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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도 없다니... 실수로 탄생한 유행어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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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30

‘1도 없어, 예전의 느낌. 그때의 감정이 단 1도 없어.’

걸그룹 ‘에이핑크(A-pink)’의 ‘1도 없어’의 한 구절이다. ‘1도 없다’라니, 1이 없다는 의미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가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숫자 1을 ‘하나’로 바꾸어 다시 불러보자. 

 ‘하나도 없어, 예전의 느낌. 그때의 감정이 단 하나도 없어.’ 

이렇게 바꾸어 쓰니 갑자기 확 와 닿는 느낌이다. ‘하나도 없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실 ‘1도 없다’는 가수 ‘헨리’가 M사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퀴즈에 대한 답으로 ‘모라고 했는지 1도 몰으겠습니다’라 답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헨리는 올바른 표기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러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실수에 재미를 느꼈고, 그 재미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내 마침내 같은 제목의 노래가 나오기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헨리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저작권이라도 등록할 걸 그랬다’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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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짜 사나이" 캡처

 

 

람들은 왜 그의 실수에 열광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편의를 위해 지켜야 함’과 동시에 ‘지켜야 해서 부담을 주는’ 맞춤법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일상 전반에서 지켜야만 하던 것이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헨리의 맞춤법 실수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어이가 1도 없네?’, ‘1도 모르겠어’와 같이 쓰이고 있다. 

틀린 맞춤법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끊이지 않는다. ‘1도 없다’ 이외에도 ‘외않되?(왜 안돼?)’, ‘외않사?(왜 안 사?)’, ‘않이(아니)’와 같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린 유행어도 있다.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샵에도 틀린 맞춤법을 컨셉으로 내세운 이모티콘도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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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이모티콘숍(좌: 허세월드, 우: 밍밍이)

 

그런데 이런 신조어나 유행을 보고 이들이 맞춤법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기존의 맞춤법 규칙을 깨부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 사용에 미숙한 외국인이나, 이제 막 언어를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 이러한 유행을 접한다면 올바른 맞춤법을 익히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비틀어 생각해보면 되려 이들이 맞춤법을 지키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다를 수 있다. 

앞서 ‘외않되’, 또는 ‘않이’와 같은 신조어를 소개했을 때, 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아마 자연스럽게 본래 형태인 ‘왜 안돼’ 또는 ‘아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맞춤법이 파괴된 단어를 보면서 사람들은 올바른 표기를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맞춤법을 파괴한 신조어나 이모티콘은 올바른 표기를 상기하여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틀린 맞춤법을 소재로 한 이모티콘을 보면 캐릭터들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행동으로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맞춤법을 틀리는 모습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모티콘을 마주한 사람들은 ‘맞춤법을 틀리는 행위는 우스꽝스러운 행위구나!’라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올바른 언어 사용과 맞춤법 준수를 위해 힘쓰게 될 것이다 

 맞춤법은 편리한 의사 소통과 언어 사용을 위한 약속이다. 언어는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기에, 이 약속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이런 이유로, 맞춤법은 은연 중 우리에게 억압을 주었고, 따라서 사람들은 이유 모를 희열을 느끼며 맞춤법이 파괴된 신조어나 이모티콘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우리의 말을 해치는 행위인지 생각해보자.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파괴하는 행위 또한 맞춤법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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