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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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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의 창시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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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신로아
Copernicus.jpg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Basil, Ex officina Henricpetrina, 1566
 

출처: https://blogs.slv.vic.gov.au/arts/books-that-changed-the-world/

 이 그림은 라틴어로 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1) 1~6권 중 1권에 실려 있는 것이다. 중심에는 태양(SoL)이 위치하고 바깥쪽으로 수성(Mercurii), 금성(Venus), 지구(Telluis)와 달(Luna), 화성(Martis), 목성(Iouis), 토성(Saturnus)의 순환 회전(revolvitur, revolutio) 궤도가 차례로 그려져 있다. 가장 바깥쪽에 그려진 원은 ‘이동할 수 없는 고정된 별 구체(Stellarum Fixarum Sphaera Immobilis)’를 나타낸 것으로 흔히 ‘항성구(亢星球)’로 번역되는데, 무수한 별들이 수를 놓은 천상 세계로 간주되는 영역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항성구는 움직이지 않으며, 토성은 30년, 목성은 12년, 화성은 2년, 지구와 달은 1년, 금성은 7½달, 수성은 88일에 1회전 한다고 기술했다. 이는 실제와 같거나 엇비슷한 주기 값이다.

 1473년 폴란드 토룬(Toruń)의 부유한 상인이자 관료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코페르니쿠스는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대성당의 신부였고 후일 주교(主敎, bishop)2)의 자리에까지 오른 외삼촌 루카스 바첸로데(Lucas Watzenrode)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코페르니쿠스는 크라쿠프(Kraków)3) 대학에 입학하여 의학, 천문학, 라틴어, 수학, 교회법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성직자가 되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

 1496년 코페르니쿠스는 외삼촌 루카스의 권유로 교회법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 편입하여 수학한 후 로마의 파도바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하였으며, 1503년에는 페라라 대학으로 옮겨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파도바 대학으로 돌아가 의학 공부를 마쳤다. 이후 코페르니쿠스는 참사회 위원, 주교인 외삼촌의 비서 및 주치의로 지내며 천문학 연구도 병행했다. 그때까지의 천문학은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정립된 천동설을 토대로 하여 주로 역법 계산과 점성술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다.

 천문학 공부에 몰입하던 코페르니쿠스는 천오백 년 가까이 서양의 천문학을 지배해온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옳지 않다는 것을 파악했고, 1512년 태양 중심설을 주장하는 짤막한 해설서4)를 제작하여 몇몇 지인들에게 배포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에 몰두하면서도 참사회 고문으로서의 활동에도 충실하였기 때문에 1523년에는 임시 대주교에 선출되기도 하였다. 그는 1529년부터 태양 중심설을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하여 1532년경에 원고를 거의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교회와의 마찰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출판을 미룬 채 의료 활동에만 전념했다.

 1539년 봄, 비텐베르크 대학의 젊은 수학교수 레티쿠스(Joachim Rheticus)5)가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 레티쿠스는 코페르니쿠스 밑에 2년 동안 있으면서 스승의 이론을 알리는 안내서6)를 쓰고 스승에게 정식 출판을 하도록 설득했다. 결국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의 이론을 알리는 책 출판에 동의하였는데 그 즈음 라이프치히 대학의 수학 교수로 임용되어 바빠진 레티쿠스는 책 출판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다. 결국 개신교 목사인 오시안더(Andreas Osiander)가 출판의 책임을 맡게 되었고, 1543년 지동설의 내용을 담은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가 출간되었다. 총 6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는 우주와 지구는 구형이고, 지구와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원운동을 하고 있으며, 황도7)가 지구의 공전 궤도면과 일치한다는 견해가 담겨 있다. 아울러 달의 운동과 행성들의 공전과 평균 운동, 수성의 이심률, 행성 궤도의 기울기 등의 내용을 기하학적인 설명과 도표를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책이 정식으로 출판되던 해에 뇌출혈로 인해 신체의 오른쪽이 마비되었고 1543년 5월 24일에 책의 견본을 받아든 채 숨을 거두었다.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서문에는 ‘천문학으로부터 어떠한 확실성도 바라지 말도록 하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교황 바오로 3세에게 드리는 헌정의 글’도 실려 있다. 이는 교회의 분노8)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 책의 서문은 저자가 쓰는 것이 상식이기에 당시에는 코페르니쿠스가 직접 쓴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출간을 담당한 오시안더가 작성하여 끼워 넣은 것으로 훗날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밝혀냈다.

 학자들은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가 출간된 1543년을 과학 혁명이 시작된 기념비적인 해로 평가한다. 

 

[ 지동설에서의 순행(順行, direct motion)과 역행(逆行, retrograde motion)의 원리]

 태양계의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행성들의 회전 방향은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동일하지만 행성들의 회전 속도는 태양에 가까울수록 빠르다. 즉 태양에 가장 가까운 수성의 공전 속도가 가장 빠르며,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 순으로 공전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행성들의 이와 같은 공통점(공전 방향 동일)과 차이점(공전 속도와 궤도 반경의 차이)으로 인해 지구에서 행성을 관찰하면 밤하늘의 별자리에 대해서 행성들의 상대 위치가 변하게 된다.

