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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10대 민주의 교실이데아
학교 대신 책방을 다니는 열네 살 신민주입니다. 강연장과 박물관, 미술관에서 세상을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인아 책방의 어린이 독서클럽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보려 합니다.
글래디에이터는 되지 않을거야 '같음'의 시대, '다름'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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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7

튀는 것을 배제하고 없애는 게 익숙한 21세기 사람들은 상처주기의 달인이다. 사회라는 콜로세움 안에서 서로 물고 뜯고 할퀴는 잔혹한 관행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관습이자 바뀌지 않는 신념이라는 핑계는 이제 지쳤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지구 전체가 콜로세움화 돼버렸다.  

5살 신민주는 사회를 배우고 적응하는 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유치원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사회를 축소시켜 놓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어른들은 한없이 순수하고 착한 자신의 아이가 포악하게 남의 자식과 싸우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믿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나는 그때의 상처가 여전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뻔한 진리는 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때의 상처가 곪아 내 마음 속에는 '복수심'이라는 녀석까지 생겼다. 다섯 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흔히 '병아리'라고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들은 병아리가 아니라 싸움닭이었다. 수수하게 입고 다니던 나는 핑크 공주들의 시녀로 1년을 보냈다. 협박도 자주 받고(너 우리 오빠한테 죽는다! 같은) 꼬집혀 보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 화나고 슬펐다. 순수한 어린이?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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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유치원은 약과라고?

초등학교는 친구의 잘못이 나에게도 쏟아지는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다.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겁을 집어먹었다. 그럼 유치원은 약과라는 말 인가? 바들바들 떨며 들어간 교실은 이미 같은 유치원 친구끼리 짝을 이루고 있었다. 다른 동네에서 유치원을 다닌 나는 혹한의 남극에서 체온을 나눌 동료가 없는 펭귄과 비슷한 신세였다. 

그 사이에서 나는 꽥꽥거리며 빙하 사이를 뛰어다니는 눈에 뛰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모둠을 만드는 것을 설명해주시는 선생님께 “오~ 오가작통법과 비슷한 건가요?”라고 묻는다든가 하는. 분명 4학년 전까지는 유쾌한 외계인 친구로 자리매김해갔다. 유치한 에피소드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평탄히 '사회의 축소판'에 적응한 것 같다.  

고학년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흑염룡 새끼가 태어나서 몸과 정신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까칠해진 친구들은 눈에 띄는 나를 옆으로 살짝 밀었고, 선생님은 내가 구덩이에 처박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으셨다. 다들 즐거운데 나만 추웠고 슬펐다. 분노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었고 쓴맛도 처음이었다. 우리는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배재하라고 어른들에게 배웠다. 포용과 융합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같음'의 시대에 '다름'들은 고통받고 무너진다.  

잠시 '같음'을 연기하며 까다로운 5, 6학년의 관문을 통과했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스트레스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안의 특별함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황을 거듭하다 '나는 나' 라는 생각으로 다름을 내 동반자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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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RM이 건넨 지혜, '무너질거니, 무뎌질거니'

 “무너질거니, 무뎌질거니.” 나를 비추는 조명과 화살은 비례하는 법,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한 명언이다. 나는 그들의 음악에서 많은 지혜와 삶을 살아가는 법을 깨닫곤 한다. 상처에 무뎌지는 법도 그들에게서 배웠다. 그동안 받은 상처들, 미래에 난도질 당할 것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나는 콜로세움에 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거대한 혈투장 안으로.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도 상처와 아픔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다짐해본다. 상처에 무뎌지는 법을 단련하면서 무력없이 진정한 승자로 거듭나겠다고.

 

신민주 언스쿨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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