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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권정은의 아이 그림 토크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권정은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히 보여지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명화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어른들과 나누어 그 순수함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이건 뭘 그린 거야?” 열한 살 리엔이가 그린 '하트를 품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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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7
11세 박리엔 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당연히 아이가 아름다운 여자를 그린 그림으로 보았다. 눈이 공작새 깃털처럼 화려하고 가슴은 살짝 봉긋한 게 아마도 외모가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제목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이다. 그림 뒷면에 아이가 직접 적어 놓았다.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라, 마음이 아름다운 여자를 그렸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여자는 화려하다 못해 요염하기까지 한데 제목은 그 여자의 따뜻한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여자는 왜 마음이 따뜻한 여자인 거야?”
“이 여자 가슴이 불룩하잖아요. 그건 그 안에 커다란 하트를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이에요. 그러니 마음이 따뜻한 여자를 그린 거죠.”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속에는 커다란 하트가 들어 있어 가슴이 불룩해진 거라니! 이건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가 들어 있는 보아 뱀 이야기 같다. 그런데 왜 눈은 저토록 화려한 것일까? 사실 단지 화려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뭔가 마법적인 힘을 가진 듯한 눈이다. 마음이 따뜻한 것과 이토록 화려한 눈 사이에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얼핏 그림을 보면 봉긋한 가슴보다는 화려한 눈으로 먼저 시선이 간다. 
“그건 그 눈이 다른 사람들 마음속의 하트를 보기 때문이에요.”
세상에. 이 아이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내려온 아이일까. 타인의 따뜻한 하트를 볼 수 있는 능력의 눈이라 이토록 마법적으로 아름답다니... 겨우 여덟 살 아이의 작은 연필그림 한 조각에서 난 우리 삶의 궁극적 목적지인 이상적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너무 이상적이어서 마치 판타지 영화 속에나 나오는 별나라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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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박리엔 作 <눈 속의 눈>

“그리고, 이 그림 제목은 ‘눈 속의 눈’이예요. 눈동자 안에 또 다른 눈이 있어요.”
“정말 그렇네! 꼭 눈동자의 반짝임 중의 하나로 보여서 몰랐었어.  그럼 이건 누구 눈을 바라보는 누구 눈이야?”
“창밖을 쳐다보는 딸의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요.”

딸의 눈을 담고 있는 엄마의 눈이라니, 그 어떤 시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리엔이는 정말 이런 아름다운 커다란 눈을 가진 새들이 날아다니는 시처럼 아름다운 판타지 세상에서 살다 온 아이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겨우 여덟 살 아이의 이토록 예민한 관찰과 독특한 시선에 대한 명쾌한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눈 속의 눈’ 처럼 서로가 서로의 눈을 담고 사는 세상.
가슴에는 커다란 하트를 담고 있어서 모두 가슴이 불룩해진 모습을 한 세상.
서로를 공감해주고 관계회복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상.
상상만으로도 감격스럽다. 그럼에도 왜 어른이 된 우리는 현실에서 그런 세상을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아이 그림을 바라보고 아이 그림을 우리 눈 속에 담길 반복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세상이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거짓말처럼 찾아오지 않을까? 그러니 그런 수준 높은 세상에 대한 꿈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꿔보는 건 어떨까! 꿈을 꾸어보는 것도 살아있는 우리의 특권이니 말이다.  
 
권정은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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