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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김토프의 토프토크
드라마 <sky 캐슬>과 임세원 교수의 비극이 말해주는 것 그의 가슴에는 가스총 대신, 환자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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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3
임세원 교수 추모 물결을 다룬 뉴스 화면
임세원 교수 추모 물결을 다룬 뉴스 화면

2018년의 마지막 날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자신의 담당 환자에게 생명을 잃은 임세원 교수는 강북삼성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고, 한국자살예방협회 프로그램개발 및 교육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의사보다 환자를, 자신보다 동료를 우선시했던 그를 애도하는 물결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진료 도중 피살당한 임 교수의 사건을 접한 후 의료계가 모두 실의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세상에는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환자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두번이나 멈추어 동료를 먼저 대피시킨 의사
가해자 박씨는 30대 남성으로 양극성 장애(조울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다. 그는 자신을 진료하던 주치의 임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그가 상담실 밖으로 피하자 쫓아가며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임 교수는 먼저 간호사들을 대피시켰고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외친 뒤 이들이 무사히 피신했는지 확인하다가 공격을 당했다. 넘어진 상태에서 가해자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당시 CCTV에 담겼다. 
드라마 sky캐슬 8회 중
드라마 sky캐슬 8회 중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장면이 얼마 전 드라마에도 있었다. 대한민국 상위 1%라 불리는 이들의 욕망과 교육열을 담은 jTBC 드라마 〈sky캐슬〉이다. 지난 12월 8일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는 주남대학교 정형외과 교수인 강준상(정준호)에게 수술을 받고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교수를 찾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강 교수는 그를 설득하는 듯하다가 “법적인 책임은 없다”며 도망친다.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환자에게 쫓기던 강준상 교수는 이에 질세라 가스총을 들고 맞선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같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임세원 교수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드라마의 묘사가 다시 논란이 됐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가스총’처럼 자신을 지킬 무기를 휴대하고 있을 수 없을뿐더러, 드라마에서 하나의 소재로 쓰인 이야기가 현실의 의료진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고인의 뜻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의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의료진 10명 중 1명은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임세원 교수의 비극 이후에도 인천 부평에서는 ‘대기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응급실에서 의사를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이후 정신질환자 범죄를 강력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이는 고인의 뜻이 아니”라고 밝혔다. 임교수의 동생인 임세희씨는 빈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유족의 뜻은 귀하고 소중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1월 2일 성명을 통해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역사회의 돌봄 시스템 없이 국가가 아닌 병원과 보호자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집행하는 기형적인 강제입원 제도는 의사와 환자를 적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고인의 생전 모습_뉴스캡쳐
고인의 생전 모습_뉴스캡쳐

실제로 임세원 교수는 생전에 지독한 우울증을 겪었기에, 환자들과 더 깊이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빈소에는 그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슴 한 켠에 자신을 지키는 가스총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연민을 품고 있었던 의사,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손을 내밀었던 고인의 가는 길 역시 혼자가 아니었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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