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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최준석 과학
주간조선에 ’과학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하며 매주 한 사람의 과학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발견과 지식이 좋아서라기보다,과학이 저와 제가 사는 세상에 관해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써 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틀렸다? "뭐 암흑에너지가 있다고? 내가 보기에는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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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2
최준석입니다. 주간조선 부국장,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고, 지금은 주간조선에 매주 ‘과학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합니다. 연초부터 매주 한 사람의 과학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을 만났고요, 이영욱 교수도 그 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났습니다. 이영욱 교수 기사가 나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이 교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보고, 그간의 진전 사항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틀렸다"
주목 끈 이영욱 교수의 연구
    

“저는 지금 당장 재산의 일부를 베팅해야한다면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쪽에 베팅하겠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증거는 (암흑에너지가) 없는 쪽이에요.”(연세대 이영욱 천문우주학과 교수)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틀렸다, 라는 주장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벨상이 잘못된 연구에 수여됐다는 주장인데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틀렸다는 주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지난 6월의 주장이었죠.

이 교수는 “우리가 사는 우주의 시간은 갈수록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 그런데그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니, 미지의 에너지, 즉 암흑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런 주장을 한 노벨수상자들이 틀렸다. 만약에 그들이 옳고 그르냐는 데 베팅해야 한다면, 나는 내 전재산을 그들이 틀렸다는 데 걸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에 처음 보도되었습니다. 제가 썼습니다. 많은 분이 암흑에너지 기사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이버에서만 14만 명이 읽었고, 댓글이 500개나 달렸습니다. 

 

이영욱 교수의 주장  

한걸음 더 들어가, 이영욱 교수의 주장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건 천문학계에서 정설입니다. 미국 천문학자 허블이 1929년 관측으로 알아냈거든요. 그런데 궁금증이 하나 더 생깁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 팽창속도가 빨라지는가, 느려지는가' 입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 사람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섰습니다. 미국 버클리대학 팀과 하버드대학 팀이 다국적군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그 문제에 도전했고요. 연구는 1989년 이후에 시작되었고, 경쟁 레이스는 불을 뿜었습니다. 그리고 1998년 두 팀이 동시에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1998년 1월 미국 천문학회 연례학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가 빨리 팽창하고 있다,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대부분 우주가 팽창하고는 있겠지만 팽창 속도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빅뱅으로부터 138억 년이 지났으니 초기에 “빵”하고 터진 폭발력이 약화되고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이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관측하는 데 사용한 건 ‘초신성’이라는 별입니다. ‘초신성’중에서도, 1a형이라고 불리는 초신성이 있는데요, 폭발하면서 일정한 밝기로 터집니다. 별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폭발할 때 항상 같은 밝기이니, ‘별까지의 거리 측정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둡게 보이면 '먼 데 있구나', 환하게 보이면 '가깝게 있구나'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 표준촛불, 즉 5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이 더 어둡게 보인다며 이는 우주가 빨리 팽창하고 있는 증거라고 해석했습니다.

논란의 쟁점은 이것입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 5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을 제대로 관측했는가, 하는 내용이 아니라, 관측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입니다.

이 논란에 대한 이영욱 교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당신들이 5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 밝기가 0.2등급 낮다는 걸 발견하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왜 어두운지와 관련해서 해석을 잘못했다. 원래 그 초신성은 어둡다. 광도진화효과라는 게 있는 데 그걸 무시하면 안되는 거다. 내가 당신들 논문을 보니 광도진화효과를 무시할 만하다고 썼더라. 그게 아니다. 오래된 별은 태어난 환경이 그 후와는 다르다. 그러니 별의 화학적 조성이 다르고, 그래서 초신성의 고유 밝기가 좀 어둡다. 당신들은 그걸 몰랐는데, 아는 지난 7년의 연구를 통해 이걸 확실해 규명했다. 뭐 암흑에너지 있다고? 내가 보기에는 웃긴다." 

