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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이재인의 투유 그림 에세이
유쾌함과 유익함의 교집합에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책, 빵,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며 그에 대한 글과 그림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3. 포르투에서도 변함없는 얼리버드의 삶 포르투갈 그림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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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8
2019.05.16~06.12
무계획, 그러나 비장한 포르투갈 여행기

어느덧 포르투갈 여행 '2주차'가 시작되었다. 일주일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은 이곳에 완벽 적응했다. 나에게 '완벽 적응'이란 한국에서 매일같이 고수하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인의 각도기 라이프 사이클> 

시간표22.jpg

5시 : 기상 

5시 30분 : 아침 식사 

8시 : 외출 준비 

-일정 소화 후 21시 전 귀가- 

23시 : 취침 


많은 독자들이 첫줄부터 놀랐을 것이다. 어떻게 장담하냐면, 내가 만난 사람 중 백이면 백 다 그랬으니까! 


'얼리버드'의 삶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집에서 먼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매일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등하교 했다. 자주색 45인승 대형 스쿨버스는 6시 45분경에 날 데리러 왔다. 제 시간에 등굣길에 오르려면 6시에 일어나야 했다. 처음엔 좀 힘든가 싶더니, 반 년이 지난 뒤 알람 없이도 벌떡 일어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3년 간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 시간표를 자유롭게 짤 수 있게 되자 오전 10시 이후로 하루의 시작을 미뤘다. 나는 그와 반대로 '초얼리버드'로 진화했다. 기상 시간이 한 시간 더 앞당겨졌다. 신문배달부가 던진 신문이 우리집 현관문에 부딪혀 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시간에 깨어 있게 됐다. 노인들은 아침잠이 없다는데 우리집 아침 풍경은 희한하다. 막내인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신문을 안에 들여놓고 마루에서 할머니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포르투는 새벽 5시 반이다. 3일째 이 시간에, 이 나무 식탁 앞에, 오색빛 담요로 몸을 둘둘 감싼 채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있다. 이제 두 시간 반 후면 호스트인 마팔다가 식탁 옆에 있는 마른 과일을 가지고 출근할 것이다. 삼십 분 후면 P가 일어나 조용히 아침을 먹고, 또 삼십 분 후면 H가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씻으러 갈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집에 있는 사람 다섯 명(호스트 부부와 프로젝트주민) 모두 각자의 호흡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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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특히 유럽에서 홀로 새벽에 눈을 뜨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여름, 친구 S와 함께 70일간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주머니가 팔랑거리는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숙박비를 아껴보겠다고 1박에 1인당 3만원 미만인 호스텔과 에어비앤비를 전전했다. 오랜만에 그 때의 일기를 펴보았다. 4년 전에도 J는 새벽형 인간이었을지 한 번 알아보자.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전자렌지에 스콘 데워 먹었는데 핵존맛... 


2015년 7월 2일 목요일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옆 방 사람들이 준 초코 푸딩을 뜯었다. 너무 맛있는데...? 


2015년 7월 5일 일요일 

새벽 5시 기상ㅎㅎㅎ 어제 파리 시내를 그렇게나 열심히 걸어 다녔는데... 열 두시가 다 되어 잤는데... 


2015년 7월 6일 월요일 

5시 15분쯤 눈을 떴다. 침대에 누워 잇다가 7시쯤 빵집을 찾아 밖으로 나갔다.  


...그만 알아보자.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5시 칼기상부터 아침에 단 음식을 찾는 것까지 '복붙' 수준이라 소름 돋는다. 성인이 되어 외모고 성격이고 꽤나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초얼리버드적 소프트웨어'는 어디 안간다. 두서 없이 수다스러운 4년 전 일기를 훑어보니 기억난다. S가 깰까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필기구를 챙겨 라운지나 거실로 조용히 나오던 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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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백 번도 넘게 들은 질문이, "그래서 5시에 일어나면 대체 뭐해요?"다. 특별한 건 없다. 남들이 저녁이나 밤 시간에 하는 일들을 새벽에 할 뿐이다. 나에겐 그것이 일기 쓰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등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 먹는다'고 하지만, 새벽형 인간으로 살며 이득 본 건 별로 없다. 투명 벌레인가...? 아니면 벌레가 너무 작아 몇 십 년 잡아먹어야 성과를 얻으려나? 


분명한 건 이번 여행의 목적이 '콘텐츠 제작'인만큼 내 라이프사이클이 플러스면 플러스지, 결코 마이너스는 아닐 것이라는 거다. 첫 번째 이유. 새벽 시간은 정말 고요하다. 깨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집 안팎으로 소음이 거의 없다. 고로 집중이 잘된다. 두 번째 이유. 밤새 충전한 에너지가 100프로일 때 일을 하므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낮 동안 열심히 놀거나 돌아다닌 후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버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지 않은가(라고 체력빈곤층이 말한다).  

지금까지 새벽형 인간의 기적의 논리 잘 보셨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나의 작업은 앞으로도 새벽마다 계속될 것이니, 독자들은 이 tmi를 참고해주시길.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읽으면 더 재밌는 글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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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이재인 일러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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