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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권정은의 아이 그림 토크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권정은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히 보여지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명화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어른들과 나누어 그 순수함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졸업식 주인공은 나야 나! 일곱 살 채민이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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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03
채민 作 자화상

지난 3월의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 저 오늘 졸업했어요!”
유치원 졸업식을 막 마치고 온 채민이가 화실에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저를 그릴 거예요. 졸업식 마친 제 모습이요.”

그리고는 신나서 조금 전 졸업식을 한 자기 모습을 열심히 그리기 시작한다. 제법 크기가 있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이 그림은 ‘졸업식의 주인공은 나야 나!’, 하는 것처럼 커다란 리본과 금색 장식 목걸이가 그림 위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그림의 정 한가운데 자신만을 눈에 띄게 그려 놓았다.

그림에서 아이는 “오늘은 중요한 날이에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예쁘고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정 가운데 있는 거예요.” 하는 것 같은데, 왼쪽 하단에 연필로 ‘오늘은 졸업’이란 글자까지 적어놓아 아이에게 오늘이 얼마나 기념적인 중요한 날인지 알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인생 처음으로 한 과정을 이수하고 새 출발을 향해 있는 날의 기쁨과 설렘이 잘 담겨있는데 그 방법이 의외로 간단하다. 단지 자신을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는 것이다.

먼저 머리에 커다랗게 장식한 리본은 얼마나 큰지, 팔까지 내려온다. 금색 목걸이까지 붙여서 더욱 자신을 돋보이게 꾸몄고, 좋아하는 연보라색 옷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하트 무늬를 치마에 새겨 놓았다. 그리고 바탕색을 하나의 색으로 단순하게 칠한 게 아니라, 강한 노란색을 중심으로 다홍색과 보라색으로 변화를 주었다. 특히 바탕의 노랑은 아주 생생하고 힘차서 아이가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과 “오늘은 중요한 날이에요!”하고 강조하는 것이 자유롭고 강한 붓 터치와 함께 전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까만 두 눈은 이 그림을 정말 매력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두 눈은 정말 주인공들만이 갖는 눈동자처럼, 까맣고 큰 눈동자로 그렸는데, 크게는 떴지만 멋쩍은 듯 혹은 무심한 듯한 표정이다. 만화 영화 ‘짱구’의 누나라도 되는 듯이 보이는 두 눈동자는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 눈을 크게 뜨고 있지만, 표정은 어색하고 뻣뻣함을 보일 때와 정말 똑같아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그림을 맞잡고 돌아가는 표현의 요소들은 이 그림이 단지 겉모습만 그린 자화상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까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자화상이란 걸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의 속마음을 겉모습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이 그림을 바라보는 내내 즐거움이 떠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 졸업식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 늘 자기를 가운데 놓고 주인공처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요즘에 그림이 달라졌다. 등장인물이 아주 많아진 것이다. 많은 사람을 다 잘 그려주려니 시간이 오래 걸림에도 아이는 열심히 자기가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려고 노력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언니와 오빠가 얼마 전 미국에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뭘 하고 놀아도 혼자라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기가 아는 모든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파티처럼 늘고 싶어 그 바람을 그림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모여 놀 장소로는 에펠탑이 좋겠어요. 에펠탑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 많은 사람을 에펠탑에 다 불러 모으긴 좁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앞 잔디밭으로 오라고 해야겠어요.” 아이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던 아이가 바로 며칠 전, 갑자기 우주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본인의 자화상이나 친구들만 그리다가 갑자기 우주를 그리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깜짝 놀라 물었다.

“와! 어떻게 우주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가 얼마 전 우주 사진을 보았는데 우주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그래, 맞아. 우주가 반짝이고 참 아름답지?”
“네! 그래서 거기서 친구들을 불러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 모여 놀기 딱 좋은 장소인 것 같아요!”

자화상이든, 친구들을 모아놓은 그림이든, 이 아이의 그림에는 늘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그것이 정말 좋다. 늘 담백하고 유쾌한 아이 마음처럼, 그림처럼 아이도 그렇게만 자라길 바란다.

 

 

 

권정은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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