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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뉴욕 변호사의 엑스팻 생활기
엑스팻(Expat)이란 외국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엑스팻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필자 이철재 변호사가 뉴욕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며 그곳의 일상적 모습 혹은 관광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테슬라보다 의사당! 알바니 뉴욕주 의사당 VIP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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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5

 얼마 전 알바니(Albany)에 사는 나의 친구 짐(Jim)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알바니에서 테슬라 자동차 무료 시운전 행사를 한다는데 안 올래? 내가 예약해 놓을게.” 

 짐은 차를 새로 산 다음 날부터 그 다음에 어떤 차를 살지 궁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화든 태블릿이든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물건이 다 망가지기 전까지는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웬만해서는 들지 않는다. 내가 현재 운전하는 차도 10년이 넘었지만 별 고장 없이 잘 달리니 차를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테슬라는 솔깃했다.

 엔진이 없는 자동차. 배터리로만 가는 차. 휘발유를 넣을 필요도 없고, 오일 교환을 해줄 필요도 없는 차. 한번 운전해 보고 싶었다. 자동차 한번 사면 10년 넘게 타는 나로서는 투자해 볼 가치가 있는 자동차일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비싸도 그 대신 유지비가 들지 않으니 말이다. 짐에게 답장을 했다. “좋아 갈게. 그런데 뉴욕주 의사당(NYS Capitol) 구경도 시켜줘.” 거짓말 보태지 않고 5초 만에 짐에게서 답장이 왔다. “좋아.” 이렇게 나의 알바니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영어로 ‘땡땡이치다’를 ‘Play hooky’라고 한다. 금요일 하루 ‘Play hooky’ 하고 아침에 의사당 건물 보고, 점심 먹고 오후 2시 반에 테슬라 시운전하기로 했다.

 드디어 금요일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집을 떠나 10시쯤 짐의 집에 도착했다. 나와 짐의 공통점은 할 일이 있는데 안부 인사로 시간 낭비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는 것이다. 벨을 누르자 그가 아예 옷을 차려입고 신발 신고 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화장실 좀 쓰고 가면 안 될까?”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하며 화장실 가는 것을 싫어해 좀 용무가 급했다.

 

2500만 달러 들여 32년만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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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 있는 뉴욕주 의사당.

 뉴욕주 의사당은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들의 궁전 발할라(Valhalla)처럼 웅장하게 서 있다. 이름은 의사당이지만 뉴욕주 상원(Senate), 하원(Assembly), 예산국, 뉴욕주 법무장관(NYS Attorney General) 그리고 주지사가 함께 쓰는 건물이다.

 그 주변으로는 우리나라 정부종합청사처럼 뉴욕 주정부 건물들이 둘러 서 있고, 이 모든 건물을 합쳐 ‘엠파이어스테이트 플라자’라고 부른다. 지하에 큰 몰이 있어 그 몰을 통해 모든 건물과 주차장이 서로 통한다. 뉴욕주 의사당 건물은 미국 내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건물이다. 1867년에 짓기 시작해 1899년 32년 만에 당시 돈으로 무려 2500만 달러를 들여 완성한 건물이다.
 
 1861년 미국 남북전쟁이 터지자 뉴욕주는 북군에 가장 큰 규모의 군대를 보내고, 전쟁 자금도 가장 많이 댔다. 그리고 1865년 전쟁이 끝나자 승리한 북군의 리더가 되어 경제 재건을 진두지휘 했다. 당시 뉴욕은 이미 이리 운하와 뉴욕시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에 더해 경제 재건의 리더가 됨으로써 뉴욕주의 위상이 일취월장했다. 그 위상에 맞는 새로운 의사당 건물을 지으려고 시작한 공사였다.

 하지만 모든 재료를 최고급으로 쓰느라 교통과 통신이 미비하던 시절 뉴욕주에서 떨어진 타 주와 스코틀랜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 재료를 공수해 오고 거기에 정치적 싸움과, 건축물 붕괴 사고로 건축가만 4명이 디자인을 하다 쫓겨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훗날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가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고용한 아이작 페리(Isaac Perry)가 공사를 마무리 했다.

 페리는 제1대 뉴욕주 의사당 건축가(Capitol Architect)이다. 의사당 건축가는 의사당 건물과 모든 정부 건물, 시설물의 설계, 건축, 유지, 보수를 책임지는 건축가이다. 뉴욕주는 페리 이후 한동안 의사당 건축가를 두지 않다 1980년대부터 다시 두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내 친구 짐이 바로 뉴욕의 4대 의사당 건축가였다는 것이다. 이제 짐은 은퇴했지만,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여전히 의사당 건축가였다. 내가 설계도면과 건축물의 저작권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내 친구 짐, 뉴욕의 4대 의사당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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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돔으로 빛이 들어오는 서쪽 중앙계단.

