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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이재만의 그 法이 알고 싶다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는 폭우 속에서 비에 젖지 않도록 돕는 우산 같은 사람이 되고자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삼성·동아·쌍용 등 대기업과 각종 연예인 사건 약 2000건을 승소로 이끌면서 무죄 제조기, 법정의 승부사, 연예인의 수호천사 라는 별칭을 얻었다.
살인의 추억 ‘그놈’ 찾긴 했는데…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처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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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3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해결될 조짐을 보인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모두 10명의 부녀자가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됐다. 경찰이 당시 보관한 증거물들에서 남은 DNA를 확보해 감정한 결과, DNA가 일치하는 A씨를 진범으로 특정했다. 다만 사건이 A씨의 소행으로 밝혀져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A씨는 다른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으로 알려졌다.

Q. 첫 사건 발생 후 33년 만에 DNA가 일치하는 범인을 특정했다. DNA 감정 결과가 갖는 법적 효력은 절대적인가?
A. DNA 감정결과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진범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성폭행사건이나 살인사건 같은 경우, DNA 감정결과가 중요한 유죄입증자료가 되기는 하지만, 다른 정황증거들과 유죄 입증이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유죄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A씨의 경우, 알려진 바로는 10건의 살인사건 중 3건의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일치되고 있는 것, 또 A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처제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무기징역 복역 중인 점, 인상착의가 비슷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범인으로 특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살인의 경우 피해자 수(1명/연쇄)에 따라 법정형량이 달라지나?
A. 살인죄는 피해자 별로 각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경합범가중으로 법정형이 가장 큰 죄의 형에 1/2 가중하여 중하게 처벌받습니다. 그러나 사형이나 무기징역의 경우 이러한 형량을 가중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경합범가중이 없습니다.

Q. A씨가 범인으로 밝혀져도 살인 공소시효 15년이 지나 처벌이 어렵다고 하는데?
A. 공소시효란 범죄혐의자가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검사가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정기한을 의미합니다. 공소시효 존재의 이유는 범죄를 범한 후 시간이 경과됨으로써 증거가 많이 사라지게 되고, 당시 목격자들 등 인적 증거의 경우에도 시간이 지남으로써 기억력이 쇠퇴되고 당시의 기억이 왜곡되는 등, 실체적 진실 발견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당 범죄자가 그 공소시효를 채우기 위하여 그 기간 동안 도망다니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하여, 그 기간 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일종의 형사처벌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더 이상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어, 검사는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여 재판조차 열릴 수 없게 됩니다. 만약 공소제기 후에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는데도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발견되면 법원에서는 면소(免訴) 판결을 하게 됩니다(형사소송법 326조). 어느 경우에나 공소시효가 지나면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Q. 공소시효가 생긴 2007년 이전 발생한 범죄에 대해 소급적용할 수는 없나?
A. 살인죄의 공소시효에 대하여는, 2007년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은 공소시효가 15년이고, 2007년 이후에 일어난 사건만 25년이 되는 것으로 연장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 2007년에 개정되었다가, 2015년 7월 24일 형소법개정에서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15년 7월 24일 개정당시까지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 한해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습니다. 따라서 2000년 7월 24일 이후 발생한 살인죄는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당시까지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지 않았으므로 공소시효가 폐지된 것입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범행인 10차 범행은 1991년 4월 3일에 발생하였으므로 공소시효 15년이 경과한 2006년 4월 2일에‘만료’되었으므로 A씨를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는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처벌할 수도 없습니다. 공소시효 폐지를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으므로 A씨를 화성연쇄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피고인을 성명불상자로 하여 일단 기소하면 법원이 소송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기각할 때까지 15년을 더 벌 수 있다는 일부 검사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기소라는 의견 때문에 실제로 기소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 당시 기소되었더라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고인은 재판을 통하여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Q. 그렇다면 A씨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은 전혀 없는 건가?
A.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면 형사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도 없고 재판을 받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형사처벌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도 소멸시효가 있는데 소멸시효는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가해자를 몰랐다고 해도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경우라면 소멸시효 기간 경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1991년 4월에 10차(마지막) 사건이 있었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10년이 지났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Q. 해외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연쇄살인범을 처벌하지 않는가?
A. 세계 각국에서는 살인죄나 반인륜범죄 등 강력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를 좇아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폐지되기 전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죄의 경우에는 해외에서도 원칙적으로는 처벌하지 못합니다.

Q. 모범수로 복역하면 무기징역 선고받은 자도 감형되는데, 반대로 다른 범죄가 밝혀졌을 경우 현행법상 과형이나 100년, 200년 이상의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나?
A. 우리나라에는 형법 42조에 유기징역형의 상한이 30년이고 가중하는 때에도 50년까지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100년형, 200년형을 선고할 수는 없으나 무기징역형이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A씨는 처제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며, 1급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무기징역수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실무상 그 사례가 극히 드물고 통상 먼저 25년형으로 감형을 받아서 25년 형기를 채우기 전에 가석방이 됩니다. 무기수인 A씨도 25년형으로 감형을 받으면 20년 넘게 복역을 하였으므로 바로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A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다면 감형이 불가능하여져 실무상 가석방 대상이 아니고 석방이 되려면 대통령의 사면뿐인데, 대통령의 사면을 받을 가능성도 전혀 없습니다. A씨는 젊은 나이에 수감되었기 때문에 50대에는 가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모범수로서 지냈지만 이제 교도소 담장 밖 자유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매일 매일을 고통스럽고 비참한 절망속에서 보내면서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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