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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에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중 왈츠와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중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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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9
사진=셔터스톡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렇게 시작하는 가요가 있지요. 살다보면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나 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어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본능적이고 나약한 나를 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무슨 일을 하고 싶다거나 차마 온전히 나를 드러내지 못하는 불편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럴 땐 남들이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가면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가면 속에서라도 온전히 나 자신이고 싶은 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린 이런저런 순간에 보이지 않게 가면을 쓴 자신을 발견합니다. 복잡한 인간관계, 힘든 사회생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고민에 휩싸여 힘들 때. 가면을 핑계로 도망가고 싶은 순간에 들으면 좋을 음악, 조지아 출신의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의 모음곡 ‘가면무도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첫 번째 곡 ‘왈츠’입니다.
 
하차투리안 이름은 생소한데, 음악은 은근 광고에서 많이 들었을 겁니다. 하차투리안은 1903년에 태어나 1978년까지 활동했는데 국적은 소련이지만 출생지는 지금은 독립국인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입니다. 그는 음악가이지만 소련 평화위원회 회원으로 사회운동에도 참여하는 한편, 모스크바음악원, 그네신음악원의 교사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지휘자로도 활약했습니다.
 
저는 왠지 이 음악을 들으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떠오릅니다. 곡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지 않아도 왠지 제정 러시아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기를 재현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면 하루에도 날마다 백만 번씩 변하는 나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1891년에 태어난 프로코피에프, 1903년생의 하차투리안, 1906년생 쇼스타코비치. 이 세 명의 음악적 동지들은 부르주아적 경향을 띠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러시아 대표 작곡가입니다.
 
모음곡 ‘가면무도회’는 러시아 작가 레르몬토프의 동명 희곡에 붙였던 곡을 편곡한 곡으로, 이 연극의 줄거리는 질투심에 불타 아내를 죽이는 남편이야기입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참 인간의 질투, 불륜이라는 것이 결국 살인까지 낳아버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제어하기 힘든 본능인가 봅니다.
 
이 5곡의 모음곡은 기악연주곡인데 왈츠, 녹턴, 마주르카, 로망스, 갤럽(여러 민족이 추었던 헝가리의 춤)으로 구성되었으니 모두 분위기 있는 곡입니다. 첫 번째 왈츠는 질투로 불타오르는 격정적인 내면을 표현한 듯 내면의 회오리바람처럼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합니다. 1941년 작품이니 하차투리안이 38살에 쓴 곡이죠. 러시아 통치 아래 있었지만 어찌 보면 그는 엄연히 그루지아 조지아 사람인데요, 내면에서 타오르는 그의 마음을 가면을 씌워 이 왈츠를 통해 발현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차투리안 왈츠와 더불어 한 곡 더 소개할게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두 번째 왈츠인데, 아주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입니다. 본능적이고 관능적이고. 쇼스타코비치 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이죠. 이 곡은 워낙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도 자주 나와서 클래식 아닌 대중음악으로 알고 계신 분도 많아요. 이 두 곡 모두 피겨 경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음악이고 춤을 출 때 들어도 좋을 음악입니다.
 
쇼스타코비치 모음곡은 전부 8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행진곡, 작은 왈츠, 댄스곡, 왈츠, 작은 폴카, 피날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색소폰이 리드하는 두 번째 왈츠는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텔 미 썸딩>에서도 나왔죠.
 
쇼스타코비치는 1906년에 태어나서 세계 1,2차 대전을 모두 겪은 세대예요. 전쟁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참혹함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음악학자들은 쇼스타코비치를 일컬어 20세기 베토벤이라고 하는데 시대정신을 가지고 사회에 대항하는 예술가라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아요. 이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이 많은 예술가들을 앞세워 정치 선동을 할 때 은밀한 방법으로 항거를 하는데 그게 바로 재즈 형식입니다. 그는 궁정광대 또는 ‘성스러운 바보’라는 뜻의 유로지비(Yurodivy) 작곡가로 불리는데, 사실 할 말은 다 하는 거예요.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히틀러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파시즘에도 구역질이 난다,’
 
시대가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실 이 음악은 영화를 통해서 굉장히 우리에게 친숙하게 됐어요. 제가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말한 건 바로 이 영화 때문인데요, 니콜 키드만과 탐 크루즈가 아직 부부였을 때 찍은 ‘아이즈 와이드 셧’입니다. 특히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음악과 함께 잘 묘사했는데, 클래식 마니아로도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안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음악이 굉장히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져요. 아직 안 보셨으면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볼수록 매력 있는 영화예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도 내가 이해 안 되는 그런 순간. 페르소나라는 도구를 빌어서라도 잠시 숨 쉬고 싶을 때. 온전히 나이고 싶은 순간에 이 두 곡의 왈츠로 여유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유튜브
 
아람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masquerade’ 중 ‘왈츠’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중 ‘두 번째 왈츠’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중 ‘두 번째 왈츠’ 연주 André Rieu, Johann Strauss Orchestra (앙드레 리우,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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