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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편의 촉후감
인터뷰는 누군가의 결정적 순간을 깊숙이 간접체험하는 신비한 시간입니다. 《topclass》 김민희 편집장이 지면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때론 인터뷰 후기를, 때론 후속 인터뷰를 담습니다.
언어 천재 조승연,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수십 개 스물한 권의 책을 쓴 81년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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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8
jtbc '썰전' 화면 캡처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그에 대해 파면 팔수록 이런 생각이 커졌다. 조승연. 한국에서 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언어 천재’다. 7개 국어를 구사한다.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는 네이티브 수준이고, 라틴어, 독일어는 독해가 가능하다. 거기다 최근엔 중국어와 한문까지 파고 있다.
 
 스물한 살에 자신만의 공부법을 설파한 일명 ‘빨간 책’ <공부기술>을 펴냈고, 10년 후인 30대 초반엔 ‘공부기술’의 업그레이드판인 <그물망 공부법>을 냈다.(<공부기술>은 50만부 팔렸다. 훗날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사심 없이 쓴 책이 엉겁결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 외에도 <플루언트>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즈 인문학> 등 쉼 없이 책을 써왔다. 그의 성실성은 믿기지 않을 수준이다. 세어보니 스물한 권을 펴냈다. 비교 대상이 드문 뇌섹남인 조승연은 1981년생, 서른 여덟 살이다. “나의 취미는 언어공부”라는 그의 10년 후, 20년 후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의 성장을 진즉부터 지켜봐 왔다. 조승연의 어머니 이정숙 씨와의 인연이 먼저였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이정숙 씨는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대화전문가가 됐다. 이정숙 씨 역시 아들 못지않은 ‘생산성’을 지녔다. <자녀를 성공시킨 엄마의 말은 다르다> <부모와 자녀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 등 대화법 관련 책을 40권 넘게 펴냈다.     

 나 역시 ‘아들 둘 엄마’로서 이정숙 씨에게 배울 게 많았다. 그의 대화법은 차원이 달랐다. 아들 엄마의 대화법은 대범하고 쿨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실제로도 그랬다. 조승연씨가 미국에서 폭력에 시달리며 자살하고 싶다는 일기를 써댈 때 엄마는 “원래 위대한 시인들은 다 중학교 때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썼단다”며 담담하게 응수했고, 미국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D학점을 받아왔을 때에는 “그래, 미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면 좋지. 그래야 영어가 빨리 늘지 않겠니?”라는, 믿기 힘든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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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씨와 어머니 이정숙 씨. (사진=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공부벌레 모자’ 둘을 함께 만난 건 6년 전쯤이었다. <주간조선>에 ‘자녀를 행복한 성공으로 이끈 부모들의 교육철학’을 생생한 육성으로 전하는 ‘신 인재시교’ 연재 당시였다. 조승연씨는 무직이었다. 언어와 문화, 예술과 역사 등 다방면 지식에 능한 ‘토털 인텔리’라는 것 말고 뾰족한 스펙이 없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마케팅 회사의 억대 연봉 제안을 뿌리치고 무작정 한국으로 귀국한 그를 보며 의아해하는 눈초리가 쏟아진 건 당연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무작정 귀국행’을 택하기 쉽지 않았을 테다. “옮길 곳을 정하고 이직하라”는 게 프로 이직러들의 불문율 아닌가. 더 신기한 것은 그의 태도였다. 조승연씨는 의연했다. 불안과 초조가 없었다. 불안과 초조는커녕, 흔들림 없이 당당하고 여유로웠다. 억대 연봉이 보장된 해외에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한 채 불안정한 한국행을 감행한 그의 속내는 너무나 명쾌했다. 

 “프랑스인들은 발전이 있는 삶을 지향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의 평온한 삶이 이상적으로 보였죠. 하지만 뭔가 빠져있는 듯했어요. 한국인의 피가 흐르다 보니 뜨거움이 없는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죠.” 

 뜨거움이 들끓는 삶을 위해 흐르듯 한국으로 넘어온 조승연씨.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는 여전히 ‘직장’은 없다. 하지만 ‘직업’은 너무나 많고,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꿰고 있는 ‘세계문화전문가’, ‘어쩌다 어른’ ‘비밀 독서단’ ‘비정상회담’ ‘말하는 대로’에 출연하는 ‘방송인’, 다국적 언어에 능통하고, 그 언어들 사이의 그물망을 모험하는 ‘언어연구가’.... 지난 해엔 굵직한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했다. 라디오로 영어를 공부하는 이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굿모닝 팝스’의 DJ.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 섭외 차 전화하자, “잠깐만요, 다이어리 좀 볼게요”라더니 스케줄을 줄줄 읊는다. “지금은 강연 차 강원도 홍천에 와 있고요, 내일은 3.1절 관련 일이 있어요. 4~6일은 지방 스케줄이 있네요. 7일은 라디오 녹화가 있는데 어쩌죠? 아, 8일 어떠세요? JTBC ‘썰전’ 녹화 후 다음 스케줄 전까지 시간이 빕니다. 김구라씨가 진행이 빨라서 녹화가 일찍 끝날 거예요.”
   
조승연씨 인터뷰가 잡혔다. 그는 인터뷰이로 쉬운 상대는 아니다. 딱 부러지는 전문직종 종사자라면 인터뷰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미 정해진 하나의 줄기를 타고 들어가면서 디테일한 잔가지는 슬쩍슬쩍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조승연 씨는 수백 개의 굵은 가지를 가진 나무와 같다. 기둥에서 시작한 질문은 답변에 따라 어떤 가지로 사다리 타기를 할지, 그래서 어떤 기승전결의 인터뷰로 펼쳐질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공부가 곧 취미인 삶’에 대해, ‘직장을 구하려 애쓰지 않는 삶’에 대해, ‘당장 돈이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삶’에 대해 물어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10대에 이미 자기주도적 삶을 살게 된 비결에 대해 묻고 싶다. 도대체 공부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공부가 싫을 때는 없는지 같은 뻔한 질문도 끼워 넣으며.   

 

 

김민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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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최희주   ( 2019-02-28 ) 찬성 : 3 반대 : 1
인터뷰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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