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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농구하다' '축구하다' '수영하다'에 이런 뜻이?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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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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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고연전. (사진=뉴시스)

지난 9월 초, 안암에 위치한 ‘K’ 대학교와 신촌에 위치한 ‘Y’ 대학교의 뜨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일명 고연전이라 불리는 이 경기는 야구’, ‘아이스하키’, ‘농구’, ‘럭비’, ‘축구’, 5개의 종목으로 진행된다. 아쉽게도 올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둘째 날의 경기였던 럭비축구경기가 취소되어 진정한 승부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첫째 날에 있었던 농구에서의 승부는 양 학교 학생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필자가 뜬금없이 고연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농구하다에 대한 이야기로 언어탐험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농구하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두 팀이 치열하게 코트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 농구하다’ 중에는 弄口라는 한자와 만들어진 단어도 있다.  ‘희롱할 롱 弄입 구 口’가 '-하다'와 합쳐져 ‘1)거짓으로 꾸며 남을 모함하고 고해바치다,  2)조리 없이 수다스럽게 지껄이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같은 소리를 가졌지만 평소 우리가 많이 쓰는 뜻 외에도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 우리말의 첫 번째 예시로 농구하다'의 예를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살펴볼 단어는 축구하다이다. 농구 못지않게 많은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운동인 축구의 다른 의미는 무엇일까? ‘축구(築構)하다 쌓을 축 構’얽을 구 構’라는 한자를 갖게 되면 축조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무언가를 쌓아서 만든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그렇다면 ‘공사 현장에서 건물을 축구하다’는 문장을 들었을 때 우리는 당황할 필요가 없다. 건설 현장에서는 충분히 쓰일 수도 있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수영하다’은 어떨까? ‘스포츠나 놀이로서 물속을 헤엄치는 일을 하다라는 의미로만 해석될 것 같은 이 단어는 '뛰어날 수 秀'와 뛰어날 영 英'이 만나 단어를 만들면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고 훌륭하다’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운동 종목의 이름과 소리가 똑같은 단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유도(誘導)’도 있다. 사람이나 물건을 목적한 장소나 방향으로 이끎’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한편, 피구’는 상대와 공을 살피며 공을 피하거나 공을 이용해 상대방을 맞추는 운동 종목이라는 뜻도 있지만 皮裘, 즉 가죽 피 皮’갖옷 구 裘’라는 한자를 가진 경우에는 가죽으로 지은 옷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지금까지 필자는 어떤 한자로 된 단어인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우리말을 살펴보았다. 특히, 오늘의 탐험 대상은 운동 종목의 이름과 소리가 같지만 뜻이 다른 우리말이었다

지난 번에도 필자는 망고하다’, ‘배하다’, ‘감하다’, ‘포도하다등 과일 이름과 ‘-하다’가 합쳐지면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되는지를 탐험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과일에 이어 운동 종목으로 탐험의 영역을 넓혀 보았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의미 외에도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우리의 지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우리말, 흔하게 쓰이는 의미 외에도 그 이면에 숨겨진 단어의 의미에 관심을 가져 본다면 우리의 어휘력은 훨씬 강해지지 않을까?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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