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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음료 나오셨습니다?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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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0

 내가 처음 영어를 배우고, 영어 회화를 시도할 때 가장 어색하고 불편했던 점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you'라고 칭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높여야 할 선생님을 당신‘(you)이라고 부르다니! 영어에 익숙해진 후에는 자연스럽게 사용한 표현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늘 잘못을 저지르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존대법을 잘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일 때부터 상대에게 말을 높이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높임법을 사용해야 할 때 높임법을 쓰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는 높임법이 발달된 언어이기에, 그만큼 높임법에 대한 중요도도 높은 것이다. 우리 사회가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한국어에 모두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높임법이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상점, 학교, 그리고 방송 등에서 높임법은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 그 중 주체를 높이기 위한 선어말어미인 ‘-를 남용하는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카페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음료 나오셨습니다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흔해서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은 말이지만, 흔한 만큼 잘 알려진 오류이기도 하다. ‘음료가 나오셨다의 문제점은 높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음료를 높였다는 점이다. 음료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직원의 위치 뿐 아니라 동시에 직원이 높이고자 한 손님의 위치도 내려가게 된다. 높임법은 특정 대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외의 대상은 낮추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엄격히 따지고 보면 직원의 의도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 표현들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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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 한국 사회가 예의를 너무 중시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점원들은 사물 존칭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고객들의 요구 때문이다.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을 당연시할 정도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하는 상점에서는 일반적 상황에서보다 훨씬 더 상대를 높이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님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해당 매장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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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상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방송에서도 이런 높임법의 오류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토크쇼에서는 특히,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지며, 즉흥적으로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잘 발생한다. 연예인들도 상점의 직원 못지않게 이미지가 중요하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높임법을 자주 사용한다.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기나 어린 아이들에게까지도 극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4-50대의 중년층 MC가 어린 아이에게 극존칭을 사용하면 MC의 위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을 높이는 경우도 꽤 많이 발생한다. “저는 마트에 다녀오셨거든요.”처럼 자신에게 높임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단순 말실수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말실수의 원인이 언어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상대방에게 높임 표현을 쓰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보니, 공적 상황에서 높임법이 들어가지 않은 표현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물 또는 자기 자신에게 높임 표현을 사용하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높임법을 돌아보게 되었다. 높임법은 다른 사람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표현으로써 우리말의 예절을 담고 있다. 그러나 높임 표현을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정작 높여야 할 상대를 높이지 못하고 오류를 반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높임법에 대한 강조가 진정한 높임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우리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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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영빈   ( 2019-07-17 ) 찬성 : 0 반대 : 0
덜 떨어진 사람들의 표리부동의 산물
  김까암   ( 2019-07-16 ) 찬성 : 4 반대 : 0
안녕하세요. 글 잘읽었습니다. 본문 내용처럼 높임표현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들이 많기에 저 또한 공감가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껄끄러운 문단이 있어 제 생각을 잠시 남기겠습니다.
 
 방송에서의 경우를 들어주신 5번째 문단은 글 전체의 흐름을 해치는 적절하지 않은 사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높임법이 사물에 쓰이는 경우는 명백히 어법에 틀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기나 어린 아이들에게 높임법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어법에 틀린 경우라고 볼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인들의 언어는 높임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구요. MC의 위치가 낮아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고 방송의 기본입니다. 비단 방송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생 생활에서도 어린이들에게 기본적으로 반말을 쓰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방송과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 어린이들에게 앞뒤 재지도 않고 반말부터 기본으로 나오는 상황이 저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욱 불쾌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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