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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눈엣가시'가 이런 뜻이었어?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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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2
ⓒ셔터스톡

눈에 가시가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눈은 조그만 먼지가 들어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시라면 말할 것도 없다. 눈 안으로 들어가면 쉽게 빼낼 수도 없기 때문에, 눈에 가시가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까다롭고도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눈에 들어간 가시처럼 유달리 싫거나 성가신 사람을 ‘눈엣가시’라고 말한다.

‘눈엣가시’는 ‘몹시 밉거나 싫어 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말한다. 팀플할 때 참여하지 않는 사람, 싫다는데 자꾸 집착하는 사람, 돈을 안 갚는 사람⋯⋯.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사람을 모두 통틀어 ‘눈엣가시’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눈엣가시’는 또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바로 ‘남편의 첩’이다. ‘눈엣가시’의 사전적 의미는 ‘팀플할 때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나 ‘돈을 안 갚는 사람’을 정확하게 가리키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의 첩’이라는 말만큼은 또렷하게 의미로써 품고 있다. 이는 결국 일부다처제라는 제도 아래에서, ‘본처’에게 있어 ‘첩’은 마치 눈에 들어간 가시와도 같이 성가신 존재였음을 설명해준다.

사회적 제도의 그림자 아래에서 하나의 남편을 두고 살았던 여성들은 제도가 아닌 서로를 미워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후대에 ‘눈엣가시’라는 단어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는 비단 ‘눈엣가시’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첩어미’는 첩의 친정 어머니를 따로 이르는 말이지만, 동시에 그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첩년’은 첩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하나의 단어로 굳었다. ‘첩더기’는 첩을 잘못 이르는 말인데, 이때 ‘더기’는 ‘갈보’, 즉 ‘남성에게 몸을 파는 여성’을 뜻한다. ‘노리개처럼 즐기는 첩’은 ‘화초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단어들의 특징은 첩의 눈엣가시 같은 특성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첩의 눈엣가시 같은 면모를 뜻하는 단어는 매우 다양하다.

‘일부다처제’라는 제도의 이면이 쏘아 올린 화살은 첩을 겨냥하였고 오늘날 다양한 단어가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물론 현재는 일부일처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처와 내연녀가 다투는 장면을 아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 사랑을 두고 질투의 화신인 여성이 다른 여성을 괴롭히는 장면을 곧잘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첩’을 ‘눈엣가시’로 보는 전통이 희미하게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문제의 원인은 과거의 ‘사회적 제도’가 제공하였지만, 이로 인해 첩이 된 여성들은 눈엣가시라고 불리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인식은 일부다처제가 시행되었던 시대가 해결해야 했던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다양한 매체에서 ‘처첩갈등’을 연상시키는 여성들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을 눈엣가지로 보는 인식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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