 의사당은 애초에 빛이 들어오는 밝은 건물로 디자인 했다. 의사당 서쪽 입구를 통해 들어오면 정면에 거대한 돌계단이 있다. 서쪽 중앙계단(The Great Western Staircase)이다. 동쪽 문을 통해 들어오면 상원 본회의실(Senate Chamber)로 들어가는 계단과 하원 본회의실(Assembly Chamber)로 들어가는 두 개의 계단이 따로 있다.

 이 계단들의 천장은 아름다운 유리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위에 지붕은 유리 돔으로 되어 있어 빛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이런 유리천장을 레이라이트(Laylight)라고 하고 유리 지붕을 스카이라이트(Skylight)라고 한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바다에서 포격을 할 것에 대비해 레이라이트를 모두 칠을 해서 밤에 전깃불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했다. 당연히 스카이라이트는 유명무실해저 결국 스카이라이트를 철거하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다. 지붕과 레이라이트 사이 공간은 사무실이 되었다.

 짐이 1998년 의사당 건축가로 임명된 직후부터 10년간 총감독한 대대적인 의사당 보수 공사의 핵심이 레이라이트와 스카이라이트를 복원하고 계단 세 개를 보수하고 때가 타 탈색된 것을 원래 색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었다.

 짐에게 레이라이트와 스카이라이트의 재질, 원래 디자인 도면 등에 대한 기록을 리서치 하는데 몇 년 걸렸냐고 물었다. 짐이 대답했다. “리서치도 돈이 들어. 정치하는 사람들은 리서치 하는 데는 돈을 절대 안 줘. 일단 부시는 허락부터 받고 부숴 놓으면, 다시 지어야 하니까 돈을 줘. 우리도 일단 부수고 돈 받아낸 뒤 리서치 해가며 복원했어.”

 물론 어디에 가면 자료들을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시작한 일이지만, 그 결단이 놀라웠다. 짐은 여기저기 지붕이 새는 것을 보수하는 공사로 시작해서 그것을 결국 레이라이트와 스카이라이트 복원 프로젝트로 바꿔놨던 것이다. 그리고 부숴놓고 리서치 해가며, 벽에 붙이는 돌, 문고리, 샹들리에의 크리스털 등 똑같은 재료를 찾아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자료 부족하면 상상력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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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조를 기초로 복원한 하원 본회의실 방향 계단.

  하원 본회의실 들어가는 계단 위에 레이라이트는 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그 당시 건축 사조를 기초로 상상력을 동원해 복원했다. 상원 본회의실로 들어가는 계단 위에 레이라이트는 한 귀퉁이만 나온 사진 한 장을 갖고 역시 상상력을 이어 붙여 복원했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력이라는 것은 막무가내 공상이 아니다. 건축사 적으로 진위성(Authenticity) 있게 복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학, 건축사 그리고 미학적 지식을 철저하게 두루 갖춘 사람들만이 끄집어낼 수 있는 훈련받은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복원 당시의 공사 모습을 찍은 사진이 건물 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중 하나에 짐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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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철문과 엘리베이터(왼쪽).

 상원 본회의실은 일반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본회가 없을 때는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곳을 철문으로 막아 놓는다. 그런데 심지어 그 철문조차 아름답다. 이곳은 사람의 출입을 막는 문 하나, 엘리베이터 하나조차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방청석 또한 회의가 없을 때는 문을 잠가놓는다. 하지만 ‘빽’이 있다는 것은 이래서 좋다. 짐에게는 상원 본회의실 방청석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사람들에게 구경 시켜줄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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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상원 본회의실.

 방청석으로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텅 빈 회의실이 우리를 맞았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의사당 건물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회의실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대 상원 본회의장을 보수하면서 건물 전체를 보수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실행에 옮기는 데 거의 20년이 걸린 것이다.

 하원 본회의실은 상원보다 규칙이 까다롭지 않아 방청석이 방문객들에게 열려 있다. 이곳은 의사당 건물 안에서 가장 큰 방이다. 또한 의사당 내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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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본회의장.

