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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의 금융! 바로 알고 활용하기
꼭 알아야 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금융상식. 은행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박은영은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독자들이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저서로는 <은행을 활용하여 부자되는 습관>이 있으며 TBN 울산방송 ’통장의 발견’ 코너에 출연하고 있다.
꼰대이고 싶지 않던 63년생이 간다 '82년생 김지영'이 불편한 이유
입력 : 2019.11.06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자 내 젊은 날의 단편이 떠올랐다. 나는 그보다 20년 전 사람인 63년생이다. 집과 직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고된 삶을 견뎌냈다. 그리고 90년생 딸을 낳았다. 지금은 딸 같은 90년대생들이 직장 동료가 되었다.

꼰대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꼰대 아닌데….”라고 말해보지만, 그들은 맞다고 한다. “그런가? 그들의 행동이 이해 안 돼도 표내지 않았는데….” 소심하게 혼잣말을 내뱉어 본다.

사실 아직도 100%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은 주 52시간을 지키고, 은행 창구가 미어터지는 점심시간이라도 주어진 식사시간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휴가는 누가 뭐래도 쓰고 싶을 때 써야 하고, 아이를 가진 배우자의 병원 정기검진에 동행을 하는 젊은이들.

“나는 밤샘을 밥 먹듯이 했고, 점심은 밥 먹듯이 굶었고, 휴가는 눈치 보다가 제대로 사용 못했고, 그나마 누리고 싶었던 안식휴가는 어느 날 유효기간 경과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아이도 혼자 낳았다.”라는 비교를 해보면 조금은 억울하다. 그래서 꼰대인가?

며칠 전 TV에서 들려온 말이 가슴에 꽂혔다. 60년대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100% 취직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나마 50% 이상은 취직이 되었다고. 그러나 지금 90년대생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률이 60%를 넘지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생은 말할 나위도 없단다.

“아닌데, 그때도 분명 치열한 경쟁으로 많이 힘들었었는데, 졸업만 하면 취직이 다 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조금 있지만 그렇다 하니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다가 또 되뇐다. “은행 취직 때 마음고생 참 많이도 했는데….”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업을 나왔다. 열아홉의 나이였다. 교복을 입고 은행 창구에서 돈다발을 묶고, 동전을 셌다. 쏟아지는 공과금 영수증을 챙겨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판을 튕겼다. 물론 토요일도 일했다.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겼을 땐, 친정이 경기도 수원인 까닭에 아이를 보러 부산에서 토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9시간이 넘게 걸리는 통일호를 탔고, 일요일 저녁에 다시 부산으로 오는 기차를 탔다. 새벽에 도착해선 곧바로 출근을 했다. 말 그대로 철의 여인이었다.

35살에 야간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원까지 말 그대로 주경야독. 무슨 공부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체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게 못 배운 콤플렉스를 꾸역꾸역 졸업장으로 지워 나갔다.

조금은 불편한 얘기를 시작한다.

임신한 선배 앞에서 일부러 담배를 피워대는 나쁜 남직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말을 못 했다. 나 또한 용기를 못 내고, 단지 미운 마음을 다른 일로 딴지 걸 뿐이었다. 맞벌이를 하던 나에게도 가끔 노골적인 폄하의 말들이 들려왔다. “누구는 좋겠다. 마누라 돈 벌어 오니. 신랑은 뭐하는고?”라고.

어느 날인가는, 지점장님이 불렀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임신한 선배가 화장실 갈 때 2층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말을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유를 여쭈었더니, 배불러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고객들 보기에 좋지 않으니 고객이 보이지 않는 통로의 화장실 이용을 하라는 권고였다. 직접 얘기하기가 조금은 민망했던지 나름 선임인 나에게 대신 전달하라는 것. 이후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땐 알아서 행동했다. 고객들 눈에, 아니 상사들 눈에 밉게 보이지 않으려고.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명예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말이다. 왜냐하면 90년생 내 아이에게 가난의 굴레를 씌우고 싶지 않아서다. 

