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주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졸) / 사진 : 장은주

땀 가득한 스포츠 현장의 열기를
전달하는 사람

사진제공 : KBS N 대학생 기자단 푸른나래 1기 ‘워너비’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는 선수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신나게 응원하는 관중들. 브라운관을 통해서 들리는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우렁찬 목소리.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는 심판의 커다란 손짓. 이 모든 것이 열정이 넘치는 스포츠를 만든다. 4년 연속 야구 600만 관중 돌파 등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스포츠 경기를 더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스포츠의 꽃’ 이라고 불리는 스포츠 아나운서. 화려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한 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전부일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TV 화면에 단 몇 분 출연하기 위해 하루 종일 경기장을 쉼 없이 뛰어다닌다. 선수들을 만나고 감독을 만나고 중계석에서 기록지를 받아들고 머리를 싸맨다. 그러고 나서 시청자들에게 ‘땀이 가득한 경기’의 핵심을 친절하게 풀어낸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스포츠 아나운서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며 깔끔한 진행으로 스포츠의 맛을 살리고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야구와 축구 등 각종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선수나 감독 등을 사전 인터뷰하거나 경기 후 승리 팀 감독과 수훈선수를 인터뷰하여 방송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은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스포츠 채널의 홍보에 나서는 채널의 ‘얼굴’ 역할도 겸한다. 현재 방영 중인 스포츠 채널은 KBS N, MBC 스포츠 플러스, SBS sports, SPOTV, XTM 등이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치열한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매력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지방 출장이 잦고, 스케줄이 고정적이지 않다. 1주일에 2~3일 많게는 5일까지 지방 출장을 가야 하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통 스포츠 아나운서는 한 주의 스케줄이 그 전 주에 배정되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다음 주 계획을 잡기가 어렵다.

주요 방송사들은 공개 채용이나 추천 채용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를 뽑는다. 시기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내거나 아나운서 교육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추천받는 형식이다. 보통 서류전형-카메라 테스트-면접-임원면접 순으로 이뤄진다. 카메라 테스트는 전체적인 이미지나 발성, 발음을 본다. 면접에는 자기소개서 중심의 질문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나운서가 된다면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가,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싶은가?’와 같은 업무 관련 질문을 받기도 한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를 많이 보는 것이다. 야구·축구·농구 등 다양한 종목을 보는 것이 좋다. 많이 볼수록 그 종목에 대한 지식은 늘기 마련이다. 특히 기존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보며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외국어를 잘하면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하기 쉽기 때문에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윤재인

〈topclass〉는 야구·축구·농구·배구·씨름 등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는 KBS N 윤재인 스포츠 아나운서를 만났다. 윤 아나운서는 스포츠팬 사이에서 인터뷰를 잘하는 아나운서로 정평이 나 있다. 경력 3년차인 그는 이제야 진정으로 직업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의 매력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며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치어리더는 보통 선수들을 보며 응원하기보다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응원을 이끈다. “경기를 관람하며 웃고 우는 관중을 보며 스포츠의 매력을 느꼈어요. 가만히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이 농구선수의 멋진 덩크슛에 벌떡 일어서고, 졸고 있던 사람이 선수들의 기막힌 플레이에 눈을 번쩍 뜨는 모습을 보며 스포츠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에너지를 느꼈죠.” 관중을 웃고 울게 만들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포츠를 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일과
스포츠 아나운서는 경기 시작 3시간 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 방송 준비를 한다. 4~11월 야구시즌에는 보통 오후 6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하므로 적어도 오후 3시 30분까지는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전에 메이크업을 하고, 지방 경기라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스태프들과 모여 식사를 하고 양팀 덕아웃에서 감독과 선수들을 사전 취재한다. 사전 취재에서 경기 중 인터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기 위한 자료를 얻는다. 오늘의 경기,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 각오, 선수 구성, 선발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캐스터,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실에 들어간다.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경기 1시간 30분 전에는 생방송으로 리포팅을 한다. 오늘 감독이 어떤 것을 중점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선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경기 6회쯤엔 중간 리포팅을 한다. 중반까지 경기 내용을 요약하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마지막으로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와 감독을 인터뷰한다. 경기가 일찍 끝나면 오후 10시쯤 퇴근하지만 지방에서 경기가 있을 때는 새벽 3~4시에 집에 도착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된다. 관중석을 계속 뛰어다니고 선수들을 만나러 다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겨를이 없다.

인터뷰
현장 인터뷰는 가장 재밌으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인터뷰 중 갑자기 경기장 불이 다 꺼질 때도 있고, 물병이 날아올 때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야 한다. 인터뷰를 많이 해본 선수라면 “오랜만에 홈런 치셨네요?”라고 운만 띄워도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인터뷰 경험이 적은 선수와 인터뷰할 때는 같은 질문을 던져도 “네”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럴 때는 “오랜만에 홈런을 쳤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타석에 들어오면서 노렸던 부분이 있습니까?”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원하는 대답을 얻기까지는 어떤 질문을 할지가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와 소통이 잘되어야 한다.
이번 시즌 넥센 박병호 선수가 한 경기에서 4개 홈런을 쳤던 날, 그를 인터뷰했다. 지난 2000년 박경완 선수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이 엄청난 장면을 눈으로 봤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고, 그 기록의 주인공을 직접 인터뷰 하는 것이라 영광스러웠다.

체력·긍정·여행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체력, 긍정적인 마음가짐, 여행을 즐기는 성격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행을 즐기는 성격이다. 1주일에 세 번 정도 지방에 가야 하는데 그 출장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출장을 가면 호텔에서 잘 때도 있지만 모텔이나 여관에서 잘 때도 있다. “한번은 방문도 안 잠기는 여관에서 잔 적이 있어요.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 곳에서 자보겠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재밌더라고요(웃음).” 지방에 출장 갈 때마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며 즐긴다.

9회 말 끝내기 홈런
경기장에서 양복 입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넥타이를 풀고, 정장 구두를 신은 채 응원하는 그들을 볼 때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즐기기 위해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다. 있는 힘껏 자기 팀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그들이 또 다른 1주일을 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찾아오는 이 경기장이 스포츠 아나운서에게는 직장이다. 힘들어도 사람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해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매 경기 반전이 있게 마련이다.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본 날이라든지,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 선수가 특급 활약을 펼친 날에는 누구나 인생에 그런 순간이 올 거라는 꿈과 희망을 얻게 된다. 스포츠를 사랑하고, 스포츠 세계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인정받는 아나운서
스포츠 아나운서는 기본적인 스포츠 지식을 넘어 더 깊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과 수준 높은 인터뷰를 할 수 있고, 시청자와 팬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 시즌 달라지는 룰이 있고, 선수들도 바뀌기 때문에 사전조사와 공부 등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이제 실력으로 인정받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스포츠를 몇 십 년 동안 본 팬들은 이미 전문가다. 그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출중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팬들이 믿고 보는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사람들은 스포츠 아나운서를 ‘스포츠의 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포츠 아나운서는 꽃이 아니라 ‘스포츠의 잡초’가 되어야 한다. 어디에 심어놓아도 잘 자라는 잡초처럼 어떤 상황에서 움츠리지 말고 항상 밝게 웃어야 한다. 방송을 통해 스포츠를 더 가깝게 느끼고 즐기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오늘도 그라운드로 달려간다.