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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 아닙니까?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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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7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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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어휘의 하위 갈래로는 크게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있다. 고유어는 ‘국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말’이고 한자어는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마지막으로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니, 그냥 외국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외래어에는 외국의 단어를 쏙 빼닮은 말들이 있다. ‘버스’, ‘컴퓨터’, ‘피아노’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기존 언어에서 발음되던 소리와 의미를 그대로 빼닮았다.  

그러나 외래어에는 이러한 경우뿐만 아니라 ‘외국어에서 유래하였으나 많이 변형된 단어’도 있다. 시작은 외국어이지만 한국어로 옮겨와 약간의 변형을 겪었거나 여러 언어를 거쳐 모습과 발음이 바뀐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종류의 말들은 무수한 경로를 거쳐 마침내 한국어에 상륙하였다. 이들을 알고 나면, 외래어가 외국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어컨’, ‘리모컨’, ‘레미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의 영단어에서 일부가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에어컨은 ‘air conditioner(에어 컨디셔너)’에서, 리모컨은 ‘remote control(리모트 컨트롤)’에서, 레미콘은 ‘ready mixed concrete(레디 믹스드 콘크리트)’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단어들이 왜 이러한 모습을 갖췄는지 알기 위해서는 긴 여행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들은 바로 한국어로 건너오지 않았다. 이들이 일본에 먼저 소개되면서 단어의 일부가 누락되고 그 상태로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따라서 이 세 단어를 살펴보면 일본어 화자가 발음하기 쉬운 발음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다’와 ‘커피’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들은 어느 언어권에서 구사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는 공통점이 있다. ‘Cider(사이다)’는 서구권에서 흔히 ‘사과 술’을 지칭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투명하고 달콤한 (때로는 레몬향이 첨가된) 청량음료’를 의미한다.  

한국 사람이 유럽에 가서 ‘커피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얼마 안 가 당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커피’라고 말하면 커피 원액에 물을 섞은 ‘아메리카노’를 떠올린다. 그러나 유럽권에서 ‘coffee, café(커피)’라 말하면 커피 원액만 말하는 ‘에스프레소’를 떠올린다. ‘사이다’와 ‘커피’ 모두 외국어에서 출발했으나 한국어로 들어오면서 한국만의 요소가 첨가되어 의미가 변형되었다.  

외래어의 뿌리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한국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선 예시들은 외래어도 한국어임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는 사실 외국에서 ‘고추’를 들여왔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우리는 ‘뭐라고? 그럼 김치는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고추’는 외국에서 왔지만, 그 덕분에 우리의 문화 안에서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외래어도 마찬가지이다. 시작점은 다른 말과 조금 다르지만, 한국 고유의 얼과 문화를 담은 우리의 말인 것이다. 김치가 ‘우리의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외래어도 ‘한국어’임을 상기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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