게 되는데, 이른바 오판입니다. 미국에서도 살인사건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된 이후 진범이 잡힌 살인사건의 오판이 수십 건에 이릅니다.

이러한 오판을 시정하기 위하여 3심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다시 하는 재판을 재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재심에는 특별한 사정 즉, 진범이 체포되는 경우처럼 명백한 무죄증거가 드러났거나 수사기관의 고문 등 명백한 직무상 범죄 등이 있어야 합니다. 윤씨는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을 한 데다 당시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강요로 허위자백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재심청구를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재심청구 시 재심청구 이유가 없다고 인정할 때는 결정으로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반면 재심청구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재심개시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재심청구 기각결정과 재심 개시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때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Q.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진 대표적 사례가 있다면?

A. 재심이 인용된 대표 사례로는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은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인근에 살고 있던 19~20살의 청년 세 명이 잡혔고, 이들은 범행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져 대법원에서 3~6년의 징역형을 최종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2016년 1월 말, 자신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여 유족 앞에서 사죄하고, 자신 대신 무고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피해자 3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나오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2015년 재심을 청구하였고, 재심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위인 박 씨가 1999년 2월 18일에 촬영한 당시 경찰의 강압적인 현장검증 영상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어 2016년 10월 28일 전주지방법원 재심 판결에서 강도치사 혐의로 복역을 했던 피해자 3명은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2016년 11월 4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를 밝혀 복역하였던 피해자 3명은 17년 만에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습니다.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에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입니다. 익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사흘 뒤 최초 목격자이자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 일을 하던 최모(32세, 당시 16세)씨를 범인으로 검거했습니다. 최씨가 사건 당시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떠한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진행되었고, 최씨는 2001년 2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하지 않아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3월 군산경찰서는 택시 강도 미제사건 수사 도중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당시 22)씨를 붙잡고 자백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물증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검찰은 자백까지 한 용의자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징역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에 이르러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사건으로는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200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신혜 씨 사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오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히 망가뜨린 사례가 있습니다. 1985년 텍사스대학의 흑인 대학생 팀콜이 백인 여대생 미셀 말린을 성폭행 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팀콜은 무죄를 주장하였지만 피해자가 “팀콜이 범인”이라고 지목하였기 때문에 25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2년 후인 2007년 팀콜의 동급생인 제리 존슨이 다른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자신이 범인이라면서 사죄의 편지를 팀콜이 있는 교도소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팀콜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13년을 교도소에서 버티다가 1997년에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DNA 검사 결과 제리 존슨이 진범으로 밝혀져 팀콜은 죽어서야 누명을 벗었습니다.

그 후 텍사스대학 법학과 광장에 팀콜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팀콜의 동상은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쉽게 믿어서는 안 되고 사실판단에는 신중을 기하라고 충고하듯 법대 광장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팀콜의 동상은 오판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므로 예비 법조인들에게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는 교만에서 벗어나도록 교훈을 주고자 법대 광장에 세워진 것입니다. 팀콜의 여동생 카렌은 그 당시 텍사스 법대의 유일한 흑인 여대생이었습니다. 팀콜은 면회 온 여동생에게 “우리나라 사법부가 나를 믿지 못한다고 하여도 나는 우리나라 사법부를 믿는다. 꼭 법대를 졸업하여 법조인이 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카렌은 강간범의 동생이라는 주변의 눈길 속에서도 법대를 졸업하여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카렌은 오빠 팀콜에게 변호사가 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습니다.


Q.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어떤 절차를 거치나?

A. 재심청구로 재심 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하여야 합니다. 법원이 재심 개시결정을 인용하면 관할 법원은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를 관련 기관에 요구할 경우,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심 개시결정이 확정된 이상 재심공판기일을 열어 항소심 공판절차에 따라 새로이 본안 심리를 하여야 하고, 이 사건에서 위 재심대상사건의 기록이 보존기간 만료로 이미 폐기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 그 기록을 복구하여야 하며, 부득이 기록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판결서 등 수집한 잔존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판결의 증거들과 재심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판결의 원심인 제1심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Q. 윤 씨는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무엇을 내세울까?

A. 윤씨는 진범의 자백과 자신의 허위자백을 유도한 과거 형사들의 갖은 고문 내용을 근거로 재심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진범의 자백이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 됐을 때 재심 개시결정을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420조 5호’에 부합하는지가 재심인용 여부의 관건입니다. 대법원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에 대한 수사 결과가 윤씨의 재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입니다.


Q. 재심청구가 형사소송 외 다른 소송에도 적용되나?

A. 재심은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종결된 사건을 다시 심리하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에 재심 사유를 규정하였습니다. 민사소송의 재심은 기간의 제한이 있는 점이 형사소송 재심과 다릅니다.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을 제기할 판결을 한 법원에 제기하여야 하며,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고, 재심사유가 판결확정 후에 생긴 때에는 위 5년의 기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계산합니다. 다만 대리권에 흠이 있다거나 재심의 대상이 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과 어긋남을 이유로 하는 재심의 소는 언제라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재심청구에서 무죄가 결정되면 윤씨는 어떠한 법적 구제를 받을까?

 A. 헌법 제28조는 형사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구치소 등에 구금된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헌법규정에 따라 제정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구속 상태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나, 유죄 확정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한 경우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상 청구는 무죄가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법원에 보상청구를 해야 합니다.

형사보상액은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보다는 많아야 하고, 최대 5배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을 계산하면 2019년과 2020년의 각 최저시급이 8,350원, 8,590원이니 하루에 최대 각 33만 4천원, 34만 3600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윤씨는 19년 6개월을 복역했으므로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최대로 약 17억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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