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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권정은의 아이 그림 토크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권정은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히 보여지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명화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어른들과 나누어 그 순수함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그냥 오빠가 혼나니까 좋았어요!” 여섯 살 다연이와 일곱 살 현서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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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7
7세 신현서 양의 그림일기 <엄마에게 혼나는 나>
“제가요, 오빠를 막 때렸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저한테 맞아서 우는 거예요”
“잉? 네 오빠가 너를 때리는 게 아니고, 네가 오빠를 때려? 오빠가 너에게 맞아?”
“네! 제가 더 힘이 세요! 음하하하!”
일곱 살 현서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오빠보다 힘이 더 센 자신을 생각하니 정말 즐거운가 보다. 엄마에게 혼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왜 혼나고 있는지 설명하는데 아이는 연신 웃어댄다. 그림에서 엄마는 얼굴이 붉게 변해 완전히 노발대발이다. 아빠는 현서를 그만 야단치라고 엄마에게 사정하고 있는데, 엄마 손에는 커다란 국자까지 들려있다. 그런데도 현서는 자기가 혼날 짓을 한 것은 당연했다는 듯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연신 “음 하하하”하고 장군처럼 호탕하게 웃어댄다. 어이없어서 나도 따라 웃는다. 

6세 범다연의 그림일.jpg
6세 범다연 양의 그림일기 <혼나는 오빠>

 

여섯 살 다연이 그림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오빠가요~ 게임만 하다가 엄마에게 걸렸어요. 그래서 엉덩이 맞고 있는 거예요!”

오빠의 맞은 엉덩이가 벌겋다. 그것을 가운데에 떡하니 그려 강조했다. 그런데 혼나는 오빠 옆에서 다연이는 ‘쌤통이다!’라는 표정으로 즐겁게 웃고 있다. 게다가 흥겨운 음표까지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너 웃고 있는 거야?”
“네!”
“왜?”
“그냥 오빠가 혼나니까 좋았어요!” 
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오빠는 울고 있고, 엄마는 화가 나 있고, 다연이는 야비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것을 훔쳐보는 나는 즐거워진다.
형제, 자매, 남매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라도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세대가 변해도 반복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이 그림들은 예전의 기억을 그림일기처럼 아이들에게 그려보자고 제안하면서 나온 그림들이다. 그랬더니 내 일기에 나올 듯한 이야기들이 아이들 그림에도 줄줄이 나왔다. 어린 시절, 학교 숙제로 의무감에 썼던 그림일기. 그 습관이 이어져서 사춘기 시절에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꿈을 일기장에 담아놓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 삶의 자세와 방향을 다짐하는 좀 더 성숙한 일기로 발전되어 간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많은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어른들은 마음을 위로받고 회복하게 된다.
우리의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우리 마음의 인식이다. 그러니 매일 밤 일기에다 힘들고 아쉬운 것 중에서 그래도 감사한 것들을 적는 습관을 들인다면, 우리 마음의 ‘회복 탄력성’은 유연함의 최대치가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보면 어린 시절 숙제로 마지 못해, 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일기 훈련은 어른인 우리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훈련일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 우리도 다시 그림일기를 쓰면 혼나고 울고 있는 장면을 그리면서도 음 하하하 웃고 있던 현서처럼 슬픔을 그리면서도 웃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음 하하하. 하하하.   
권정은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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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asdf   ( 2019-07-08 ) 찬성 : 0 반대 : 0
저도 오빠가 맞을때 기분이 좋았는데, 참 공감이 가는 기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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