당시 이영욱 교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저희들은 항성종족이 전공이다 보니, 아니 다크에너지(암흑에너지)를 발견한 게 아니란 말이지. 멀리 있는 은하에서 폭발한 초신성이 0.2등급 어둡다는 걸 발견한거에요.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이지, 그걸 우리같이 해석하면 암흑에너지는 없다. 다만 항성종족이 다르기 때문에 어두운 거야.”_이영욱 교수

 

이영욱의 아름다운 이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이 교수는 “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도, 노벨상 수상자의 당시 관측 결과가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자신들의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걸 만들어냈는데요, 이 교수는 그거 필요없다, 내가 더 단순하게 설명하겠다라고 합니다. 과학은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복잡한 가설과 단순한 가설이 경쟁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가설을 선호합니다. 과학자들은 그런 경우를 ‘아름답다,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영욱 교수의 이론이 아름다운 이론이 되는거죠.

우주론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떻게 진화하며, 또 우주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현대 우주론은 암흑에너지라는 토대 위에 거대한 집을 지었는데요. 이제 이 우주론이 붕괴위기에 처했습니다..이 책들은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 즉 미지의 에너지가 있다는 연구를 소개한 책들입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책들의 내용은 모두 틀리는 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이 교수 주장의 폭발력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도 이 교수의 주장이 옳지 않기를 바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영욱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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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암흑에너지가 과연 있는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2010년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관측을 끝냈다고 했습니다. 이영욱 교수 연구 그룹의 강이정 박사와 김영로 박사 두 사람이 지난 7년 동안 칠레에 가서 관측을 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에 가서도 관측했구요. 

이 교수는 말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초신성이 터진 은하를 20개 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많은 80개은하의 나이를 정밀 측정했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이영욱 교수가 그런데 그 분야를 잘 아는 학자입니까?'라고요. 이 교수는 “별과 은하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 연구 그룹이 세계 최고다”라고 자신감을 보이더군요. 한국의 천문학자 중에서 논문 피인용지수(논문이 다른 학자들에게 얼마나 인용되는지)에서 1위를 차지해온 학자입니다.

 

논문 작업 진척

이 교수 기사가 나가고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제가 전화를 걸어 그 후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이 교수는 더 자신감을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들 앞에서 얼마 전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동료 교수들의 코멘트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마무리하면, 이를 여러 나라의 천문학자 40명에게 보낸다고 했습니다. 동료 천문학자들의 의견을 받아, 이를 논문에 반영해서 천체물리학 저널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1월에 열리는 미국천문학회 연례모임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10월쯤에는 논문이 게재되어야 하고, 미국천문학회에도 발표 신청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천문학회 1월 연례모임이라면 20여년전 노벨상 수상자들이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그 자리입니다. 똑같은 자리에 가서 이영욱 교수가 ‘암흑에너지는 없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겁니다.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하겠다는 것이죠. 흥미진진합니다.

 

이영욱 싸움, 어떻게 될까?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를 향해 시커먼 먹구름이 한국에서 몰려가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이영욱 교수의 암흑에너지는 없다는 도전, 어떻게 귀결될까요? 노벨상이 잘못된 연구 결과에 주어졌다는 식으로 결론이 내려질까요? 노벨물리학상이 취소될까요? 최소한 격렬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영욱 교수는 이 싸움은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누구도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내 주장을 좋아하지 않을 거다.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걸 전제로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암흑에너지가 부정되면 그 연구가 어떻게 되겠나. 쓰레기통으로 가야할 거다. 암흑에너지가 부정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저는 학자가 아니기에, 이영욱 교수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영욱 교수를 존중합니다.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주장이 미심쩍다면 그걸 확인해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과학은 검증, 검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암흑에너지 전투에서 승리하던 패배하던 그건 다음 문제입니다. 그가 부정당하면 암흑에너지 가설은 좀 더 굳건한 과학적 기초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습니다. 이영욱 교수님, 파이팅!

 

최준석 주간조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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