 행성의 겉보기 운동인 순행과 역행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몇 달 동안 별자리에 대한 상대적 위치를 틈틈이 체크해야 한다. 

 

[그림1]
 

 [그림1] (앞서 프톨레마이오스에 관한 글에도 있는 그림이다. 화성의 경우 2년 정도는 순행하고 2개월 정도는 역행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에 대해서 프톨레마이오스는 주전원이라는 가상의 원을 도입하여 행성의 운동을 설명한 바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편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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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그림2]와 같이 중심에 태양이 있고 지구와 화성이 그 주위를 각각 회전하고 있다. 지구 궤도 1지점에 지구가 있을 때 화성도 화성 궤도 1지점의 위치에 있었다는 조건에서 시작한다.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하여 2의 위치로 움직이는 동안 화성도 자신의 궤도를 따라 2의 위치로 이동한다. 지구가 3으로 가면 화성도 자기 궤도를 따라 3의 위치로 이동하고, 지구가 4로 가면 화성도 4로 간다. 이때 각각의 번호가 일치하도록 지구에서 화성을 지나는 직선을 그으면 먼 하늘에 대한 화성의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있다. 1→2→3→4로 이동한 결과를 먼 하늘에 투영하면 화성은 서쪽 하늘에서 동쪽 하늘로 이동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이러한 겉보기 운동을 순행(順行, direct motion)이라고 한다.

 4를 지나는 시점부터 지구가 화성을 따라잡는 추월이 시작된다. 지구의 공전 속도가 화성의 공전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화성이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구가 4→5→6→7→8로 이동하면서 화성을 관측하는 기간에는 화성이 동에서 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역행(逆行, retrograde motion)이라고 한다. 지구와 화성이 6의 위치에 도달한 시점에서 서로의 실제 거리는 가장 가깝게 된다. 이러한 위치 상태를 ‘충(衝, opposition)’이라고 한다. 충의 위치에서는 화성이 평소의 밝기보다 훨씬 더 밝게 보이며 밤새도록 환하게 빛난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붉은 별 참 밝은데 뭐지?”하고 궁금해 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기도 하다. 8의 위치를 지난 후부터 지구는 마치 쇼트트랙 인코스로 급선회하는 모양새가 되어 9→10→11로 이동한다. 이때 지구에서 화성의 위치를 먼 하늘에 투영해 보면 화성이 서에서 동 방향으로 순행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위의 설명 과정에서, 지구와 화성의 공전 방향을 반시계 방향이라고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위아래가 없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 방향이나 자전 방향이 반시계 방향이라는 말은 원래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종종 책이나 강연에서 그와 같은 비유가 쓰이는 까닭은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세워 놓은 지구본은 북극점이 하늘을 향하게끔 되어 있다. 지구본을 수직에 대해 23.5˚ 비스듬하게 기울여 놓은 것은 공전 궤도의 축 방향에 대한 기울기를 근사하게 표현한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지구본을 볼 때 자연스럽게 위에서 북극점을 내려다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에서 태양계 모형 그림을 나타낼 때에도 지구의 북극이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있다. 세계 인구의 90%가 북반구에 살고 있고 북반구를 중심으로 학문이 발달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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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은 연유에서 지구를 작은 동그라미로 나타내는 경우에 동그라미의 중심점은 통상적으로 지구의 북극점이 된다. 따라서 동그라미 안에서 원주에 수직한 방향으로 우주를 바라보면 정남 방향이 된다. 그림에서 관측자 A, B, C, D는 관측 지역이 다르므로 각자의 남쪽 방향이 다르며 동쪽과 서쪽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관측자 A가 별 S를 관측하면 서쪽 하늘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관측자 B가 별 S를 관측하면 동쪽 하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라틴어; De(의) revolutionibus(회전) orbium(구) coelestium(천국)
2)비숍; 4세기~16세기의 주교는 자신이 속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권력자로 주임 사제이며 행정가로서 전반적인 통치를 담당했다.
3)크라쿠프; 17세기초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수도
4)≪요약; Commentariolus≫
5)본명 Georg Joachim de Porris(1514~1574)
6)≪제1 원리, Narratio Prima≫
7)황도(黃道, ecliptic): 배경 우주에 대한 태양의 위치는 지구 공전에 의해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 위치의 변화를 수작업으로 기록하려면 일출 직전이나 일몰 직후에 배경이 되는 별자리를 관측하고 태양이 별들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점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태양이 별자리들 사이를 서에서 동 방향으로 하루에 약 1°씩 이동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태양이 1년 동안 이동한 경로를 선으로 연결한 것이 황도이다. 황도는 지구 공전에 의해서 나타나는 태양의 겉보기 운동 궤도이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 궤도를 무한히 연장한 선이나 다름없다. 태양계 행성들은 태양의 상하좌우에 제멋대로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황도와 엇비슷한 궤도면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밤하늘에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들을 찾아보면 황도 근처에서 관측된다.
8)코페르니쿠스가 죽고 팔십여 년이 지난 1616년,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금서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신규진 경성고 과학교사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지구의 과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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