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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카더라'인 거 알아줘!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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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5
Ⓒ셔터스톡

 

  “대박 정보! 이번에 연예인 A가 ~한다고 하던데? 대박이지? 아, 근데 어디까지나 카더라인 거 알아줘~

 요즘 유명 연예인에 관한 사건이 많이 터지면서, ‘카더라’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특히, 위의 예시와 같이 ‘카더라인 걸 알아달라’라는 말도 자주 보인다. ‘카더라’는 과연 무슨 뜻일까?  

‘카더라’는 ‘~라고 하더라’의 경상도 방언인 ‘카더라’에서 차용된 말이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신조어 ‘카더라’는 ‘정확한 근거가 부족한 소문이나 추측을 전달하는 행위’를 말하며, 경우에 따라 ‘유명인에 대한 찌라시를 전달하는 일’, ‘의도적으로 남의 말을 전하는 행위’ 등을 말하기도 한다. 근거가 부족한 소문이나 정보를 지속해서 퍼뜨리는 사람이나 단체를 ‘카더라 통신’이라고 칭한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카더라’가 논란이 되고 있다. ‘카더라’로 인해 거짓 소문이 퍼지고, 그것이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트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카더라’를 전하는 글도 많지만, ‘카더라는 믿지 마라’와 같이 ‘카더라’를 견제하는 글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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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거 어디까지나 카더라야’라며 스스로 카더라 통신임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다. 

 

(1) 오늘 휴강이야.  

(2) 오늘 휴강인 것 같은데.  

(3) 오늘 휴강이라는데? 카더라이긴 한데.  

 

예시 (1)과 (2), (3)의 차이는 바로 ‘발화자가 책임을 어느정도 지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1)의 경우에 발화자가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가깝지만, (2)-(3)은 끝에 말을 덧붙어 ‘내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2)와 (3)같은 표현을 사용했을 경우에, 설령 휴강이 아니더라도 ‘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잖아’라고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과 같은 표현은 이러한 반박을 말하기 어렵다.  

사실 책임을 회피하는 표현은 ‘카더라’ 이전에도 존재했다. 앞서 말했던 ‘~같다’ 외에도, ‘숙제 안 했어요’를 ‘숙제 못했어요’라고 표현하는 것, ‘아까 ~라고 하던데요?’와 같이 남의 말을 전하듯 표현하는 것 등이 있다. 특히 ‘~하던데요?’는 ‘카더라’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유독 ‘카더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까?  

‘카더라’의 파급력이 다른 표현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면, 정답을 알 수 있다. ‘~같다’와 같은 표현은 일상적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카더라’는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환경 아래에서 주로 쓰이기에 삽시간에 퍼지기 쉽다. 또한, 그 대상이 ‘찌라시’와 같이 자극적인 소문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다.  

카더라로 인한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가수 이효리씨는 M사의 일상 다큐 프로그램에서, ‘나는 야구장에 간 것뿐인데 이를 두고 루머가 무성했던 적이 있다. 너무 속상해서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누군가 책임을 회피하며 가볍게 날린 ‘카더라’는 커다란 칼이 되어 소문의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카더라’가 일상적인 책임 회피의 말과는 달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카더라’는 때때로 대중에게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하기도 하며, 법정 공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견제와 비판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누군가에 대한 소문을 마주한다면, 카더라인지 아닌지 진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글이나 말에 카더라가 보인다면 카더라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을 함께 보는 것은 어떨까?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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