 의사당 건물은 1911년 당시 2층에 있던 도서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담배꽁초에서 불이 붙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소화전도 스프링클러도 없던 시절이라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사암(砂巖, Sandstone)으로 만든 서쪽 중앙 계단이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몇 년 전에 미국 텔레비전에서 뉴욕 의사당 대화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거기 짐이 출연해서 한 말이 돌도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아주 뜨거운 열에서 녹는다고 했다. 그만큼 대화제의 불길이 거셌다는 증거이다. 새벽에 불이 났는데 해질 무렵 불길이 잡혔을 때는 도서관 안에 귀중한 자료들은 모두 재로 변했다. 당시 당직을 하던 경비원은 시신이 불에 심하게 훼손되어 그의 시계 하나만으로 겨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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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녹아내린 서쪽 중앙계단.

 

1912년 화재로 일부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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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화재 후 재건한 도서관.

 짐이 2층 복도를 지나다 “여기가 화재가 발생한 도서관 자리야” 하고 보여줬다. 지금은 다른 사무실로 쓰인다. 그 사무실 바로 옆에 큰 소화전이 있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인상 깊기도 했다. 현재 도서관은 1층에 있다. 1912년 화재 후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었다. 의사당 건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지었기 때문에 건물에 여러 건축 스타일이 들어 있다. 가령 어느 층 창문에는 아치가 있고 어느 층 창문에는 기둥이 있고 다른 층에는 둘 다 없고 그런 식이다. 도서관은 클래식 리바이벌 쯤 되는 스타일이다. 나는 잘 모르고 짐이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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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룸(War Room). 뉴욕주에서 일어난 모든 전쟁과 전투를 그린 천장화가 있다.

 본회의장 이외에 의사당 내에서 인상적인 것은 워룸(War Room)이었다. 전쟁기념관 같은 것인데 뉴욕주에서 일어난 모든 전쟁과 전투를 그린 천장화가 있다. 천장화를 감상하라고 그 아래 소파를 몇 개 놓았다. 이 소파들은 뉴욕주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시라큐스에 본사를 갖고 있던 유명한 가구 메이커 구스타프 스틱클리(Gustav Stickley)라는 사람이 있다. 워룸에 있는 소파들은 스틱클리가 직접 만든 것은 물론 아니지만 지금도 현존하는 스틱클리 가구회사의 감독 하에 스틱클리 스타일로 만들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주지사의 홀(The Hall of Governors)이라는 곳이다. 역대 모든 주지사의 초상화가 순서대로 걸려 있고 의사당을 그린 유화도 하나 걸려 있다. 주시자 중에 후에 미국 대통령이 된 사람들의 초상화 밑에는 미국 대통령의 문장(紋章)이 붙어 있다.

 4년 전 짐이 퇴임하면서 성대하게 퇴임 파티를 하고 그 다음날 짐이 가까운 사람 10명 정도 초대해 자신이 투어 가이드로서 의사당 구경을 시켜줬다. 그때는 지붕에도 올라가 스카이라이트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이제 지붕은 아예 방문객 출입금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스카이라이트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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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주지사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주지사의 홀(The Hall of Governors).

로케펠러가 사들인 추상화 92점 영구 전시   

 의사당을 다 보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지하 몰로 내려갔다. 몰에 기념품 파는 곳에서 그림엽서 몇 장 샀다. 그곳에 식당가도 있지만 테슬라 시운전까지는 시간이 있어 차를 타고 나가서 먹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갔다.

 지하주차장까지 가는 지하 몰의 긴 복도에는 미국 표현주의 추상화 92점이 영구 전시되어 있다. 뉴욕의 49대 주지사였던 넬슨 로케펠러(Nelson Rockefeller, 우리나라에서는 ‘록펠러’라고 주로 표기하나 이는 오기임)가 주지사에 취임하면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240만 달러의 예산을 편성해 이 위원회를 통해 미국 표현주의 미술품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뉴욕시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s, MoMa)과 의사당 몰에 반씩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점심은 당연히 내가 샀다. 나는 살라드 니수아즈(Salade Niçoise)를 주문하고 짐은 뭘 주문  했는데 나는 남의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에그 베네딕트(Eggs Benedict)를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음 짐이 의사당 건축가로 임명되고 한 일이 의사당을 보수·복원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지사가 간편하게 읽도록 그것을 한 페이지로 요약해 보냈다. 회의 시간에 짐이 앉아 있는 앞에서 주지시가 그걸 훑어보고는 옆으로 밀어 놓았다. 짐이 요청한 7500만 달러를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짐이 실망해 걸어 나오는데 예산 담당자가 따라 나오며 한꺼번에 7500만 달러를 편성해 줄 수는 없지만 매년 무기한 500만 달러씩 예산을 편성해 줄 수는 있다고 했다. 결국 짐은 후자를 받아들였고, 결국에 그가 요청했던 7500만 달러보다 훨씬 더 많은 9500만 달러를 10년 동안 쏟아 넣어 대 토목공사를 해 냈다. 하지만 애초에 의사당을 지을 때 들였던 2500만 달러가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졌을 때 짐이 쓴 95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미국 공영TV에서 뉴욕 의사당 복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거기 짐과 주지사가 함께 출연했다. 거기 보면 주지사가 하는 말이 “현대의 건물들은 너무 실용성에만 치중하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날에도 과거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복원할 기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저 사람이 아예 예산 편성도 해주지 않으려고 하던 그 주지사 맞나 싶다. 

