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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불황 시대 '돈' 공부법 부자언니의 친절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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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9
IMF금융위기를 그린 영화 <국가 부도의 날>

뉴스 대폭발의 시대

경제 뉴스는 딱딱한 용어와 수치로 표시되기 일쑤다.
“전년도에 물가가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그 ‘기저 효과’로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조금 하락했을 뿐입니다.”
몇 십 년 만의 마이너스 물가가 별 일 아니라는 정부의 발표는 양자역학 버금가게 이해하기 어렵다. 유튜브에는 또 왜 그렇게 전문가들이 많은지, 듣다 보면 다 솔깃하다. 금을 살까 했는데, 달러를 사라고 하고, 어떤 이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길거리에 하나둘 늘어가는 빈 가게들이 보통 사람들에겐 오히려 경제의 맨얼굴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처럼 ‘느린 매체’들도 시그널을 준다. 어떤 주제를 두고 책을 쓴다면 짧아도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린다. 인터넷 속보와 완벽히 대척점에 있을 것 같지만, 때로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같은 책들이 짠하고 등장한다. 저자의 혜안일 수도 있고, 그간 비축했던 책을 재빠르게 타이밍 맞춰 내놓는 출판사의 노련함 모두 해당된다. 또 한 가지는 이미 출간된 책들을 독자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찾는 것이다.

 

불황의 동행지표가 되는 책

올 여름(2019년)부터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가 판매가 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좀 더 지켜봤지만 꾸준하다. 이 책은 2003년 출간되어 수십만 부가 팔렸다. 2003년은 카드대란이 벌어졌던 때다. 1998년 IMF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고 그 결과 카드 돌려막기와 신용불량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다.

폰더는 경기불황에 해고당한 중년 남성이다. 가족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행운을 얻게 된다. 역사 속 일곱 명의 현자를 만나서 판단과 선택의 지혜를 배우고, 무엇보다도 살아야 할 이유를 되찾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 책이 몇 달 전부터 다시 팔리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타이밍이야!

편집자들은 책을 잘 기획하고 만드는 게 첫 번째 미션이지만, 제때에 내놓아서 적시타를 치기도 한다. 고수들에겐 계절을 감지해서 차고 뜨거운 제철 음식을 빠르게 조리하는 촉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일본이 무역 전쟁을 도발하자 바로 그 주말에 일본 패망을 다룬 역사서가 나온다. (아, 존경합니다!)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의 입시 문제가 불거지자, 엘리트 비판서가 속속 등장한다. (아, 우리 출간 리스트에만 없어, 불평등을 다룬 책.) 책은 큰 위로이면서, 세상의 변화를 공부하는 데도 최적의 매체다.

재테크 책에도 흐름이 있다. 연말연시에는 결심형 재테크 도서의 판매가 늘고, 때때로 부동산이나 심지어 생소한 비트코인이 갑자기 급등하면 관련 도서들이 떼 몰려 출간된다. 경제가 혼돈 속 침체에 빠지면 사람들은 ‘돈의 원리’를 공부하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옷을 잘 입는 사람이 액세서리와 가방까지 두루 잘 챙기는 것처럼, ‘가진 자’들이 경제 위기 감지도 빠르고 공부도 더 빨리, 많이 하는 것 같다.  

 

지키려고 공부하는 부자들

지금처럼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를 띄우려고 돈을 펑펑 찍어대는 시기에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잠수함의 토끼처럼, 어느새 들이닥친 밤안개처럼 주가와 환율은 경기를 선행해서 사람들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얼마큼은 주식이나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쉽사리 이상 징후를 알아채게 된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부자들 또는 자본주의 시대의 필수적인 덕목이라 일컫는 자본 축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불경기가 닥치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돈을 벌고 저축하는 일만큼이나 지키는 일은 어렵다. 고액 자산가들은 증권사나 은행 프라이빗뱅커의 지식을 빌리기도 하지만, 본인한테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투자 고수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 찍어달라고 하지 마세요. 본인이 알고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다. 내가 무엇을 샀는지 알고 있어야 팔 때도 가늠이 된다. 돈 빌릴 때와 갚을 때 상황이 돌변하는 것처럼(좀 너무한 비유인 건 알지만) 물건을 살 땐 주변에 진진하던 사람들이 일단 거래가 이뤄진 뒤로는 감감무소식이기 쉽다. 전해 듣기만 해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DLS 폭락만 봐도 여실하다. 독일 국채금리에 연동하는, 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투자자 대다수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

 

부자언니의 친절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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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왼쪽)와 부자언니 유수진.

