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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서울이 지방보다 높은 곳인가?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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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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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가 또 다른 차별을 만들 수 있다는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 방언사용으로 인해 피해를 겪은 대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부산 사투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들은 사례였다.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이,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방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방언이 마치 틀린 말이라도 되는 듯, ‘고쳐 달라고 부탁한 것, 이는 단순히 그럴 수도 있다는 말로 넘어가기 어려운 문제이다.

부산 방언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듣기 힘드니 표준어를 써달라고 부탁한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방언이 얼마나 하위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이다. 그러나 이런 부탁보다 더 문제인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친절하게 말했는데 뭐가 문제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점, 사과하는 글을 올리면서도 우리도 너를 존중해서 사투리를 고치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너도 우리를 존중해서 사투리를 조금은 자제해 달라고 한 점을 통해 이 학생이 잘못의 핵심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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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었던 SNS 중에서>

이 사건은 방언방언 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에서 기인하였다고 생각한다. 방언 차별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놓고 사투리는 틀린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이 차별이 아니다. 방언과 표준어를 비교하여 표준어를 더 우위에 두는 태도, 표준어를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모두 서울말이 아닌 타 방언에 대한 차별이다. 서울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타 방언은 어색하게 들리거나 알아듣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말 또한 하나의 방언이다. 비록 대부분의 서울말이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서울말이 타 방언에 비해 상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현재우리는 서울말을 너무 우선시한 나머지 타 방언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무시하고 있다. 이는 타 방언을 써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울말을 사용하는 것은, 서울 사람들이 타 방언을 알아듣기 힘든 것 이상으로 어려울 것임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 방언에 대한 이러한 시선이 모여, 서울 외의 다른 지역 말들은 하위에 놓이는 사회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이는 다시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과 타 지역에 대한 불공평은 방언 문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언어 습관 속에 서울을 최우선시하는 우리의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앞서 부산 사투리를 고쳐 달라고 부탁 했던 학생은 후에 일종의 해명 글을 올리는데 여기서 밑 지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부산이 서울보다 남쪽에 위치하여 지도상 밑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상, 남쪽과 북쪽을 단순히 위, 아래의 개념으로 보기 힘들다. 또한 남쪽이 아닌 지역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상경’, 혹은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특히 상경은 사전에도 서울에 가다라는 뜻으로 등재되어 있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렇게 서울은 올라가는 것으로, 타 지역으로는 내려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서울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곳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고칠 필요가 있는 말이다. 과거에는 이 계신 곳을 우러러보기 위해 서울을 높은 곳으로 보아 상경이라 표현했다지만, 계급이 사라진 현대에 계속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 서울을 필요이상으로 높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언어는 우리의 인식과 사회를 담고 있다. 그만큼 사회를 바꾸기 위해, 조금 더 평등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언어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해당 학생을 비판할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모두 사회의 언어 습관을 다시 돌아보고, 잘못된 사고, 잘못된 말은 바꾸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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