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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서울에 오면 서울말을 써야지?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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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얼마 전 부산 사투리와 관련된 대학교 학생들의 다툼이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구었다. 과 대표인 학생(A)이 부산 출신의 학생(B)에게 ‘과 친구들이 불편해하니까 부산 사투리를 고쳐달라’는 내용이 담긴 카톡을 보냈고 이 외에도 ‘너만 경상도 사람이라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귀가 따가울 때도 있다’, ‘어차피 나중에 취직하면 알아서 사투리도 고쳐야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지금부터 사투리를 고쳐달라’는 다소 충격적인 말들은 해당 카톡을 본 사람들에게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카톡 캡쳐본은 과대, 즉 사투리를 고쳐달라고 부탁한 학생이 올린 것으로 오히려 A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카톡 말투나 이러한 고민 글을 올린 것으로 미루어보아 실제로 A 학생은 ‘서울에 왔으면 서울말을 써야 한다’, ‘표준어는 다른 방언들보다 훨씬 더 우월한 말이다’는 사고를 지닌 듯하다. 즉 A 학생이 B 학생을 힐난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목적은 아닌 것 같다.

A 학생이 올린 글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고, 이에 놀란 A 학생은 자신이 올린 글을 지우고 사과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A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사과문에서 오히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A 학생이 올린 글에 분노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을까? 

 

표준어는 우월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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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필자는 이 글을 통해 A 학생이 올린 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첫째, 표준어는 다른 방언에 비해 우월한 말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표준어가 다른 방언에 비해 절대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준어는 단순히 규범으로 인정되는 말이며 국가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제정된 말일 뿐이다. 

종종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쓰는 대부분의 언어가 표준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일상에서 구사하는 말들은 방언에서 따온 단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우럭’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 ‘우럭’은 표준어가 아니다. 우럭은 방언이며 이를 표준어로 ‘조피볼락’이라고 한다. 표준어를 쓰는 필자에게도 ‘조피볼락’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만 한다.

만약 표준어가 다른 방언에 비해 우월한 말이었다면 왜 ‘우럭’과 같은 단어들이 사라지지 않고 표준어 화자들이 오히려 이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표준어는 방언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한국어의 ‘규범’으로 굳혀진 것일 뿐이다.

둘째, 사투리를 고치는 것이 과연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A 학생과 B 학생의 카톡 내용에도 있었던 ‘취업’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생각해 보자. 종종 어르신들은 서울에서 취업하려면 서울말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표준어가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표준어가 제정된 목적처럼 너무 많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에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제한되어 있다. 즉 직장 생활의 전부에 있어서 꼭 ‘표준어’만 필요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 있어서 가끔 표준어 사용이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서울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의견은 서울에서의 모든 사회 생활은 표준어로 이루어진다는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싶다.

 

방언을 토대로 한 개성있는 콘텐츠

오늘날같이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방언은 그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방언을 토대로 한 여러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하며 방언이라는 요소가 인물의 독특한 성격을 드러내며 매력의 한 역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히려 방언을 사용하는 인물의 억양과 언어 구사가 그 인물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방언에 담긴 이미지가 개그맨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오히려 방언이 그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사회로 나아가며 여러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의 학생들부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 출신의 학생들까지 그 다양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색함이 가득한 새 학기 첫날부터 자신이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타 지역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방언은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것이지만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하나의 언어이다.

우리는 한국어라는 큰 틀 안에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언어를 구사한다. 필자가 재학 중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도 다양한 지역 출신의 학우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각자가 최소 20년간 겪어온 다양한 경험들로 다양한 사고를 한다. 이러한 경험들과 사고는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인 지역 방언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는 표준어와 방언으로 한국어를 구분하지만 B 학생처럼 타인에게 자신의 경험들과 사고로 구성된 방언 사용을 멈춰달라는 부탁받는 것은 극단적으로 본인의 지난 삶이 잘못됐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리고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억양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지역이 표준어권 지역에 비해 열등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언에는 그 언어를 함께 써 온 많은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녹아있다. 즉 그들의 문화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오히려 표준어를 쓰는 사람들이 방언을 배운다면 그들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길이 생기지 않을까?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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