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경웅 자유기고가

국내 판매 최고가는 6억8000만 원, 가장 싼 게 1400만 원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 스위스의 국가 공식 선물로 증정되었으며, 나폴레옹 1세가 가장 아끼던 물건 중 하나가 이 시계였다
20 만 명 중 한 명을 위한 시계
주문생산만 가능한 스켈레톤 미니트 리피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 기슭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1층에 세계 최고의 시계 브랜드 매장이 있다. 귀금속 가게와 같은 분위기의 매장에 들어서면 응접용 소파와 진열장, 왼편에는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시계들이 마치 박물관의 보물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2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매장에서는 손님에게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는 식의 설명이나 권유를 하지 않는다. 그저 손님이 질문하면 설명할 뿐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계적 재벌들, 혹은 시계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시계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같은 최고급 시계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 3만여 개다. 20만 명 중 한 명을 위한 시계인 셈이다.

국내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알려진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최근 몇몇 연예인들이 이 시계를 차고 나오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最高價(최고가)의 시계」로 알려졌다.

시계들의 가격은 최저 1400만 원에서 최고 6억8000만 원이다. 1억 원 이상의 시계는 매장에 전시하지 않고 카탈로그를 통해 살펴보고 주문한다고 한다. 주문한다고 바로 시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문을 받을 때부터 제작에 착수,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6개월 걸린다. 정교한 세공이 필요한 제품은 9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외형은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는 게 매력

실제 제품을 보면 그 정교함에 놀라게 된다. 특히 속이 훤히 보이는 「스켈레톤」이라는 제품은 시계가 투명한 것이 아니라 시계판을 手工(수공)으로 깎아내 최소한의 면적으로 시계 내부를 지탱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판만 남기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한다. 이 시계의 무브먼트(시계의 기계장치를 말함)에는 세공을 맡은 匠人(장인)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정교한 제품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부티크의 정우태 매니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비싼 시계가 왜 시간도 안 맞고 防水(방수)도 안 되냐구요. 사실 방수 잘되고 시간 잘 맞기로는 요즘 나오는 중국산 전자시계가 더 낫습니다. 이 시계는 일종의 예술품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요즘 전자시계보다 더 약한 면도 있습니다. 작년 스위스의 한 경매에서는 1920년대 생산된 제품이 11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8억5700만 원)에 낙찰된 적도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 시계를 아는 사람들이 결혼 예물이나 일종의 家寶(가보), 혹은 골동품 같은 수집용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시계는 「패트리모니」 시리즈. 「패트리모니」는 너무도 평범하다. 보석이 박혀 있거나 휘황찬란하지도 않고 디자인이 특별하지도 않다. 그런데 왜 이 시계의 인기가 가장 높을까? 정우태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것이 바로 부자들의 특징입니다. 자신만의 것, 최고의 것을 추구하면서도 남들에게 드러내기는 싫은 마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는 어떠한 비용도 치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패트리모니」에는 두께 1.64mm에 불과한 무브먼트에 18개의 보석이 들어 있다. 그 얇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태엽으로 움직인다. 이 제품은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2년 말 스위스 최고시계에만 수여하는 제네바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외형은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내부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라는 점이 많은 부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전한다.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은 장 마르크 바쉐론이 1755년 스위스 제네바에 공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공장을 연 지 얼마 후부터 정교한 기술과 세공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819년 바쉐론은 프랑소아 콘스탄틴이라는 사업가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바쉐론 & 콘스탄틴」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839년에는 조르주-오거스트라는 기술매니저에 의해 무브먼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팬타그래프」를 발명, 시계 생산의 신기원을 마련했다. 1880년에는 「말타의 십자가」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로고로 등록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답게 여러 가지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1801년 시계 태엽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시간이 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르비용 레귤레이터」라는 장치를 개발했고 1분, 또는 15분마다 시간을 알려 주는 「미니트 리피터」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기술 축적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계 최고의 시계라는 명성을 유지해 왔다.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 스위스의 국가 공식 선물로 증정되었으며, 나폴레옹 1세가 가장 아끼던 물건 중 하나가 이 시계였다고 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50년이 넘는 회사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만한 것들을 모아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소장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칼리스타(Kallista)」이다. 최고의 보석세공인들이 130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세공, 6000시간에 걸쳐 제작한 시계로 다이아몬드를 모으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완성 당시 가격은 500만 달러였다.

이런 보석 시계가 아닌, 일반적인 시계의 가격도 그렇게 만만한 편은 아니다.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오토매틱」 시계이면서도 15분 간격으로 알람이 되는 「미니트 리피터」는 그 가격이 평균 1억 원을 넘어간다. 국내에 판매되는 것 중에서는 이 「미니트 리피터」가 장착된 「패트리모니 컴플리케이션」 시리즈와 「칼라(Kalla)」가 가장 高價(고가)이다. 주문생산만 되는 「패트리모니 컴플리케이션」의 가격은 약 6억2000만 원. 보석 시계 「칼리스타」를 간소하게 만든 시계 「칼라」의 가격은 약 6억8000만 원에 이른다.

국내 바쉐론 콘스탄틴의 주 고객은 40~50대의 중년층이다. 20~30대 고객은 주로 1000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시계를 구매한다. 매장 방문객은 하루 평균 15명 정도. 내ㆍ외국인의 비율은 8대 2 정도라고 한다. 재계 인사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연예인과 정계 인사들도 구매한다고. 이 시계는 물론 피아제(Piaget) 등의 명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리치몬드 그룹은 고객 신상 정보를 고객 안전을 위해 기밀로 취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