나도 한 땐 이해 못할 젊은이였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잘 사는 동네가 아니었다. 중학생 때였나? 동네엔 아이가 일곱이나 되는 정말 살기가 어려운 집이 있었다. 왜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낳았는지 알아보니 아들을 낳기 위해서란다. 그 말을 듣고 바로 내뱉은 말은 “꼭 물려줘야 할 DNA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아들을 낳으려는 거야?”라며 생물시간에 배운 작은 지식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그랬는데. 어느 날, 나의 90년생 딸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제사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들며 그래도 필요하다고 설파하는 나에게 “우리나라에서 유교는 실패한 학문이야. 이런 제사 문화는 잘못 전수된 거라고.”라는 단호한 딸아이 말투에서 예전 “꼭 물려줘야 할 DNA인가!”를 소리쳐 주장하던 그 젊은 애가 보였다.

자. 그러면 이와 같은 간극을 한탄만 하며 서로를 비난만 해야 할까? 아니다. 지금 나는 내가 꼰대일 수밖에 없는 예를 들고자 한다.

얼마 전이다. 울산의 박제상 유적지 인근을 찾아가야 할 일이 있었다. 운전을 하는 젊은 직원 옆 좌석에 앉은 나는 내비게이션 검색을 시작했다. “박재. 박제상 ㅇ ㅠ. 박제사 ㅇ.” 특유의 빠르고 훈련된 손놀림으로 검색을 시작했지만 자꾸 오타가 났다. 그러자 운전하던 직원이 “센터장님, 제가 검색해 볼까요?”라고 했다. 나는 “예. 그러시죠.”라며 검색을 양보했다.

그는 한참을 뜸들이더니 ‘ㅂ’을 입력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나는 답답했다.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동작 봐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 때와 비교하면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게 맞아’라며 우쭐함과 함께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한 순간, 그 직원은 ‘ㅈ’과 ‘ㅅ’을 입력하고는 검색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세 개의 자음으로 검색은 끝났다. 천천히였지만 나보다 빨랐다. 헐!

나는 느꼈다. “요즘 젊은이들은 빠릿빠릿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지름길을 찾아가는구나! 대신 나는 노동집약적 산물인 몸부터 반응하는 것이고….”라고.

꼰대라 불리는 나와는 다른 그들은, 문제 해결방법 또한 다르다. 결과를 보지 않고 과정만 보아서는 서로가 한심할 뿐.

왜 그럴까?

교육의 양과 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교육의 양이 많다. 그리고 집약적이고 효율적인 갖가지 방법으로 훈련된다. EBS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문화프로그램을 볼 때 참 이해하기 쉽고, 다각적 생각을 할 수 있는 내용들로 잘 이루어져 있다. 나도 저런 교육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것저것 외운다고 참 많은 시간들을 소모했다. 물론 그 시대엔 그것도 중요한 교육과정 중의 하나였겠지만, 지금 시대엔 훈련을 위한 훈련의 시간은 필요 없다. 그들은 경험하지 않고도 긴 시간을 따라잡았고, 어찌 보면 더 현명하기까지 하다. 인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세대들이다.

가을이다. 단풍이 아름답다. 많은 꽃과 나무들이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렸다. 널찍한 바위도 있다. 흐르는 물도 있다. 얼마 전 새로이 세련되고 편리한 다리도 세워졌다. 모두가 한 세대의 산물은 아니다. 그래도 조화롭다. 우리들은 이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우러져야 할까?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꼰대라 불리는 63년생!

비록 꼰대라 불리며 퇴장할지라도 살아갈 지혜를 줄 수 있고, 희망과 용기를 말하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의 무언가가 되고 싶다.
그런 꿈을 안고 이제 63년생은 집으로 간다.

 

박은영 NH농협은행 서울산금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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