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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날마다 눈이 부시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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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30

일요일 오후 보통의 풍경

일요일 아침 늘어지게 한숨 자고 일어나니 시계는 벌써 11시가 다 되갑니다. 엄마의 늦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도 나무늘보처럼 제 곁에 딱 달라붙어 자고 있습니다. 아점으로 대신할 식사를 준비하려고 부엌으로 움직였습니다. 빈 식탁 위에 올려진 탁상 달력엔 얼마 남지 않은 10월이 덩그러니 저를 바라보고 있네요. 벌써 10월이 다 지나가나…….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이 헛헛한 마음은 뭐지? 헛헛만 마음을 따뜻한 음식으로 채우기 위해 맛있게 밥을 지었습니다. 쌀을 불려 밥통에 안치고, 두부와 양파, 감자를 넣고 된장국을 끓인 후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도 몇 마리 구웠습니다. 집에 밥냄새가 감도니 마음이 조금 채워집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달콤한 과일까지 베어 물으니 언제 그런 고상한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기분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나 싶어요. 남편도 오랜만에 새 밥, 새 국, 새 반찬에 밥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는지 설거지를 자청합니다. 아들은 옆에서 배를 두드리고 앉아 있고, 남편은 휘파람을 부르며 설거지를 합니다. 식탁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보통의 풍경입니다.

클래식계의 잊혀진 계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대충 부르고 말겠거니 했던 남편의 노래도 계속 됩니다. 노래 제목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제가 가을에 자주 연주하는 곡인데요. 많게는 하루에 세 곳에서 연주를 한 적도 있습니다. 아무리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셔도 앙코르는 다들 잘 아는 곡으로 듣고 싶어 하세요 앙코르로 무슨 곡을 듣고 싶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이 이곡입니다. 일명 클래식계의 ‘잊혀진 계절’ 같은 곡으로 10월 되면 꼭꼭 무슨 일이 있더라고 들어야 하는 제철 음악이죠. 남편의 휘파람에 아이디어를 얻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더운 여름 지나고 슬슬 찬바람이 코끝을 건드리는 싸늘한 날씨가 되면 사람들 마음이 조금씩 말랑말랑해집니다. 간혹 들리지 않던 멜로디가 들리면서 로맨틱해질 때도 있습니다. 음악이 가슴팍에 훅 들어오는 계절, 음악 듣기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원곡이 기악음악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선 바리톤 김동규 선생님이 부르셔서 유명해졌죠. 바리톤이란 남성 성악가가 중저음 음역대를 부르는 것을 말하는데, 여성분들에게 가장 매력이 어필되는 목소리 톤입니다. 저 역시도 중저음을 좋아합니다. 이 곡은 여성분들도 부르고 악기로도 연주되고 여러 버전이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바리톤 버전을 제일 좋아하십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 가사는 로맨틱한 이 가을에 더 어울리죠.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살아가는 이유도 꿈을 꾸는 이유도 모두가 너라니! 이런 고백을 듣고 가슴 설레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원곡에 가사를 붙인 한경혜 씨의 공이 큰 곡입니다. 언제 들어도 심쿵하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멜로디만 있는 기악 음악보다 훨씬 가슴에 와 닿지요. 내용도 잘 이해되고, 구구절절 로맨틱한 문구가 사랑을 잊고 살았던 저희에게 사랑하라고 유혹합니다.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사실 이 곡은 북유럽 출신의 두 연주자 시크릿 가든의 곡입니다. 작곡과 피아노를 맡고 있는 롤프 러블랜드와 미녀 바이올린 연주자 쉐리로 구성된 혼성 2인조 연주단이죠. 시크릿 가든은 드라마 제목으로도 쓰였고 레스토랑 이름으로도 자주 쓰이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이 두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한 북유럽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들의 곡은 멜로디가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드라마에 딱인 음악이에요. 주로 헤어진 여인들이 서로 그리워하는 장면에 흐르는데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저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춘기에 처음 들었는데도 가슴이 먹먹했어요.

원래 이 곡의 제목은 ‘Senerade To Spring’입니다. 봄을 향한 찬가라!!! 우리가 매번 가을 10월에 듣는 것과 조금 다르죠. 그래도 우리 정서로는 낙엽 지고 찬바람 부는 가을이 적격입니다. 날마다 365일 눈이 부시게 멋진 날이 되면 좋으련만 여의치 않다면 10월 어느 하루라도 꼭 멋진 날이 펼쳐지길 바라봅니다. 드라마의 명대사처럼요.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에서-

 
날마다 눈이 부시게 지금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음악 띄웁니다. 

유튜브 검색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바리톤 김동규 

 

기악음악버전  Secret Garden- Serenade to Spring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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