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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투리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새로운 탐험대원 '드레'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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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08

얼마 전,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큰 논란이 되었다. 어느 대학교 과 대표가 본인 과에 소속된 한 학생에게 사투리를 고쳐달라는 식으로 말한 후, 본인의 생각을 게시판에 적었는데, 그 글에는 사투리를 비하하는 태도가 역력히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작성한 글이 많은 비판을 받자, 작성자는 글을 삭제하고 해명 글을 작성하지만 그조차도 거세게 비판당한다. 이후 다시 해명 글을 작성하지만 그 또한 거세게 비판당한다. 처음에 과 학생에게 한 말, 그 후 작성된 글, 그리고 나중에 작성된 해명 글, 그 다음 해명 글에서 엿볼 수 있었던 글쓴이의 사투리에 대한 생각이 필자에게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글 작성자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작성자의-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것일 수도 있는- `사투리에 대한 인식` 에 집중하여 해당 과 대표의 글을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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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대표 학생이 부산 방언 사용자 학생에게 보낸 문자 내용 중에서>

 

우선 작성자가 보낸 카톡에서 알아볼 수 있는 첫 번째 사실은, 경상도의 사투리를 다른 지역의 사투리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와 충청도인데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른 지방과는 달리, 경상도 사투리가 유난히 잘 들린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필자도 동의하며, 필자 또한 경상도 사투리는 개성이 강하고, 특징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주변에도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었을 때부터, 말하는 것만 듣고도 그들이 경상도 출신임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의 사투리는 어렴풋이 무언가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다른지는 잘 알지 못하였을 정도로 경상도의 사투리는 특이하다. 이를 통해 볼 때, 경상도 사투리가 다른 지방의 사투리와 다르다는 글쓴이의 이런 인식은 꽤나 보편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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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대표 학생이 친구에게 보낸 글 중에서(1)>

 

두 번째 사실은, 경상도 사투리는 귀가 따가울정도로 이질감이 심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후 작성된 후기에서는 게걸스럽다라고 할 만큼 이 글의 작성자는 사투리를 듣기 거북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물론 지적을 받은 새내기의 목소리 특징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귀가 따갑다게걸스럽다와 같은 표현은 사투리와 무관하게, 큰 목소리나 걸걸한 목소리 톤과도 연관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식 속 사투리, 그리고 미디어 속 사투리를 잘 생각해 보면, 과연 조용한 부산 사투리를 생각할 수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새내기의 말이 사투리였기에, 사투리에 부여된 이미지나 느낌으로 그의 말을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 청자의 부산 사람에 대한 인식이 청자가 듣는 사투리의 느낌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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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대표 학생이 친구에세 보낸 글 중에서(2)>

 

마지막 사실은, 사투리 화자라고 하여도 서울에서는 서울 말을 쓰는 것이 예의이며, 표준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이 언어적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이는 작성자의 마지막 해명 글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억지인 것이라고 보인다. 미디어와 교통 기술의 발전으로 지역별로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표준어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언어 차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쓴이와 해당 학생의 언쟁 과정에서도 단 한번도 학생이 글쓴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단순 억지에 가까운 이러한 인식은 따로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인식들로 인해, 이 글의 작성자는 끝내 사투리를 고쳐야 할 것으로 규정한다. 사실 어쩌면 저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그 사고의 결과가 사투리는 고쳐야 할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른 사투리와 유난히 다른데, 듣기 거북하기까지 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러한 생각은 작성자가 부산 사투리를 소수어라고 부르는 문장에서 확실해진다. 사투리를 아예 다른언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해야 할 것은, 왜 그런 인식이 생기게 되었는지이다. 이에 조사해보던 중, 필자는 일본 교토의 경우를 보며 어쩌면 아까 논했듯이, 부산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사투리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일본 방송에서, 교토 말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그림을 보여주고, 아래 자막으로 산책 중 강아지를 칭찬한다.’ 라는 자막을 보여주었다. 그 후,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아침이라는 말 대신 한 말이다.”,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말이다등의 말을 했다. 재차 혹시 안 좋은 의미라고 생각할 수는 없느냐고 묻자, 그럴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혹시 칭찬한 사람이 교토 사람이라면 어떠냐고 묻자, 대답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개나 산책시키러 오고 말이지.’ 라는 말이라고 답하였다. , ‘표리부동한 교토 사람이라는 교토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말의 의미를 바꿀 정도로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교토 사투리만 들어도 일본인들 중 일부는 불신의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우리 머리 속 투박하다혹은 시끄럽다등에 대한 부산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

 

절대 해당 글의 작성자를 두둔하거나 그 인식이 옳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글의 작성자가 과장되고, 무례하며 억지에 가까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러한 글쓴이의 인식들이 정말 사투리의 음성적인 특징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부산 사람에 대한 인식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머리 속에도 실제로 존재할 수 있고,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각이나 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연 우리는 글쓴이와 유사한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연 우리 머리 속엔 어떤 생각이 자리하고 있을까? 한번 잘 생각해 보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중요한 언어 탐험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사투리를 미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레(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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