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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의 투유 그림 에세이
할머니와 북토크를 프롤로그. 우리의 공감대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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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책을 좋아한다.

 

가족 모두가 출근한 평일 낮, 고요한 집에서 할머니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도보 10분 거리의 마트에 장보러 갈 때,

그 건너편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우유식빵을 사러 갈 때,

가끔 흑석동에 사는 이모네 집에 놀러 갈 때,

그밖에 다양한 이유로 짧은 외출을 할 때가 아니면

할머니의 행동 반경은 거실의 1인용 소파부터 방안의 침대까지다.

 

그 안에서 TV도 보고 신문도 읽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독서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집에 책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건 나의 몫이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서점 혹은 동네 도서관에 들러 2~3권의 책을 가져온다.

그러면 할머니는 낮에는 볕이 잘 드는 통 유리창 앞 소파에 앉아서,

저녁에는 쿠션을 받치고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그 책들을 읽고 또 읽는다.

 

그 중 유난히 마음에 드는 책이 생기면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뜬 목소리로 소개한다.

웃긴 장면, 감동적인 대사, 마음에 드는 인물 등을 가족과 공유하는 건 책 읽기만큼이나 할머니가 좋아하는 일이다.

나는 성실한 리액션 담당자다. 

그니까’, 혹은 나도라며 부지런히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입에 밥을 한 가득 물고 있을 때는 고개라도 연신 끄덕인다.

무엇보다도 할머니의 흥을 돋우는 순간은 같은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이야기할 때다.

나이 차이가 50살이 넘는 할머니와 나는 같은 것도 다르게 보고, 듣고, 먹고, 느낀다.

우리는 책이라는 공감대 안에서 그 다름을 나누는 순간을 즐긴다.

 

[할머니와 북토크를] 시리즈는 그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일주일에 한 권, 같은 책을 읽은 할머니와 내가 개인적인 감상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글·그림 이재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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