 

테슬라 Model3 시승, "바로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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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테슬라 시운전장으로 갔다. 앞에 사람이 조금 밀려 있어 우선 자동차들을 둘러보라고 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엔진이 아닌 모터로 가는 차이다. 모터는 배터리 동력으로 움직인다. 엔진이 없다. 그래서 트렁크가 두 개이다. 원래 트렁크가 있는 뒤쪽과 엔진과 다른 기계가 들어가야 할 앞 쪽에 있다. 특히 앞에 있는 트렁크는 단열 처리가 되어 있어 여름에 장을 보고 그 물건들을 넣은 후 얼음 한 봉지 같이 넣어주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물건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참 차를 보고 있는데 어떤 모델을 시운전 해보고 싶으냐고 물었다. 모델 쓰리(Model 3)를 운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지만 어떤 승차감을 좋아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핸들이 부드럽고 가는지 안 가는지 모르게 미끄러지듯 나가는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영애의 노래 중에 블루스의 전설 B.B. King의 기타에 대한 노래인 <루씰>이라고 있다. 그 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의 작은 손짓에도 온몸을 떠는…” 나는 그런 차를 좋아한다. 약간 거칠고, 핸들이 빡빡해도 땅에 착 달라붙어 나의 작은 발짓에도 온몸을 떨며 반응하는 차. 모델 쓰리는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퍼포먼스 모델이다.

 직원이 내 옆에 타고 짐은 뒤에 탔다. 한참 이리저리 운전을 시키더니 어느 뒷길로 들어가서 직선 코스를 가리키며 길 끝까지 마음껏 달리라고 했다. 순간속력도 볼 겸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나를 포함 차에 탄 모두가 뒤로 자빠질 정도로 폭발적인 순간속도를 내며 요란하게 내달렸다. 스페이스셔틀 런칭할 때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바로 이 맛이야. 적금 들어야겠다.”

 짐은 다른 차를 시운전 했는데 차가 내 취향에 비해 너무 크고, 게다가 문이 위로 열려 별로였다. 양쪽 문을 다 열어놓고 봤더니 자동차가 꿀벌 해치처럼 보였다. 시운전을 다 하니까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전에 다른 주에 사는 내 동생네로 차를 운전하고 간 적이 있다. 시라큐스에서 쉬지 않고 가면 17시간이라고 구글 지도에 나오는 곳이다. 운전하고 가면서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떠나 도착할 때 까지 두 번 더 급유를 했다.

 테슬라도 집에서 떠나기 전날 플러그 꼽아 놓고 자고 깨면 충전이 되어 있겠지만 가는 사이 충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자동차 앱을 누르니 미국 지도에 전국의 테슬라 충전소가 가득 나타났다. 늘 가장 가까운 충전소로 안내를 해준다고 한다.

 시운전 끝나고 짐의 집에 도착하니 5시가 거의 다 되었다. 짐이 저녁 먹고 하루 자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애견 부도를 옆집에 맡겨놓고 와서 잘 수가 없었다. 점심에 샐러드만 먹었더니 저녁밥은 좀 유혹이 되기는 했지만, 그 또한 혹시 와인이라도 한잔 걸치는 날에는 밤길 운전하고 가기가 불가능해 질 것이라 거절했다. 배가 고파 수퍼마켓에 들어가 아몬드 한 봉지와 커피 한 잔 사가지고 그걸 먹으며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옆집에 반려견 ‘부도’를 찾으러 갔더니 나의 그런 정성도 모르고 부도는 그 집 개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어 집으로 가지 않으려고 했다. 참 허무했다. 나는 늘 큰 개만 키우다 소형견은 부도가 처음이다. 소형견이 좋은 점은 그냥 내가 답삭 들어 안고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데리고 집에 와서 씻고 자리에 누웠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친구 잘 둬서 의사당 VIP 투어 하고, 다른 사람 들어가지 못하는 상원 본회의실 방청석까지 들어갔다 나오고, 테슬라 시운전도 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여행이었지만, 즐거웠다. 친구가 고맙고 자랑스러운 것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다음에 짐을 만나면 내가 만든 살구잼이라도 한 통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사진 이철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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