출판계에는 ‘부자’ 타이틀을 대표하는 저자 둘이 있다.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가 한 명이고 다른 한 명은 ‘부자언니’ 유수진 씨다. 직장인의 월급은 노예를 위한 당근이라며, 자기 사업과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부추긴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는 1998년에 한국에 출간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부자 되기 열풍을 일으켰다. 나도 한 권 갖고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검색으로 확인해보니 초판은 추리소설의 본좌 황금가지(민음사의 한 브랜드)에서 출간했다고 한다. 

부자아빠에서 재치 있게 이름을 변주했을 부자언니. 성공적인 시리즈의 첫 책 <부자언니 부자특강>은 2015년 출간되었다. M신문 K기자의 평가로는, 1인 가구가 늘고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이 점점 절실해지면서 맞춤하게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부자언니 시리즈라고 한다.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근하고 신뢰 가는 화법, 2030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재테크 팬클럽을 소통 창구로 해서, 부자언니는 왜 돈이 쌓여가지 않는지,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에 대한 태도와 재테크는 어떠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한방’을 노리지 않기에 차곡차곡 재테크를 여자가 더 잘할 수 있다.

부자언니 유수진은 완독률 베스트 10위 안에 2권이나 올려놓는 유일한 저자다.(Yes24) 어떻게 쓰여 있어도 골치가 아픈 돈과 경제 분야 아닌가. <부자언니 부자특강>은 목돈 만드는 절약 마인드, 부자들의 돈 버는 투자 습관, 금리와 펀드 같은 금융 기초 지식, 부동산을 사야할 시점 등을 경기 순환 사이클 같은 근거를 들어 알기 쉽게 전달한다.

돈의 원리나 동기부여뿐 아니라, 부동산 월세만 생각하지 말고 수익이 괜찮은 P2P 등 대체투자에 눈과 귀를 열고, 아파트는 경기 하강기에 경매를 고려해보라는 등 세세한 지침들도 담았다. 재테크의 프롤로그는 종자돈 만들기이며, 프리퀄은 소비 줄이기. 온라인 서평에는 소비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간증’이 허다하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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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광고 “부자 되세요~”의 한 장면.

경기 순환 달걀 그림으로 유명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20세기에 이름을 떨친 투자자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공산국가인 모국에 들렀을 때 그의 마음은 흡족했다. 이미 자본주의에 흥건히 물들어 ‘돈, 돈, 돈’을 외치는 미국과 달리, 고향 사람들은 직업과 학식에 관심이 여전했다.

그러나 친구의 생각은 달랐다. “어느 누구도 돈에 대해 말하지 않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걸 생각하지.” 그들은 돈을 소유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이다. 먼 옛날, 부자가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최고 존엄이 말했다 한들, 그 말에 부를 내팽개친 부자가 몇이나 되었을까.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일만큼 어렵다고 성경에 쓰여 있다. 2천 년 전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버젓이 부를 자랑하는 시대 같다. 얼마짜리를 입었고, 고급 차를 타고. 내가 보기에 부자가 당당한 꿈으로 격상된 때는 다음과 같다. 2001년 말, 오직 TV가 눈과 귀를 독점하던 시대에, 어떤 광고가 ‘초대박’을 쳤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저렇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부자’와 ‘돈’이라는 단어를 당당히 꺼내들다니.

 

‘더 더 더’로 폭주하는 세계 

불평등은 이제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다. 과거엔 돈이 많은 자본가와 고임금자가 일치하지 않았지만, 기술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거부를 이룬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으로 기존 부자들의 부도 빠르게 증식한다. 자본이 부족하고 기술도 평범한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돈 잔치가 만든 버블을 누리지 못했다.

누가 마음이 가난한 자인가? <결핍의 경제학>을 쓴 심리학자들은 빈곤한 사람들의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링(Tunneling)’ 효과를 발견했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돈이라면, 당장의 배고픔과 소비 욕구를 충족하는 데 먼저 쓰게 된다. 중장기 계획과 인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어차피 안 모아질 돈이라면…. 나름대로 합리 추구의 결과다.

경기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속출해도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으니 공장과 세상은 돌아간다. 다만 보통 사람들의 손에 돈이 없을 뿐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주자고 외치는 후보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와 엘리트의 세습이 고착화되는 기이하게 안정화되는 세상 속에서 마음이 가난해진 사람들은 우선 돈 공부를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더 더 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이게 최선입니까?”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수선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중국을 포함해서 세상에 남은 유일한 경제 시스템 아닌가. (, 브랑코 밀라노비치)

 

*참고 도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언니 부자특강><부자언니 부자연습><부자언니 1억 만들기>, 유수진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결핍의 경제학>,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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